슬며시 변화 이끄는 9가지 비법

34호 (2009년 6월 Issue 1)

많은 변화 프로그램이 실패로 끝난다. 대안은 있다. 직원들이 주어진 환경을 해석하고 행동하는 법에 대한 상식의 벽을 뛰어넘어 보자. 이 통찰력을 응용한다면 변화 프로그램의 성공 확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존 코터는 1996년 변화 관리 분야의 독창적인 책으로 꼽히는 <기업이 원하는 변화의 리더(Leading Change)>를 펴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변화 프로그램의 성공률이 약 30%에 불과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후 수천 권의 변화 관리 저서와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고, 변화 관리는 ‘경영학 석사 과정(MBA)’의 핵심 과목 중 하나가 됐다. 맥킨지는 2008년 세계 3199명의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변화 프로그램에 관한 설문조사를 다시 실시했다. 조사 결과 여전히 변화 프로그램 3개 중 1개만이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수행된 다른 연구 결과 역시 비슷하다. 많은 연구 성과에도 변화 관리 분야가 성공적인 변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지 못한 것이다.
 
대부분의 학계 전문가와 실무자들이 직원들의 태도와 경영진의 행동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기본 요소에 대해 알고 있지만, 큰 도움이 되지는 않고 있다. 맥킨지의 에밀리 로손과 콜린 프라이스는 저서 <변화 관리의 심리학(The Psychology of Change Management)>에서 직원들이 태도를 바꾸려면 다음 4가지 기본 요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설득력 있는 스토리(직원들이 변화의 순간을 보고 납득해야 함) 역할 모델(직원들이 최고경영자나 존경하는 동료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을 목격해야 함) 강화 메커니즘(시스템, 프로세스, 인센티브 등이 새로운 행동과 맞아야 함) 역량 구축(직원들이 요구되는 변화를 실천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함)
 
심리학 분야에 뿌리를 둔 매우 합리적인 이 접근 방법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직관에 호소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대다수 경영진은 문제가 파악되면 단순한 상식 수준에서 접근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식의 대응이야말로 실패의 근본 원인이다. 처방 자체는 옳지만 상식적인 선에서 4가지 기본 요건을 적용하려다 시간과 정력만 낭비하고 핵심을 비켜간 메시지를 전달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더 나아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직면할 수도 있다. 왜 그럴까. 경영진이 처방 내용을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인간 본성의 비이성적인 요인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이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맥킨지는 태도 변화에 필요한 4가지 기본 요건을 성공적으로 적용하는 데 방해가 되는 9가지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력을 얻었다. 의식적이든, 우연이든 인간 본성에 대한 발상의 전환으로 변화를 일궈낸 기업들의 성공 사례를 이와 함께 소개한다.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라
변화 관리에서는 설득력 있는 이야기(compell-ing story)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이야기를 직원들에게 전달하고 커뮤니케이션과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뜻이다. 효과적인 변화 관리를 위한 훌륭한 조언이기는 하지만, 실무에서 바람직한 결과로 이어지려면 다음 3가지 함정을 조심해야 한다.
 
당신을 일하게 만드는 요인에 대해 직원들은 둔감할 수 있다 조직 내에서 흔히 2가지 유형의 변화 관리 스토리가 회자된다. 첫 번째 유형은 ‘good to great’ 스토리다. 이는 “치열한 경쟁과 소비자의 니즈가 달라지면서 이전까지의 경쟁 우위가 잠식당하고 있다. 우리가 달라진다면 과거의 선도적인 지위를 회복할 수 있다”는 식이다. 두 번째는 ‘turnaround’ 스토리다. 이는 “우리의 성과는 업계 표준 이하다. 생존을 위해서라도 극적인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우리의 자산을 활용하고 성장에 필요한 적절한 요건들을 확보하면 업계 상위 25%에 진입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런 스토리는 직관적이고 이성적인 것처럼 보이나, 리더들이 원하는 변화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도나 조하르 등 많은 사회과학 대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기업의 간부와 직원들이 업무 중 느끼는 동기유발 요인은 다음 5가지다. 사회에 대한 영향(지역 사회 구축과 자원 제공 등) 고객에 대한 영향(우수한 서비스 제공 등) 회사와 주주에 대한 영향 소속 팀에 대한 영향(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근무 환경 등) 자신에 대한 영향(자기계발, 급여, 보너스 등)
 
이 분석 결과는 매우 의미심장한 함의를 담고 있다. 리더들이 직원에게 전달하는 메시지의 80% 이상이 직원들의 동기유발 요소, 즉 변화를 위해 추가적인 에너지를 투입하게 만드는 요인의 80%에 속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변화를 추진하는 리더들은 직원들에게 동기유발이 될 수 있는 5가지 요인을 모두 충족하는 변화의 당위성을 전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직원들이 자칫 조직 내에서 사장될 수도 있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조직의 변화를 위해 쏟아붓게 만들 수 있다.
 
비용 절감 프로그램을 추진한 미국의 대형 금융기관 사례를 보자. 이 회사는 경쟁 지위 향상과 비전 등 진부한 스토리를 제시하며 비용 절감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직원들의 저항에 부딪혔다. 이 회사의 변화 추진팀은 머리를 맞대고 5가지 요인이 포함된 스토리를 다시 만들었다. 회사는 주택 공급이라는 명분으로 사회적 측면의 영향을 설명했다. 고객 측면에서는 실수를 줄이고 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할 수 있음을 내세웠다. 회사의 관점에서는 현재 상황이 매출보다 지출이 더 빠르게 늘어 회사의 생존에 위협이 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업무팀의 측면에서는 업무 중복을 줄이고 권한 위임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마지막으로, 업무가 더 매력적으로 바뀔 수 있음을 개인적 관점의 스토리로 제시했다. 비교적 간단한 이 수정 작업만으로 직원들의 동기유발 지수는 한 달 사이 35.4%에서 57.1%로 올라갔고, 그 결과 사업 첫해에 효율성이 10% 개선됐다. 당초 기대치를 훌쩍 뛰어 넘는 결과였다.
 
② 스스로 성공 스토리를 쓰게 하라 목표 지향적인 리더들은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파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투자한다. 로드쇼, 타운홀 미팅, 웹사이트 등이 이를 위해 주로 쓰인다. 이런 방법에도 앞서 언급한 5가지 방법에 따른 스토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보다 구성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자한다면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복권을 이용한 유명 행동 실험 결과를 보자. 참가자의 절반에게는 무작위로 복권 번호를 배정하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빈 종이에 자신들이 원하는 복권 번호를 쓰도록 했다. 복권을 추첨하기 직전,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복권을 되사겠다고 제안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실험 지역이나 계층에 상관없이, 자신이 직접 번호를 써넣은 사람들이 무작위로 번호를 배정받은 이들보다 5배 높은 금액을 요구했다.
 
이는 인간 본성의 일면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일에 대해 5배 정도 더 큰 애착과 실행 의지를 가진다. 전통적인 변화 관리의 접근 방법은 이 같은 자기 주도적 효과를 평가절하하고 있다. 이성적 사고만을 하는 이들은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스스로 깨닫도록 기다리는 일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그저 다른 이들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말해주면 되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직원 스스로가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때 느끼는 책임감은 변화의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전통적인 접근 방법은 이 에너지를 구성원들로부터 빼앗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은 일선 리더들을 위한 종합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모든 조직을 설계 과정에 참여시켰다. ‘스스로 복권 번호를 쓰고 있다’는 느낌을 갖도록 한 셈이다. 이 과정은 1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지만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현재 운용 중인 이 프로그램은 BP의 여러 교육 훈련 프로그램 중 가장 성과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러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250명 이상의 고위 간부들이 프로그램 강사로 기꺼이 나섰고, 프로그램을 이수한 관리자들은 그렇지 않은 관리자보다 상사나 부하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긍정과 부정의 스토리를 모두 담아라 비즈니스 스쿨의 강의와 기업 현장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쓰이는 변화 관리 모델이 ‘결점 기반(deficit based)’ 접근법이다. 이는 문제를 정의하고, 무엇이 잘못됐으며 어떻게 고쳐야 할지를 분석한 뒤, 계획과 실천 방안을 내놓는 방식이다.
 
그러나 잘못에 초점을 맞춘 접근 방법은 조직 내에 책임론을 부각시키고, 조직 피로도와 저항을 불러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런 방식은 정작 조직 구성원들의 열정과 경험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건설적(construc-tionist based)’ 접근 방법이 등장했다. 이 방식은 ‘발굴(discovery·가장 잘된 점 찾기) - 상상(dreaming·보다 나은 상태 떠올리기) - 설계(designing·할 일에 대한 의견 나누기) - 목표 설정(des-tiny·바람직한 모습 창조하기)’ 등에 따른 변화 관리 모델이다. 이러한 접근 방법의 문제점은 긍정적인 면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목표치와 기대 효과 등이 하향 조정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인간은 대개 앞으로 얻게 될 것보다는 이미 가진 것을 잃지 않기 위해 기꺼이 리스크를 감수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약간의 불안감이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지금까지 변화 관리 분야는 ‘결점 기반 접근법’과 ‘건설적 접근법’을 인위적으로 구분해 사용해왔다. 특정 변화 프로그램의 추진 배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 메시지와 부정적 메시지를 구분해 쓰는 방법을 일반화해서 말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2가지 접근 방법 중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GE의 전 최고경영자(CEO) 잭 웰치는 성과가 저조한 사업이나 부서 이기주의 등에 대해서는 ‘무엇이 잘못인지(what’s wrong here?)’를 따졌다. 이와 동시에 모든 사업 부문의 1위나 2위, 또는 개방성과 책임감 등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모습이 돼야 하나(imagining what might be)’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역할 모델링
지금까지의 변화 관리 기법은 리더들이 바람직한 변화의 역할 모델이 돼야 한다는 점을 권고한다. 이를 통해 영향력 있는 리더 집단이 조직 내에 변화를 뿌리 내리도록 독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행히도 이러한 접근 방법이 반드시 원하는 결과를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리더들은 스스로 변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인도의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는 “변화를 원한다면 우리 자신부터 변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대부분의 경영진은 이 격언에 동의하고, 스스로 바람직한 행동의 역할 모델이 되고자 노력한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무에서는 눈에 띄는 변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임원들이 스스로를 변화가 필요한 사람들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 임원들에게 “고객 지향적이냐”고 은밀히 물었을 때 “아니오”라고 답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또 “당신은 관료주의적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예”라고 답변할 임원이 있을까. 아마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들이 실제 모습보다 더 낫다고 생각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이기적 편향(self-serving bias)’이라 부른다. 예를 들어 94%의 남성은 자신들의 운동 능력이 상위 50% 이내에 든다고 대답한다. 전통적인 변화 관리 접근 방법에서는 최고 경영진의 역할 모델링(role modeling)이 의지나 기술적인 문제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실질적인 장애 요인이 되는 병목 지점은 자신에게 필요한 변화가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일이다.
 
어떻게 하면 될까. 상사, 부하, 동료 등에 대한 360도 설문조사나 대화로 변화에 대한 통찰력을 얻어낼 수 있다. 글로벌 바이오업체 암젠의 CEO 케빈 셰어러의 방식을 보자. 그는 75명의 임원에게 “내가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해야 할 일이 있나”라는 질문을 각각 던졌다. 그리고 그가 가진 자기계발 욕구와 실행 의지를 공개적으로 임원들과 공유했다. 한 보험회사의 경영진은 변화 프로그램 기간 중 ‘불의 고리(circle of fire)’라는 기법을 채택했다. 모든 참여자들은 이를 통해 장점과 단점 등 변화와 관련된 생생한 피드백을 동료들로부터 직접 받는다.
 
영향력 있는 리더’가 만병통치약 아니다 변화 관리 관련 서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목이 조직 구성원의 사고와 행동 방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을 파악하고, 이들을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물론 매우 타당한 진리다. 다만 영향력을 행사하는 리더들의 역할이 과거에는 매우 광범위한 변화 관리 조치 중 유용한 하나의 요소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변화 관리의 만병통치약으로 간주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변화 프로그램의 성공은 소수의 선발된 리더들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지는가보다는 이런 아이디어에 대한 사회의 수용성에 달려 있다. 변화를 주도하고 차이를 만들어야 한다고 느끼는 이들은 때로는 예상치 못한 계층의 사람들이다. 영향력을 행사하는 리더들에게 지나치게 투자하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변화를 선도하는 리더들은 앞서 언급한, 변화를 위한 4가지 전제 조건의 적용에 골고루 관심을 가져야 한다. 조직 전반에 걸쳐 변화의 불꽃이 들불처럼 일어날 수 있도록 각각의 계층에 대한 강화 프로그램을 적용해야 한다.
 
강화 메커니즘
기존의 변화 관리에서는 조직 구조, 프로세스, 시스템, 목표 설정, 인센티브 등에 의도하는 변화의 방향성을 내재화하고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역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강화 메커니즘(reinforcing mecha-nism)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항상 이성적으로 행동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금전적 보상은 가장 비싼 동기부여 방법 기업들은 변화 프로그램의 목표와 직원 보상을 연계하려고 노력하지만, 이 방법이 원하는 변화의 동인이 되지 못함을 깨닫는다. 이는 인간 본성의 심리만큼이나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기업의 보상 체계에서 변화 프로그램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연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많은 연구 결과에서 보듯, 인간이 느끼는 만족은 ‘만족도 = 인식(perception) - 기대치(expectation)’라는 등식으로 나타난다. 이런 주장에는 ‘만족은 현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reality has nothing to do with it)’는 해석이 따라붙곤 한다.
 
이 등식의 백미는 작지만 예상치 못한 보상이 변화 프로그램과 관련한 직원의 만족도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컨티넨탈 항공의 전 CEO 고든 베튠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도산 직전에 고객 서비스가 바닥권이었던) 이 항공사가 정시 운항률 상위 5위에 올라서자, 예고 없이 직원들에게 65달러의 수표를 나눠줬다. ANZ은행의 존 맥팔레인은 행장으로 재임하던 당시, 크리스마스에 깜짝 선물로 감사 카드와 샴페인 한 병씩을 전 직원에게 돌렸다. 카드에는 회사의 변화 프로그램인 ‘실적, 성장, 돌파’에 헌신한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대부분의 변화 관리자들은 이런 행동이 단지 상징적인 제스처에 불과하고, 효과도 제한적이며 단기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선물을 받은 직원들의 견해는 다르다. 이들은 일관되게 “이런 보상이 변화를 위한 동기부여에 상당한 영향을 줬으며, 그 효과가 몇 년은 아니지만 몇 개월간 지속됐다”고 말한다.
 
공정한 과정과 결과 직원들은 어떤 상황이 자신들의 신념에 비춰 공정하지 않거나 정의롭지 않다고 판단하면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한다. 주요 변화 프로그램의 하나로 새로운 위험조정수익률(RAROC) 모델을 세우고, 이를 토대로 일선 영업점에 새로운 금리 책정 일정과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한 은행이 있었다. 그 결과 수익성 없는 고객뿐만 아니라 다른 고객까지 떨어져 나가는 문제가 생겼다. 재량적인 금리 책정도 천정부지로 늘어나 결과적으로 가치가 훼손됐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일선 은행원들이 이러한 변화가 고객들에게 불공정하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많은 행원들이 고객에게 은행의 정책에 대해 험담을 늘어놓았다. 그들은 자신의 영업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더라도 고객에게 선의를 보여주기 위해 금리 책정의 재량권을 남용했다.
 
변화 관리자들은 조직 구조, 프로세스, 시스템, 인센티브 등에 대한 변화를 시도할 때, 직원들이 변화 과정과 결과가 공정하다고 느끼는지에 대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한다. 특히 인력 축소, 인재 관리 프로세스 등 직원 상호간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거나 영업 강화 프로그램, 콜센터 재설계, 가격 책정 등 고객 응대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를 시도할 때는 더욱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앞서 언급한 은행의 금리 사례는, 본질적으로는 은행이 부담하는 리스크에 상응하는 비용을 고객이 부담하게 만드는 공정한 방법이었다. 변화에 대한 커뮤니케이션과 교육 훈련 과정에서 직원들이 느끼는 공정성에 주의를 기울였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부작용이었다. 실제로 RAROC에 기반한 금리 모델을 도입한 다른 은행들은 이런 부작용을 피해갔다.
 
역량 구축
변화 관리 관련 책자들은 바람직한 변화를 달성하기 위해 기술과 인재를 육성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옳은 이야기다. 이와 더불어 성공을 위해서는 다음 2가지 사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직원들은 생각하고 느끼고 믿는 존재다 관리자들은 직원의 행동을 바꿔 성과를 높이려고 할 때 직원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생각, 느낌, 신념을 간과하기 십상이다. 한 시중은행은 벤치마킹 결과 행원 1인당 매출이 경쟁사보다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은행은 행원들의 고객 대면 시간이 너무 적은 반면 서류 업무 처리에 쓰는 시간이 많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행원들의 고객 대면 시간을 극대화하도록 대출 취급 프로세스를 재설계했다. 불행히도 6개월 뒤의 결과는 당초 목표 수준을 훨씬 밑돌았다.
 
이 은행은 행원들의 행동보다 마인드에 초점을 둔 추가 조사를 실시하고, 은행원들이 고객과의 교류를 불편하게 여겨 서류 업무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새로 알아냈다. 또한 행원들의 내성적 성격, 대인관계 기술의 부족, 자신보다 부유하거나 교육 수준이 높은 고객을 상대할 때 느끼는 열등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파악했다. 대부분의 행원들은 영업 직원(salespeople)으로 여겨지는 일에 질색했다. 영업 직원은 은행 점포보다는 중고차 매장에서 일하는 이들에게나 어울리는 용어라는 게 행원들의 생각이었다.
 
이 은행은 근본 원인에 대한 통찰을 토대로 성격 유형, 감성 지능, 직업 정체성과 관련한 요소를 반영해 행원들을 교육시켰다. ‘영업(sales)’이라는 용어도 고객이 알지 못하고 있던 니즈를 찾아내고 이를 충족하도록 돕는 일로 정의했다. 이 같은 개선 노력으로 프로그램은 6개월 내에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 더 나아가 당초의 목표를 뛰어넘는 매출을 지속적으로 올릴 수 있었다.
 
좋은 의도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듣기만 하는 것보다 실제로 행동을 해볼 때 더 큰 학습 효과를 얻는다. 훌륭한 교육 프로그램은 이런 점을 고려해 쌍방향 시뮬레이션과 역할극으로 구성된다. 이 교육에 참가한 직원들은 현업으로 돌아가서도 배운 점을 실천에 옮기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하지만 막상 월요일 아침에 출근해 이 약속을 지키는 직원들은 드물다.
 
실천이 부족한 이유는 잘못된 의도 때문이 아니다. 새롭게 배운 기술을 실천에 옮기는 데 방해가 되는 장애 요인을 제거하는 공식적인 조치가 뒤따르지 않아서다. 직원들은 일과만으로도 이미 바쁘고 정신이 없다. 즉 추가적으로 다른 일을 하거나, 무언가를 새로운 방식으로 수행할 만한 시간과 에너지를 내기 어렵다. 현업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교육 프로그램은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
 
일상적인 업무 속에서 역량을 구축하려면 전통적인 교육 프로그램의 접근 방식을 보완해야 한다. 첫째, 교육을 일회성 이벤트로 간주하지 않아야 한다. ‘현장 및 포럼(field and forum)’ 접근 방식으로 강의실 교육을 일련의 학습 포럼으로 연장시켜 구성하고, 교육 중간에 현업 실습 과정을 부여해야 한다. 둘째, 참가자들의 일상 업무와 직접 관련 있는 현업 실습 과제를 주고, 새로운 마인드와 스킬을 담당 업무에 적용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현업 실습 과제에는 습득한 역량의 수준을 알려주는 성과에 대한 계량적인 지표와 달성한 기술을 인정하고 보상하는 인증 제도가 포함돼야 한다.
 
경제학은 인간이 가진 고유한 사회적, 인지적, 감정적 편견에 대한 이해를 통해 발전해왔다. 변화 관리의 실무도 인간이 자신의 환경을 해석하고 행동을 선택하는 방법을 이해함으로써 진화할 필요가 있다. 이런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수년이 지난 뒤에야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앞서 소개한 통찰을 적용한 초기 결과에서 이 생각이 광범위하게 공유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편집자주 이 글은 The Mckinsey Quaterly 인터넷판(2009년 4월)에 실린 원문 ‘The Irrational Side of Change Management’를 번역한 것입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5호 AI on the Rise 2019년 11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