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1. ‘토스’를 탄생시킨 비바리퍼블리카의 소통

지시와 명령은 없다. 역할만 있을 뿐
리더는 수평적 소통 지원하는 조력자

265호 (2019년 1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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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토스에는 직급이나 직위가 없다. 서로 나이에 상관없이 이름에 ‘○○님’이라 부르며 수평적인 문화를 지향한다. 물론 팀의 리더는 있지만 이 리더는 더 이상 팀을 소유하고 팀원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팀 구성원들이 효과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도록 도울 뿐이다. 개인들은 동료와 치열하게 소통하며 ‘내 일’을 찾아서 한다. 한국 사회에선 낯선 토스의 조직문화, 이는 다음과 같은 4가지 요인 덕분에 지켜지고 있다.
1. CEO의 강력한 의지
2. 수평적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정보 공유 시스템
3. 소통이 가능한 사람만 뽑는 까다롭고도 신중한 채용
4. 소통을 지원하는 네트워킹 이벤트와 사내 교육 등 각종 툴



직장인들 사이에서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킨 단편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의 줄거리는 이렇다.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앱을 개발한 회사에서 일하는 ‘안나’는 어느 날 사장에게 지시를 받는다. “‘거북이알’이란 아이디를 가진 회원이 중고물품이 아니라 새 제품을 게시판에 너무 많이 올리고 있다.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러는지 알아보고 조치해라.” ‘안나’는 ‘거북이알’이 올린 물건을 일부러 구매해 드디어 ‘거북이알’을 마주한다. 그런데 카드사 직원인 ‘거북이알’이 새 물건을 많이 파는 데는 먹먹한 사연이 있었다. 바로 회장에게 ‘미운털’이 박혀 월급을 현금 대신 신용카드 포인트로 받게 된 것. ‘거북이알’은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포인트로 물건을 구매한 뒤 그걸 되팔아 돈으로 바꾸고 있었다.

소설 속에는 IT 회사에서 벌어질 만한 상황들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함께 월급을 포인트로 받아도 찍소리 할 수 없는 회사의 수직적인 위계질서, 한마디로 일의 슬픔이 제대로 담겨 있다. 그래서일까. 이 소설은 단숨에 SNS를 장악했다. 이 소설이 이렇듯 화제를 모았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대한민국 직장생활에 상사의 갑질과 불통이 만연하다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기 이 조직은 좀 신기하다. CEO부터가 회사의 성공 못지않게 일하는 것을 즐기는 기업, 많은 기업들이 시도하지만 실현하지 못한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드는 게 최대 목적이란다. 조직문화의 핵심을 ‘자율’과 ‘책임’, 두 단어로 요약한다. 반바지부터 생활한복까지 얼마든지 자유로운 복장이 가능하며 대표도 ‘○○님’이라 불린다. 자율출퇴근제, 휴가 무제한, 재택근무가 가능한 건 두말하면 잔소리. 채용 공고의 주요 조건에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명시돼 있다. ▲거침없는 토론 문화에 익숙하고 상처받지 않을 것 ▲높은 책임 의식과 주인 의식을 갖고 주어진 미션에 전념할 것 등이다.

직접 내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그래도 ‘과연 정말 수평적인 조직일까’ 싶었다. 그런데 실제로 이들의 회의를 엿보니 더 신기하다. 지난해 12월14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자리한 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디자인 챕터 주간회의.

“‘이 서비스가 고객에게 진짜 의미가 있느냐, 혜택을 주는 것이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있어요. ○○님은 진짜 이 서비스가 이용자의 가치를 높여준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이게 실험의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봐요. 처음에 신용조회, 카드도 추가할 때 반발이 없지 않았지만 어떻게 보면 그 덕분에 오늘날의 우리 회사가 있거든요. 실험해보고 만약 소비자들의 반응이 없다면 더 큰 혜택이나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만들면 되죠.”

“알겠습니다. ○○님, 요새 맡으신 파트 트래픽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면서요. 성공의 이유가 무엇인가요?”

디자이너들이 각자 자신이 맡고 있는 프로젝트를 공유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주간회의에서는 질문들이 끊임없이 오갔다. ‘○○님’이라며 서로 존대를 하는 부드러운 분위기였지만 질문의 결은 결코 부드럽지만은 않았다. 모두가 수평적이고, 눈치를 봐야 할 사람이나 하지 못할 말이 없다 보니 오히려 더 ‘심도 깊은’ 질문들이 자유롭게 오고갔다. 웃고, 음료를 마시고, 중간에 나갔다 들어오면서도 거침없이 지금 디자인하고 있는 서비스가 진짜 고객 가치를 올려주는 게 맞느냐고 묻는다. 회의실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쓰인 커다란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Done is better than Perfect.”

이 남다른 조직은 바로 토스. 이 회사는 2015년 2월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는 간편 송금서비스로 시작한 뒤, 신용 조회·계좌 개설·대출 중개·소액 투자 등 모바일 금융플랫폼으로 범위를 넓혀나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누적 가입자 1000만 명을 돌파해 국민 5명 중 1명이 사용하는 핀테크 서비스가 됐으며 출시 이후 누적 송금액은 30조 원에 달한다. 벤처캐피털 H2벤처스와 다국적 컨설팅그룹 KPMG가 매년 선정하는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2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2017년 35위, 2018년 28위). 게다가 국내 최초로 핀테크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스타트업) 반열에 올랐다. 글로벌 투자사 클라이너퍼킨스와 리빗캐피털 등으로부터 8000만 달러(약 9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가 1조3000억 원이 된 것.

4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놀라운 성과를 거둔 토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는 이 같은 성공 비결로 수평적인 소통이 가능한 토스의 조직문화를 첫손에 꼽았다. 다른 분야도 아닌 촘촘한 규제로 가득 찬 금융 분야에서 서비스를 키워오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와 도전을 마주하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 현실.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깨기 힘든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창의적인 방법은 결국에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람들의 소통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상사의 지시를 기다리며 수동적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고, 치열한 논의를 통해 더 큰 가치를 창출한 직원들이 있었기에 토스의 혁신적인 서비스가 가능했다는 얘기다. DBR이 서비스 못지않게 혁신적인 조직문화로 주목받고 있는 토스를 집중 취재했다.

토스의 기업 문화 들여다보기
1. 지시와 명령은 없다-다만 소통이 있을 뿐
토스에는 직급이나 직위는 없다. 오직 역할만 있다. 물론 팀의 리더는 있지만 이 리더는 더 이상 팀을 소유하고 팀원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팀 구성원들이 효과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도록 도울 뿐이다. 관리자가 없으니 당연히 지시와 명령도 없다. 개인들이 서로 소통을 통해 ‘내 일’을 알아서 찾아 한다.

구체적으로 조직 구성을 살펴보자. 보통의 조직에서는 흔히 개발자는 개발자끼리, 디자이너는 디자이너끼리, 기획자는 기획자끼리 기능별로 묶여서 일을 한다. 디자인팀에서 그려낸 디자인을 전달하면 개발자가 그저 최대한 그대로 구현하는 데 주력한다. 의견 교환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서로 친밀하지 않은데 개발자가 기술적으로 실현하기 어려운 부분을 미리 말한다거나, 새로운 기능을 제안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토스에서는 ‘기능’이 아니라 고객을 위한 ‘서비스’가 중심이다. 송금, 카드 조회, 신용 관리와 같이 토스팀이 제공하는 서비스 상품별로 팀 단위가 나눠지고,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자이너와 개발자, 기획자 등이 긴밀하게 소통을 나누며 ‘함께’ 서비스를 만들어나간다. 개발자가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를 바로바로 실현해 ‘화면’을 보여주고, 그를 보고 팀원들이 얘기를 나누며 서비스를 만들어나가니 ‘더 좋은 방향이 없을까’를 자연스레 고민할 수밖에 없다.

토스는 이런 팀 구성 때문에 혁신적인 서비스가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보통 기업에서는 고객들의 페인포인트(pain point)를 찾고 나면 그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을 추린 뒤, 그다음에 서비스를 디자인한다. 특히 금융과 같이 규제가 강한 시장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토스는 달랐다. 먼저 고객들을 괴롭히는 문제를 찾고 나면, 당장 할 수 있든지 없든지를 떠나 디자이너, 개발자, 기획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객들이 원하는 최상의 고객경험이 무엇인지부터 구상했다. 예컨대 ‘공인인증서’ 등으로 인한 복잡한 송금 과정을 문제로 인식하고, 그럼 고객들이 원하는 최상의 송금 서비스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미친 듯한 만족감’을 선사할 수 있는지를 먼저 그려봤다. 그렇기에 “공인인증서 없이 핸드폰 연락처 속의 송금 상대를 찾아 30초만에 돈을 보낸다”는 최상의 고객경험을 설계한 뒤 그럼 이것을 현실화하기 위해 어떤 규제를 풀어야 하는지, 금융당국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고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걸 어떻게든 꾸역꾸역 실현했다. 한마디로 불가능한 ‘꿈’을 먼저 꾸고 그다음에 그걸 달성할 방법을 찾아낸 셈이다.

팀과는 별도로 개발자, 디자이너 등 같은 직무를 수행하는 이들이 모인 동일 직무의 협의체도 존재한다. 이는 ‘챕터(chapter)’라고 부른다. 관리자는 없느냐고? 각 팀과 챕터에는 담당 서비스를 총괄하는 ‘프로덕트 오너(product owner)’와 동일 직무 구성원들의 협업을 조율하는 ‘챕터 리드(chapter lead)’가 있지만 이는 전통적인 경영 방식에서 리더의 개념은 아니다. 이들은 서비스를 위해, 혹은 동일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필요한 일들이 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도울 뿐이다. 그럼 이들은 실질적으로 어떻게 일을 할까. 일단 수시로 ‘송금 팀’ ‘카드조회 팀’ 등 팀별로 모여 각자의 업무를 공유하고, 서로 도움이 필요한 일들에 대해 논의한다.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주도적으로 서비스를 만들고 개선한다.

단, 팀을 통해서만 소통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합리적인 논박이 상시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바로 토스 조직문화의 핵심 중 하나. 팀원들은 자신의 업무 영역이 아니라도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고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예컨대 내가 송금 팀의 일원이더라도 카드 조회나 자산관리 서비스에 의견 개진이 가능하다. 어떻게 가능하냐고? 팀과는 별개로 챕터별 주간회의가 별도로 이뤄져 디자이너는 디자이너끼리, 개발자는 개발자끼리 업무 상황을 공유하며 다양한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송금 팀의 디자이너더라도 다른 상품에 대해 충분히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사내 커뮤니케이션 툴인 ‘슬랙(slack)’의 채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팀원 간의 정보를 공유하고 자유롭게 의견 개진을 하기도 한다. 슬랙에는 다양한 채널이 개설돼 있다. 예컨대 ‘#Ideas’ 채널에서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실질적으로 어떤 아이디어들이 서비스에 적용될 수 있을지, 기존 서비스의 개선점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공유되고 있다.

팀 미팅, 챕터 회의, 슬랙에서의 상시 소통에 더해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전원이 참석하는 타운홀미팅(전체 회의 및 문답시간)을 진행한다. 타운홀 미팅에서는 팀별 이슈부터 전사 이슈, 업무 및 회사 상황 공유가 이뤄진다. 가장 큰 특징은 기존 기업에서는 매니저급에서만 공유될 수 있는 주요 정보가 과감히 전사 공유된다는 점이다.

2. 규칙은 없지만 책임은 있다
정해진 규칙이 없다. 엄격한 출근시간이나 연차 사용은 15일만 가능하다거나 하는 규칙들 말이다. 휴가도 무제한이다. 승인 없이 1년도 가능하다. 한마디로 완전한 자율과 완전한 책임 문화를 통해 기업을 키우는 것이다. 이는 서로에 대한 높은 신뢰 때문에 가능하다. 이승건 대표는 “토스는 뛰어난 업무 역량과 높은 도덕성을 가진 구성원들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신뢰가 남다르다”며 “또 내적 동기가 강하기 때문에 누군가 지시하거나 명령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탁월한 실행과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최소화된 규칙과 절차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절차나 프로세스를 만들어 개인이 덜 실수하고, 덜 실패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그럼 개인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에도 한계가 생긴다는 것. 실패와 실수를 하더라도 절차와 프로세스를 없애서 그 사람이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최대화한다. 이것이 바로 토스가 최대한 자유롭고 수평적인 조직을 만드는 이유다.

사실 동료 간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쉽지 않은 작업이다. 왜냐하면 일을 하다 보면 “나는 이렇게까지 하는데 저 사람은 저 정도만 하네. 나도 그냥 하지 말아버릴까”라는 생각을 하며 동료를 무임승차자(free rider)로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이 잦아지면 신뢰는 사라지고 조직문화가 무너져 내리기 십상이다. 따라서 동료들을 힘빠지게 하는 구성원들을 빨리 솎아내는 데도 전력투구한다. 매니저도 없고, 규칙이나 절차도 없지만 결코 조직이 느슨하지 않은 이유다. 한마디로 토스의 문화는 스포츠팀과 유사하다.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업무 범위, 에너지, 시간을 스스로 조정하지만 마치 가족처럼 못 하더라도 잘할 때까지 도와주고 보듬어 주는 것은 아니다. 같이 일을 하며 ‘아자, 아자’ 기운을 북돋지만 그 사람이 더 이상 1군에 있을 실력이 안 되면 냉정하게 2군으로 내려보낸다. 즉, 회사의 신뢰를 잃게 된다. 높은 퍼포먼스를 내는 구성원들이 의욕과 동기를 잃어버리는 때가 힘 빠지게 하는 동료랑 일할 때라는 것을 알기에 나온 조치다. 어찌 보면 자유가 주어지는 대신 퍼포먼스에 대한 냉정한 책임이 뒤따르는 것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2군’으로 보내는 의사결정은 누가 내릴까. 바로 동료다. 토스는 동료평가 시스템을 운영하지는 않는다. 많은 기업이 360도 다면평가, 동료평가 등 갖가지 인사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한다. 하지만 동료평가는 ‘인기투표’가 되기 쉽고, 그렇다고 해서 동료, 매니저, 팀 차원의 평가를 혼합하다 보면 또 너무나 복잡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동료, 매니저, 팀 차원의 평가를 섞는 등 다양한 실험을 해봤다. 그 결과, 평가 자체가 애자일하지 않게 되는 부작용이 생겼다. 평가에 한 달을 흘려보내고, 평가 결과를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데 한 달 이상이 소요됐다. 결국 1년에 두 달 이상의 소중한 시간을 평가 프로세스 때문에 허비해야 했다. 그 결과 직원들의 동기를 올라가기는커녕 떨어졌다.” 이승건 대표의 말이다.

그에 따라 토스는 복잡한 정기 평가제도 대신 동료들의 ‘상시 피드백’을 유도한다. 사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동료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런 내용을 서류로 작성하려고 하면 시간도 오래 걸리는데다 점수로 측정하는 경우 오히려 동료에 대한 정확한 평가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 대한 동료들의 평가는 주관적인 듯 보이지만 가장 정확하다. 그래서 토스는 직원들끼리 수시로 일하는 방식과 성과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동료들의 평가를 느낄 수 있게 만든다. 피드백만 주고받는 게 아니라 경고도 날릴 수 있다. 같이 일하기 힘든 동료들에게는 HR팀을 통해 ‘스트라이크’를 날릴 수 있는 것. ‘스트라이크’는 대상자에게 직접 피드백을 전달해 문제점을 개선할 기회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았을때 주어진다. 야구에서와 마찬가지로 스트라이크 3번이면 아웃이다. 토스에서는 절차에 따라 적절성을 검토하게 되며, 3번의 스트라이크가 쌓이면 해고 절차가 시작된다. 한국에서는 아직 익숙지 않은 문화지만 이 대표는 스트라이크가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3번의 스트라이크를 받는 데는 아무리 빨라도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팀 이동 등 충분히 변화할 기회를 조직적으로 제공한다.”

내가 얼마나 팀에 기여하는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동료들이 평가의 주체고, 그들이 나를 빛내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주요 업무에서 밀려나 ‘모니터링’의 대상이 되게끔 만들 수도 있다는 얘기다. 주기적인 평가제도가 없음에도 이 동료 피드백 제도의 존재 자체가 직원들에게 충분한 동기부여를 주고 있다. 이 대표는 “실제로 대기업에서 온 많은 직원이 ‘누가 일을 시키지도 않는데 스스로 찾아서 일하게 된다’고 말한다”며 “건강한 의미에서의 동료들의 압박(peer pressure)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소통하며 빠르게 시도하고, 실패하면 또 바꿔서 시도하고… 이 같은 토스의 조직문화를 가능하게 한 것은?
‘토스’의 핵심 서비스는 단연 공인인증서 없는 쉽고 간편한 송금 서비스다. 송금할 금액을 입력하고 ‘받는 분’을 설정한다. 그 후 문자로 보낼 메시지를 입력하고 출금 계좌를 선택한 뒤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송금이 완료된다. 상대방의 연락처만 가지고 있다면 상대방이 토스에 가입돼 있지 않아도 얼마든지 돈을 보낼 수 있다. 킬러 서비스인 간편 서비스 외에 신용등급 조회 서비스도 인기. 2017년 2월 첫선을 보였는데 국내 최대 신용평가기관인 KCB와 제휴해 소비자들이 무료로 또 무제한으로 자신의 신용등급을 조회할 수 있게 했다. 통합 카드 조회 서비스도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보유 중인 카드를 카메라로 스캔해 간편하게 등록한 뒤 카드 여러 장의 사용 내역을 한 번에 실시간으로 조회하고 관리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이제 토스를 통한 소액 투자도 가능하다.

토스가 이렇듯 빠른 속도로 서비스를 확장해 나갈 수 있었던 데는 앞서 설명한 토스만의 조직문화가 큰 역할을 했다. 제품 기획자·디자이너·개발자 등이 한 팀을 이뤄 소통하며 서비스 기획부터 운영까지 모든 업무를 주관하다 보니 서비스를 빠르게 출시하고, 유저 피드백을 반영해 개선해 나가며 탄탄한 서비스를 구축하게 된 것. 토스 조직 자체도 일종의 ‘린 스타트업’을 지향한다. 일단 서비스를 출시한 뒤 반응을 분석해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거나 반응이 미미하면 과감하게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방식이다. 지금도 토스는 계속해서 부지런히 실험 중이다. 뛰어난 개인들이 수평적으로 소통하며 빠르게 시도하고, 도전하는 문화. 이런 문화를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1. CEO의 의지, 의지, 의지
사실 수평적인 소통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엄청난 노력을 요한다. 조직이 커지다 보면 일일이 어떤 이슈에 대해 논박을 하기보다 그저 절차와 지시에 따라서 일을 진행하는 게 쉽고 빠를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스타트업이 몸집이 커지면 원래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조직문화를 버리고 위계질서와 관료주의를 택한다. 어떻게 하면 계속해서 수평적인 조직을 유지하고 소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보다 가장 쉬운 길, 즉 시스템을 만드는 쪽으로 돌아서는 것이다.

하지만 토스는 여전히 시스템 대신 ‘사람’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 “스티브 잡스한테 ‘어떻게 혁신이 가능했느냐’고 물었더니 잡스가 ‘시스템으로 혁신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저 좋은 사람을 고용할 뿐이다’라고 답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어떻게 수평적인 조직이라고 문제가 없고 완벽할 수 있겠나. 하지만 가끔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시스템을 만들기보다는 힘들더라도 좋은 사람을 선택해 시행착오를 헤쳐나가고 싶다.” (이 대표)

이 대표의 확고한 의지는 인간에 대한 믿음에서부터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조직은 ‘인간은 일하기 싫어한다’는 기본적인 가정하에 조직문화를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수평적인 소통보다는 조직원들을 관리하기 위한 수직적인 위계질서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그러나 토스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가정 자체가 달랐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일하기 좋아한다고, 오히려 일을 하다가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게 토스의 생각이다. 따라서 회사의 역할은 직원들을 몰아붙이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일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해 ‘일의 즐거움’을 되살아나게 만들어주는 것이란다. 1억 원 무이자 전세 자금 대출, 사내 편의점 개설, 1인 1 법인카드 지급 등 경제적, 편의적 문제를 해소해주려는 노력이 이러한 신념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가정이 달랐을 뿐만 아니라 만들고 싶은 기업의 모델도 달랐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큰 기업’이 아니라 미래에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는 기업이 목표였다. ‘꾸준히 높은 성과를 내는 기업은 어떤 기업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기존 기업 문화는 오히려 인간이 성과를 많이 내지 못하도록 디자인돼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결국은 조직문화의 근본적인 혁신이 있어야만 다른 회사들이 갖추지 못한 문제해결력을 갖추고, 다른 회사들이 이룰 수 없는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확신이 선 뒤 토스는 계속해서 자신들에게 맞는 조직문화를 찾기 위한 실험을 벌여왔다.

혁신적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조직문화를 벤치마킹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겪었다. 절차와 프로세스를 만들어 개인이 덜 실수하고, 덜 실패하게 만들기보다 실패와 실수를 하더라도 절차와 프로세스를 없애서 그 사람이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최대화하는 것이 바로 토스가 수평적인 조직을 통해 추구하는 목표다. 그런데 2년 전 무렵 조직 내 수직적인 의사결정이 빈번하게 나타났다. 다름이 아니라 정보 공유가 제대로 안 되다 보니 수평적으로 디자인된 조직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자유로운 소통과 자율적인 의사결정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회사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보를 알고 있다면 마케팅을 할 때는 예산을 어느 정도나 쓸 수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착착’ 결정을 내릴 텐데 막상 자율적으로 하라고 해놓고 그런 정보가 없으니 오히려 어찌할 바를 몰라 자꾸 오래 다닌 사람에게 묻고 확인하는 상황이 연출됐던 것. 여느 조직처럼 마치 결재를 받듯이, 정보를 많이 가진 사람에게 묻고 확인을 받고 있었다. 그때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리 수평적으로 설계된 조직이라고 하더라도 수직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후 토스는 정보 공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금도 완벽하지는 않다. 대부분 전 직장에서의 경험이 있고, 이미 거기에서 배운 ‘불신’과 ‘정치’ ‘눈치’가 있다. 그런 경험들을 떨쳐내고 진정한 의미의 신뢰를 구축, 다시 즐거운 노동을 해보자고 설득하는 작업은 굉장한 도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토스는 이미 지난 4년 남짓의 시간 동안 자유로운 소통 속에 다른 기업들이 이룰 수 없는 혁신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기에 멈출 수가 없다고 말한다. 비록 힘들더라도 새로운 조직문화를 시도하는 과정이 회사의 성과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어내게 된 것은 사실 더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였다. 나는 새로운 시장 환경과 새로운 문화, 새로운 세대에 걸맞은 조직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미래 기업의 성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이 대표)

2. 수평적 소통의 원천은 ‘정보 공유’
토스는 각 개인이 각자의 위치에서 조직 전체에 가장 큰 임팩트를 줄 수 있고 가장 옳은 의사결정을 하도록 돕기 위해 사실상 거의 모든 정보를 전사적으로 공유한다. 보통의 회사에서는 팀장급 멤버가 정보를 어느 정도 독점하고 있고, 팀장의 독자적 판단에 따라 다른 팀원이 실무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정보 공유를 돕기 위한 인프라부터 다양하다. 그중 하나가 ‘토스 인사이트’. 토스가 서비스하는 제품들의 관련 지표, 지수가 3만∼4만 개 정도 있는데 이것을 매일매일 확인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컴퓨터 알고리즘을 활용,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변화들을 찾아내 그걸 ‘토스 인사이트’라는 이름으로 정리해 매일 배송해준다. 어제와 다르거나, 통상적인 범위에서 벗어난 변화를 컴퓨터가 판단해서 담당자들에게 메시지를 쏴주는 것이다. 매주 금요일 전사 구성원이 참여하는 미팅, ‘위클리 리뷰’도 소통의 장인 동시에 정보 공유의 장이다. 전사적으로 문제 제기할 내용들도 논의하지만 중요한 각종 정보도 이때 공유된다.

더불어 재무적인 상황도 판단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1인당 사용하는 법인카드비부터 현금 매출, 비용 등 각종 데이터를 메일로 전사에 공유한다. 따라서 회사의 매출이 어느 정도고, 어디가 잘하고, 어디가 못 하고 있다는 것을 모든 구성원이 다 알게 된다. 각 팀의 업무 상황도 위클리 메일로 공유한다.

이렇듯 정보를 전달하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만드는 물리적인 인프라 망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상호 신뢰다. “보통의 기업들에서 공개하지 않는 정보까지 공유해도 되나, 어디서 정보가 새거나 사고가 터지면?” 이런 생각을 구성원들이 하기 시작하면 정보 공유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토스는 ‘높은 수준의 정보 공유 인프라 구축’과 ‘상호 신뢰 구축’, 이 두 가지를 목표로 삼고 있다. 사내에는 아예 정보 공유만 담당하는 팀이 따로 있다. 6명의 개발자들이 정보 공유의 수준, 정보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를 디자인한다. 최종 목표는 의사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자연스럽게 직원들의 머릿속에 들어와 있게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어떤 정보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다’ 정도가 아니라 의사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다 머릿속에 이미 존재하게끔 하는 것. 사내 메신저를 받았든, e메일을 받았든, 사내 공유 게시판 모니터에서 보았든지 간에 말이다. 그렇게 되면 정보를 찾는 데 쓰는 에너지를 줄여서 솔루션을 찾는 데 쓰게끔 만들 수 있다는 게 토스의 생각이다.

3. 수평적 소통이 가능한 사람만 뽑는 까다로운 채용 시스템
이렇게 위계질서를 걷어내고 수평적인 조직을 만들고, 소통을 위해 최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대신 회사의 미션에 공감하고, 헌신하고자 하며, 정말로 믿을 수 있는 팀원만을 합류시킨다. 줄여 말하면, 우리는 믿고 모든 것을 맡기는 조직이니만큼 그에 어울리는 진짜 어른들만 제대로 뽑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채용 인터뷰는 까다롭게 진행한다. 팀 리더가 진행하는 1차 기술면접을 거쳐 2차 문화면접을 1시간 반∼2시간에 걸쳐 심도 있게 진행한다. 이 대표는 대부분의 문화면접에 직접 참여해 후보자와 대화를 나눈다. 사실 자유로운 소통과 책임이 모두에게 맞는 옷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주어진 지시에 따라 명령을 받으며 일을 하는 게 더 편하고 적성에 맞을 수도 있다. 결국 그런 사람들을 가려내는 것이 채용 인터뷰의 몫이다. 이 대표는 “아무리 비바리퍼블리카의 ‘자율’과 ‘책임’, 소통을 중시하는 문화를 공부하고 왔다 하더라도 1시간 반에 걸쳐서 일관되게 거짓말을 하긴 어렵다”라며 “인터뷰 단계에서 많이 걸러진다”고 말했다.

얼마나 스스로 동기부여하며 일할 수 있는 사람인가도 보지만 타인과의 소통·공감 능력 역시 주요 평가 요소다. 실제로 소통이 불가능한 인재라면 아무리 뛰어난 엔지니어라도 채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 때문에 가끔은 조직 내부에서 불만도 새어 나온다. 예를 들어, 개발을 너무 잘하는데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토스는 소통 능력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므로 활발하게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니 뽑지 않는다. 지금 당장 업무가 몰려서 너무나 바쁜 사내 엔지니어들 입장에서는 뛰어난 개발자를 커뮤니케이션 능력 때문에 뽑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그러나 그 같은 불만이 가끔 제기된다 하더라도 토스는 당장의 급한 업무 때문에 소통이 어려운 사람을 뽑지는 말자는 입장이다. 그만큼 커뮤니케이션이 능력의 ‘반(半)’이라고 본다. 이는 토스의 조직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앞서 설명했듯이 토스의 경우 상품별로 팀이 짜여 있고 안에 개발자, 디자이너, 애널리스트 등 각종 직군이 모여 있다. 이들은 매일 머리를 맞대고 제품에 대해 논의하고 협력한다. 어떨 때는 디자이너가 발의한 아이디어가, 어떨 때는 개발자가 발의한 아이디어가 선택된다. 이런 조직 구조에서 내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또 상대의 아이디어를 들어주고 피드백을 나누는 소통 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핵심 역량이다.

또 토스에서 자체적으로 ‘토스 안에서도 일 잘하기로 소문난 사람들’의 특징들을 문서로 정리한 적이 있다. 그렇게 정리를 하고 보니 그들에게서 공통적인 특징이 발견됐다. 하나는 ‘불편을 감수하는 용기’였다. 많은 사람이 싫은 소리를 하기를 꺼린다. 관계가 안 좋아질 수도 있으니 제대로 피드백을 안 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수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상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토스에서는 싫은 소리, 제대로 된 피드백을 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었다. 토스에서는 지금도 거침없이 솔직하게, 불편을 감수하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최대한 채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채용 인터뷰를 할 때 “구성원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다가 상사가 의사결정을 하는데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었다. 여기에 어떤 식으로 대응할 것인가”를 묻는다. 그리고 어떻게든 문제 제기를 한다는 사람들만 채용한다. 불편함을 감수하는 용기와 더불어 일 잘하기로 소문난 이들의 두 번째 공통점은 ‘책임’이었다. 거침없이 토론을 했으면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산적인 결과로 이어져야 했다. 토스는 이 같은 ‘책임지는 문화’를 확산하고 소통과 효율성, 생산성을 동시에 챙기기 위해 매 논의 주제에 대해 DRI(Direct Response Individual)를 정해 누가 해당 업무의 책임자인지를 확실히 한다. 그래야 토론이 더 효율적으로 진행될 뿐만 아니라 빠르게 결정되고 실행으로 옮겨진다는 것. 채용을 할 때도 그 같은 자질을 살핀다. 다른 기업들 같으면 ‘반골기질’의 직원으로 분류해 홀대할지도 모르지만 토스는 용감하게 문제 제기를 할 수 있고 그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들만을 채용하고, 대접한다.


DBR mini box : 이승건 대표가 말하는 ‘소통의 절실함’
“기업 문화, 밀레니얼들이 일하기 좋게 바꿔야”

점점 토스 조직도 커지고 있는데 지금과 같은 수준의 수평적 소통, 정보 공유가 계속해서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이 힘들고 피로도가 쌓이다 보니 기존 조직문화를 포기하고 관료주의, 위계질서를 받아들인다. 노력을 포기하고 소위 “이제 어른이 될 때다”라는 식으로 얘기를 한다. 하지만 나는 좋은 사람들을 계속해서 뽑고, 의지를 가지고 나아가면 굳이 조직이 커진다고 기존 조직문화를 포기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리와 유사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넷플릭스의 직원이 6000명이고, 스포티파이는 3000명이다. 심지어 넷플릭스는 헤드쿼터가 3곳이다. 시차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데 6000명이나 되는 조직의 문화가 유지되고 있지 않나.

왜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쉽게 수평적인 문화 구축을 중도에 포기할까.
가장 큰 문제는 수평적인 소통문화를 만드는 것이 팀의 핵심적인 경쟁력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 아직 낮다는 점이다. 조직문화의 힘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의 조직문화가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이 없다.


기존 세대와는 전혀 다른 가치 체계를 가진 밀레니얼들이 유입되면서 많은 기업이 갈등을 겪고 있는데 토스에서는 특별히 어려움은 없는가.
우리 회사는 구조 자체가 밀레니얼을 위해 설계됐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나이 많은 분들, 예를 들어 대기업에서 10∼15년 동안 일했던 개발자, 디자이너들이 여기에 적응을 못해서 힘들어한다. 대기업에서는 “까라면 까”식의 명령이 떨어지면 무조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게 있는데 우리 조직의 경우 공감이 이뤄지지 않는 사안은 아무도 실행하지 않으니까 쉽지 않은 것이다. 또 그들은 주니어 직원들을 가르쳐서 키우려는 성향이 있는데 우리는 일을 잘 못하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개인이 가르칠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거침없는 피드백을 주라고 한다. 이것을 두고 냉정하다고 느끼는 직원도 있는데 주니어들에게 ‘언제 성장하고 배웠는지’를 물어보면 90%는 스스로 시도하고 실패하는 경험을 통해 배웠다고 말한다. 거침없는 피드백을 통해 그들이 스스로 배우게끔 할 수 있다.

오히려 밀레니얼들은 우리 조직에 잘 맞는다. 밀레니얼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첫 번째는 공정성과 정의다. 그들은 불의와 불공정함을 참지 않고, 자신이 몸담은 회사가 도덕적으로 정당해야 회사를 위해 일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비전과 미션이다. 밀레니얼들은 가치 있다고 느끼지 않으면 일에 몰입하지 않는다. 세 번째는 참여감이다. 그들은 ‘이게 내 일이다’라는 개념이 있어야 일한다. 말만 자율이 아니라 진짜로 의사결정권과 오너십, 책임이 주어져야 한다.

다행히 우리 조직은 밀레니얼들이 중시하는 이런 가치들을 기반으로 조직문화가 디자인돼 있다. 밀레니얼들이 일하기 좋은 회사라고 자부한다. 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밀레니얼들이 일하기 좋은 조직이 되지 않으면 망한다고 본다. 지금 벤처업계에도 큰 세대교체가 있을 것 같다. IT 1세대와 2세대가 이끌었던 기업과 새롭게 성장한 우리 같은 기업은 문화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수평적 소통을 꿈꾸지만 권위주의적인 조직문화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 한국의 많은 기업에 조언을 해주신다면….
새로운 세대, 새로운 시장 환경에 걸맞은 기업 문화를 지금 고민하지 않으면 망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의 병리적 현상을 보면 대부분 왜곡된 기업 문화에서 나오고 있다.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는 윗세대들은 새로운 시대가 왔으니 다른 전략으로 조직을 운영해야 하는 것을 여전히 공감하지 못하고 예전 ‘패스트 팔로워’ 때처럼 일을 안 한다며 무작정 쪼고 있는데 그렇게 해서는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한 혁신이 나올 수 없다. 주니어 직원들이 오히려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기업가정신을 잃고 있지 않나. 이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나는 지금 이제 조직문화 변화를 위한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기업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달라져야 한다.


4. 소통을 지원하는 정교한 도구들
소통이 누구에게나 익숙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대기업에서 이직한 직원 중 일부는 토스의 끊임없는 소통을 버거워한다. “그냥 상사가 명령하고 그에 따르면 좋겠다”고 말이다. 따라서 이 같은 직원들에게 소통의 중요성을 납득시키고 “지치고 피곤하더라도 계속해서 소통하는 과정에서 생각도 못한 아이디어가 출현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고객들에게 미친 만족감을 선사할 수 있다”고 설득하는 것도 토스의 몫이다. 토스는 회사 차원에서 소통하며 일하는 이유와 그 방식에 대한 교육, 그리고 소통을 편하게 만들어주기 위한 각종 지원책을 운영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토스에 이직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다. 그들의 연착륙과 적응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세스와 세션이 있지만 이승건 대표가 직접 신규 입사 세션을 진행한다는 게 가장 큰 특징. 매달 1번씩 이 대표가 직접 6시간에 걸쳐 그달에 입사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토스가 왜 존재하고, 왜 이런 식으로 일하는지를 설명한다. 하지만 이런 교육보다도 더 직원들을 빠르게 적응시켜주는 것은 토스라는 ‘에코시스템’ 그 자체라는 설명이다. 170여 명의 직원들이 어떻게 일하고 소통하는지를 업무 중 직접 경험하면서 새롭게 합류한 직원들도 문화적 차이를 학습하고 일하는 방식을 이해하게 된다는 얘기다. “동료들과 부딪히고 어울리면서 배우는 부분이 가장 크다. 물론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하지만 퇴사율 자체는 국내 IT 기업들보다는 낮은 상황이다.” (이 대표)

여기에 더해 기본적으로 목표 설정부터도 개발자와 다른 여타 직원의 소통을 도울 수 있게끔 짠다. 인텔과 구글에서 많이 쓰이는 ‘OKR(Objective and Key Result)’이 목표 설정 시 사용되는데, 여기서 ‘Objective’는 가슴 떨리는 목표라면 ‘Key Result’는 이 비전이 실현됐을 때의 상황을 수치화한 것을 뜻한다. 예를 들면, 송금 팀의 Objective는 “간편 송금 시장을 점령한다”, Key Result는 “전체 간편 송금 시장 규모의 ○○% 차지”와 같은 식이다. 이른바 ‘문이과 통합 목표 설정법’이다. “간편 송금 시장을 점령한다”는 문구에 문과 출신들인 기획자들은 가슴 떨려 하고, 이과 출신 개발자들은 숫자를 보며 의지를 다진다는 것이다. 조직원들을 아우를 수 있는 목표인 셈이다.

각종 네트워킹 이벤트도 존재한다. 일례로 매주 수요일 진행하는 ‘콜라보 런치’의 경우 사내 직원들의 직군과 조직도를 컴퓨터가 판단해서 친밀도가 가장 낮은 사람들끼리 조합하는 알고리즘에 따라 함께 점심을 먹을 조를 편성한다. 재밌는 건 무작위로 짜면 친밀도가 2000점, 사람이 일일이 고려해서 직접 안 친한 사람끼리 골라서 조를 짜면 1700점가량이 나오는데 컴퓨터가 짜면 친밀도가 200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랜덤으로 짰을 때와 비교하면 친밀도가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정말 ‘안 친한’ 사람들끼리 밥을 먹게 만드는 셈이다. 기술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효율적으로 ‘약한 연결(weak tie)’을 찾아서 친해지게 만든다.

물론 토스의 조직문화가 완벽한 것도 아니고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조직문화에 ‘완성’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토스는 끈질기게 소통을 핵심 가치로 붙들고 있다는 점이다. 소통을 해야만 혁신도, 고객들의 ‘미친 만족감’도 가능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토스는 좋은 조직문화가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려 한다. 그들의 도전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동아비즈니스리뷰 266호 Brand Personality 2019년 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