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havioral Economics

평등과 정의로 안내하는 이정표는 ‘공평’

308호 (2020년 11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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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Equity versus Equality: Spectators, Stakeholders and Groups” by J. Konow et al. (2020, Journal of Economic Psychology)

무엇을, 왜 연구했나?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는 10여 년 전 한국에 소개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정의와는 거리가 먼 현실에 대한 자괴감과 정의에 대한 열망이 뒤섞인 복잡 미묘한 감정의 표현이었으리라. 사람들은 이해관계의 유무를 떠나 종종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정(Fairness)’을 요구한다. 하지만 공정은 동시에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복합적인 개념이다. 분배의 공정을 예로 들어보자.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똑같은 질과 양으로 나눠줘야 한다는 ‘평등(Equality)’의 개념일 수도 있고, 기여에 비례하는 분배나 보상을 뜻하는 ‘공평(Equity)’일 수도 있다. 따라서 분배의 공정을 논할 때 평등과 공평은 항상 라이벌 관계다. 기여가 모두 똑같은 경우(평등과 공평에 차이가 없음)를 제외하면 이 둘은 항상 충돌과 갈등을 유발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충돌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찾기 위해 많은 학자가 평등과 공평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와 선호를 탐구해 왔다. 독일 키엘대 코노 교수팀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일본의 오사카 근방에 소재한 대학 구성원 432명을 대상으로 평등과 공평에 대한 태도와 선호를 분석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주어진 상황에 따라 공정에 대한 평가를 달리함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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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실험은 생산과 분배의 두 단계로 이뤄졌다. 우선, 생산단계에서 참가자들은 두 개 방(X와 Y그룹)으로 나누어져 우편으로 발송할 편지를 쓰는 과업을 수행했다. 각 방에는 12명씩 참여했고 완성한 편지의 수 곱하기 1달러(미국 참가자) 혹은 150엔(일본 참가자)이 보상으로 주어졌다. 이렇게 개인별 보상을 끝낸 후 1) 제3자(Spectator) 2) 이해관계자(Stakeholder) 3) 외집단(Out-Group) 4) 내집단(In-Group) 등 4가지 방식으로 차별화된 분배를 시작했다.

우선, 제3자 방식과 이해관계자 방식에서는 X와 Y 각 방의 참가들을 한 명씩 뽑아 두 명이 한 팀을 이루게 했다. 이렇게 새로 12개 팀을 구성한 후에는 팀별로 서로의 수익을 공개한 후 합산된 수익을 재분배했다. 이때 이해관계자 방식에서는 각 팀의 X방 멤버가 자신과 Y방 멤버에게 총수익을 나누게 했고, 제3자 방식에선 제3의 그룹(Z)의 사람들이 수익을 배분하도록 했다. 특히 제3의 그룹 멤버에게는 배분 과업을 수행해 주는 대가로 10달러(미국 참가자) 혹은 1500엔(일본 참가자)을 줬다.

외집단 방식과 내집단 방식에선 X와 Y 방에서 각각 2명씩 차출해 총 4명(XA, XB, YA, YB)이 한 팀을 이루게 했다. 그리고 제3자나 이해관계자 방식과 달리 멤버 각각의 개별 수익은 공개하지 않고 팀별 합산 수익만 공개한 후 이를 재분배하도록 했다. 총수익에 대한 개별 멤버의 기여도를 알 수 없게 함으로써 구조적으로 평등에 가까운 선택을 하도록 하기 위한 실험 장치였다. 이때 외집단 방식은 X방 출신 2명(XA, XB)이 함께 의논해서 자신들(XA, XB)과 Y그룹(YA, YB) 멤버들에게 수익을 나누도록 했고, 내집단 방식에선 XA가 자신과 XB에게 분배하고 YA가 자신과 YB에게 분배했다.

연구 결과는 분배 방식 간의 차이를 여실히 드러냈다. 제3자 방식에선 X방 멤버에게 실제로 분배한 수익의 평균과 X방 멤버가 기여한 수익의 평균이 거의 같았다. 제3자가 내린 의사결정의 81%가 공평한 분배에 가까웠고 19%가 기여율과 상관없이 똑같이 나누는 평등한 분배에 근접했다. 이는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가 분배를 할 경우엔 공평 분배가 대세였다는 뜻이다.

내집단 방식의 경우 분배 결정의 49%가 평등 분배, 45%가 공평 분배에 가까웠다. 6%만이 같은 그룹 소속 멤버에게 한 푼도 주지 않고 자신이 모두 착복하는 이기적 행태를 보였다. 이는 소속 멤버와 수익을 나누는 경우, 좀 더 평등한 관점을 견지한다는 걸 보여준다. 이해관계자 방식은 제3자 방식과 내집단 방식의 중간에 위치했다. 57%가 공평 분배, 30%가 평등 분배, 13%가 이기적 분배 성향을 나타냈다. 내집단 방식보다 공평에 가깝지만 제3자 방식의 공평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외집단 방식은 설계대로 절대다수(83%)의 의사결정이 평등 분배에 가까웠지만 이기적 분배도 11%에 달했다.

결과를 종합하면, 이기적 분배 성향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평균 10%)을 보였지만 분배자 자신이 분배의 대상이 되는 경우와 비소속 멤버와 수익을 나누는 경우에는 강해졌다. 소속 멤버와 수익을 나눌 때는 이기적 성향이 덜해 소속 멤버를 향한 편파적 우호와 평등 분배 성향(진정한 의미의 평등 분배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3자 방식을 제외한 나머지 방식들의 경우, 분배자 자신 또는 동일 집단 소속 멤버에게 실제로 분배한 수익의 평균(총수익의 57%)이 평균 기여액(총수익의 49%)이나 평등한 분배액(총수익의 50%)보다 높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외집단 방식을 제외한 세 방식 모두에서 공평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와 높은 선호가 표출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미국과 일본 참가자들 사이에서 별 차이 없이 관찰됐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전 세계적으로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는 상황, 전염병으로 인해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분배의 정의는 초미의 관심사다. 누구나 정의로운 분배를 원하지만 해석은 제각각이다. 다행히 우리는 분배에 대한 의사결정을 공평하게 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특히 금전적, 집단적 이해관계가 의사결정에 관여하면 공평한 분배와는 거리가 점점 멀어진다. 제3자 방식(각종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인적자원)의 독립적 의사결정 과정을 적용해야 공평한 분배를 담보할 수 있다. 공평한 분배는 평등한 분배와 정의로운 사회로 안내하는 실시간 이정표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swkwag@sookmyung.ac.kr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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