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내믹 리질리언스: 민감성·민첩성’ 창조적 파괴 시대의 생존 필수 비법

220호 (2017년 3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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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2017년,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으로 떠오른 화두는 바로 ‘불확실성’이다. 특히 오늘날 기업들은 제품의 생산에서 유통 과정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촘촘히 연결된 네트워크 사회에 살고 있다. 이로 인해 밸류체인의 어떤 한 지점에서 발생한 위험이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은 우리 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시기에 기업들이 장착해야 할 덕목 중 하나는 ‘다이내믹 리질리언스’다. 이 전략은 ▶ 위기에 대한 경계심과 즉각적 대응력, 유연함 덕분에 예기치 못한 사건에 대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게 해주고 ▶ 위기에 대한 민감성을 극대화해 운영의 민첩성을 제고하는 효과를 낸다. 또한 ▶ 블랙 스완, 파괴적 혁신과 같은 중대한 변화가 발생할 때에도 경쟁회사와는 차별화된 전략적 행보를 가능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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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도 어김없이 ‘저성장’ ‘구조조정’ ‘붕괴’ ‘몰락’ ‘종말’ 등 무시무시한 키워드로 무장한 우울한 예측과 전망들이 봇물처럼 밀려들고 있다. 개인은 말할 것도 없고 거대 기업의 최우선 목표도 ‘닥치고 생존’으로 몰려가고 있는 형국이다. 일생에 한번 겪을까 말까 한 큰 사건과 사고는 이제 거의 상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1 그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 복잡성이 커져 이러한 현상과 상황을 설명하거나 분석하려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제 더이상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개인의 생존은 물론 기업 역시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워 뭔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기존 사고방식으로는 해석이 불가능한 유형의 사건이면서 발생 시 파급효과가 엄청난 사건, 즉 판도를 뒤바꾸는 극단적인 사건을 ‘X’2 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필자는 여기서 이러한 X를 무조건 부정하고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감내하고 적극적으로 활용, 대응하라는 의미로 ‘X를 경영하라(줄여서 X경영)’라고 명명하고, 특히 극한 비즈니스 환경하에서의 다양한 위기를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X경영 전략’을 위한 방법론으로 ‘다이내믹 리질리언스(Dynamic Resilience)’를 제안하고자 한다.

외부 충격을 받은 스프링이 강한 반발력으로 원래 상태보다 더 높게 튀어 오르는 것처럼 사업 중단 또는 존폐를 위협하는 위기를 극복해 원래의 상태로 회복하거나 또는 위기 이전보다 더 강한 경쟁력을 갖는 역량이 리질리언스(Resilience·회복탄력성)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여기에 ‘다이내믹’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전통적으로 위기대응의 방안으로 제시돼온 회복탄력성을 능가하고 위기 감지력을 극대화하는, 즉 빠른 기업의 감지, 예방, 대응 역량을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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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빠르게 발견하는 감지역량 기르기

사업을 하다 보면 물류 지연, 디지털 통신 중단, 일일 생산량 저하, 특정 작업장에서의 사고 등 다양한 일들을 경험한다. 이런 사고들은 선적을 지연시키거나, 고객과의 약속을 어기게 하거나, 생산성을 낮출 수는 있지만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리스크나 위기상황은 아니다. 체계가 잘 잡혀 있는 대기업에서는 이런 사건 대응에 능숙하다.

문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큰 충격과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다. 이러한 이벤트는 리스크 담당자를 포함한 어느 누구도 고민한 적 없는, 즉 위험을 살피기 위해 각 기업이 마련한 ‘레이더’에도 포착되지 않는 희귀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건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발생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관리자들의 관심사에 들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기업들은 리스크 혹은 위기를 관리할 때 발생가능성(probability)과 영향(impact)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런데 이 두 요소 못지않게 중요한 세 번째 요소가 있다. 바로 ‘감지가능성(detectability)’이다. 위기의 일부는 사전 모니터링으로 감지 또는 탐지를 할 수 있다. 물론 어떠한 경고나 징후 없이 발생하는 이벤트도 있다. 감지가능성은 시간이라는 차원이 가미되는데 파괴적인 이벤트가 발생할 것을 알게 되는 시점과 실제로 해당 이벤트가 발생하는 시점 사이의 시간으로 정의된다. 이벤트의 탐지 가능성은 양의 수치(+, 발생 전에 탐지), 제로(0, 탐지와 동시에 발생 또는 발생과 동시에 탐지), 음의 수치(-, 발생 후에 알게 되는)로 나뉜다.



비즈니스 속에 숨어 있는 블랙 스완에 주의하라

감지가능성 축은 네 개의 주요 부분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기업에서 전략적으로 시간을 가지고 준비할 여력이 있으며 주로 언론에서 언급되는 장기적 트렌드, 또 발생 직전 매우 짧은 경고를 주는 지진과 태풍 같은 이벤트, 경고 없이 발생하고 발생 즉시 인식되는 화재와 같은 혼란, 제품의 하자나 디자인 결함처럼 숨겨져 있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 인지되는 경우, 산업기밀 유출처럼 발생하더라도 한동안 전혀 알 수 없는 경우로 나뉜다. 특히 음(陰)의 리드타임을 갖는 감지가능성, 즉 ‘숨겨진 시간’이라 위험을 인지하게 되더라도 이에 대응할 수 없었던 기업 사례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기업 위기관리의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마텔(Mattel)사의 납 검출 사태를 보자. 결론적으로만 봤을 때 마텔은 매우 성공적인 대응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바비인형으로 유명한 이 기업은 장난감에서 납이 검출되는 위기 앞에서 최고경영자(CEO)인 밥 에커트를 필두로 빠르고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또 사태가 진정된 뒤 사후 재발방지 노력에 집중함으로써 다시 고객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사건의 이면에 다음과 같은 근본 원인이 있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공급업체와 관련된 치명적인 실수 탓에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던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2007년 초, 마텔은 오랫동안 거래해오던 페인트 공급업체의 페인트 착색제 부족으로 장난감 생산에 필요한 페인트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급히 인터넷을 통해 대체 공급업체를 찾다 납 성분이 없는 안전한 착색제를 제공한다는 업체를 발견했다. 페인트 작업자가 새로운 페인트에서는 이전 페인트와 다른 냄새가 난다고 보고했지만 공급업자는 생산이 지연될 것을 우려해 제대로 테스트를 하지 않았다.

이렇게 두 달 반 동안 마텔과 계약관계에 있는 중국 내 장난감 제조업체들은 대체 착색제가 함유돼 있는 페인트로 수백만 개의 장난감을 만들었다. 그리고 중국으로부터 전 세계로, 또 각국의 유통업체 및 소매업체를 통해 장난감이 배송됐다.

이후 2007년 7월 초, 유럽 소매업체를 대상으로 한 제품 안전성 테스트에서 일부 마텔 장난감의 페인트와 코팅 재료에서 납 성분이 검출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마텔은 즉시 완구 생산을 중단하고 원인을 조사한 뒤 2007년 8월 초, 83종 100만 개가량 제품을 전량 리콜했다. 다행히도 납 성분 페인트로 칠해진 장난감의 3분의 2 정도는 아직 소비자에 판매되지 않고 유통망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하기 전 약 2개월 반에 걸쳐 판매된 30만 개의 완구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에게 안전성을 경고하고 리콜조치를 취해야 했다.

이후 추가 테스트에서도 납 성분이 검출됐고 그해 가을 동안만 100만 개 이상의 장난감이 리콜됐다. 또 납 성분 페인트에 대한 연방정부의 규정을 위반한 대가로 230만 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했다. 리콜로 인해 마텔은 유통된 독성 제품을 식별·수집·폐기하는 물류 활동을 포함해 엄청난 비용 손실을 감수해야 했던 것이다. 리콜 사태로 인해 마텔의 브랜드 가치가 하락하면서 주가는 2007년 한 해 동안만 최대 25%나 하락했다.

지진은 발생하면 모든 사람이 알게 되지만 어떤 사건 또는 사고는 발생하더라도 초기에 잘 알려지지 않고 숨겨져 있는 경우가 있다. 식품 오염 사고가 대표적이다. 이때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 식중독 병원균의 배양 시간, 질병을 유발시킨 브랜드를 역추적하는 데 필요한 시간 등 일정 정도의 잠복기간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숨겨진 문제를 탐지하고 밝혀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그 결과와 영향은 더 크게 나타난다. 설계 오류나 품질 문제로 인한 제품 결함 같은 경우는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까지 고객의 사용기간 등을 감안할 때 매우 장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 또 일부 사건은 매우 은밀하게 문제를 유발해 탐지가 거의 불가능한, 즉 앞에서 언급한 대로 우리가 모른다는 것 자체도 모르는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요인(unknown unknowns)’일 수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이 바로 이처럼 알려지지 않은 위험들이다.

일부 사건은 매우 은밀하게 문제를 유발해 탐지가 거의 불가능한, 즉 우리가 모른다는 것 자체도 모르는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요인’일 수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이 바로 이처럼 알려지지 않은 위험들이다.

결국 위기 요인을 적시에 감지, 발견하려면 기업뿐 아니라 공급업체, 고객, 운송망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운영·환경상 사건들에 대해 적시에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교란 요인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이 사용하는 9가지 데이터 원천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3



1. 날씨를 모니터하라. 사업 연속성을 교란하는 가장 일반적인 유형의 교란 요인은 날씨를 살펴보는 데서 중요한 (고해상도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2. 뉴스의 흐름을 따라가라. 화재, 폭동, 인프라 고장, 정부 조치 등 또 다른 유형의 교란에 대해서는 뉴스 서비스 업체들에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3. 센서 데이터를 활용하라. 기업이 자체적으로 모을 수 있는 데이터도 있다.

4. 공급망을 모니터하라. 지역적인 생산과 수직적 합병 위주의 전략에서 글로벌 생산과 아웃소싱 위주로 변화가 일어나면서 글로벌 공급기반을 살펴봐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공급업체의 도산이나 전략 변화, 품질 불량,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고려하는 기업은 종합적인 공급기반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를 탐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5. 공급업체를 방문하라. 멀리서 위험을 발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설문 조사와 제3자 정보로는 막 시작된 교란이나 교란에 취약한 공급업체를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다. (EMC의 “신뢰하되 검증하라(trust but verify)” 접근법으로 공급업체에서 발생하고 있는 잠재 위기의 조짐을 포착.)

6. 속임수를 경계하라. 원부자재, 부품, 반제품의 품질 점검을 위해 정기적으로 실험을 진행해 불량이 없는지, 재료에 따라 희석됐거나 불순물이 포함된 것이 없는지 등 하자를 미리 점검한다.

7. 이력 추적 역량을 강화하라.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거나 뉴스에 나오지 않는 잠재 위기를 모니터링하고 통제하라.

8. 소셜미디어를 모니터하라. 세계 인구 중 60억 명이 휴대전화를 사용한다. 델(Dell Inc.)이 ‘소셜미디어 청취 센터’를 운영하는 것처럼 모바일을 통한 소셜미디어 활동을 모니터하라.

9. 규제의 변화를 추적하라. 정부 정책의 변화는 기업의 비용 구조, 입지 결정, 규제 준수 난이도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 미 증권거래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SEC)는 상장 기업에 대한 자사 제품에 사용된 분쟁 광물 정보를 공개)

더욱 복잡해지고 커져가는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기업들은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공급망을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고 용이하게 통제,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를 쉽게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다. 기업은 복잡한 공급망을 활용해 복잡한 제품을 손쉽게 제조할 수 있게 됐지만 정밀하게 조정된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충격을 받으면 복잡성이 높은 공급망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특히 복잡한 공급망은 상세한 BOM(자재명세서)과 이로 인해 공급망 내 더 많은 층이 존재하게 된다. 기업은 직접 거래하는 공급업체들(Tier1)에 대해서는 리스크를 관리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지만 2차, 3차 공급업체들을 직접 통제하기는 어렵다. 글로벌화로 인해 공급망의 글로벌화와 복잡성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예상치 못하는 변수들이 갑자기 공급망 전체를 중단시키는 치명적 위험을 끼칠 확률도 높아지고 있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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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리질리언스’를 장착하라

기업이 비즈니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예방, 감지, 대응’ 활동을 원활히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을 ‘기업의 회복탄력성을 위한 활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주의와 경계를 늦추지 말라’는 말은 잠재돼 있거나 발생 중인 현재의 사건사고에 대한 모니터링, 공급자 실태 조사, 공급자 설비 방문, 투입 화물 품질에 대한 평가표 작성, 자연 위험 모델의 분석, 기타 데이터 수집, 분석활동 등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리스크와 사건들에 대한 지식을 얻게 되며 이를 활용해 예방 및 대응에 나설 수 있다.

시스코(CISCO)의 임원들은 전 세계, 다른 시간대에서 일하는 직원들에 의해 매일 24시간씩 운영되는 사건모니터링 프로세스 덕분에 아침뉴스를 굳이 기다릴 필요가 없다. 시스코는 2시간 내 대응을 보장하는 단계적 확산 과정을 모니터링에 결합했다. 본사 현지시간으로 저녁 9시46분 발생한 2011년 일본 지진 당시, 시스코는 사건 40분 만에 중요성을 감지했으며 그로부터 17분 후 고위경영층에 이 사건이 보고됐다.



P&G나 월마트는 천재지변과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 시점부터 실제 발생할 때까지의 여유 시간 동안 다양한 조치들을 취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에서 재해가 생겨 사업에 차질이 예상되면 바로 재난지역에서 자산 및 재고를 안전한 곳으로 이전하고, 통제가 필요한 설비를 가동 중단시키며 기계 손상 및 위험물질 누출 방지 조치도 취한다.

조기 감지는 사업의 중단을 예방하는 중요 요소다. 공급 업체의 노사관계 악화, 급격한 규제 정책 도입을 앞둔 의회에서의 논란, 소셜네트워크상에서의 나쁜 소문 등을 통해 잠재적 문제를 빠르게 감지할 수 있다면 기업은 이에 대응할 시간을 벌게 된다. 즉 대체 공급자를 접촉하고 내부적으로 상황실을 마련해 문제 원인과 해결책을 찾고, 다양한 기관에 협조를 요청해 나쁜 소문의 원인을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이다.

보다 빠른 감지, 예방, 대응 역량을 의미하는 ‘다이내믹 리질리언스’의 특징을 통해 이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보고자 한다. (DBR Interview ‘요시 셰피 MIT대 교수 인터뷰’ 참고.)

DBR Interview

“학습하는 회복탄력적 기업 만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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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나 산업 전반에 걸쳐 만연돼 있는 불확실한 환경을 과연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 이 문제를 풀기 위한 혜안을 리스크 분석과 글로벌 공급망 관리, 시스템 최적화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요시 셰피 메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구했다. 셰피 교수는 세계경제포럼(WEF)의 글로벌 어젠다 및 글로벌 기업의 리스크 관리를 자문하고 있으며, 그의 주요 연구와 저서들은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등에서 자주 인용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10년 만의 역작 <무엇이 최고의 기업을 만드는가 : 리질리언스! 기업 위기 극복의 조건(원제 : The Power of Resilience: How the Best Companies Manage the Unexpected)>이 국내에 번역, 발간된 바 있다.

셰피 교수는 인터뷰에서 앞으로 현대 기업들의 흥망성쇠는 결국 얼마나 자신 있게 리스크를 통제할 능력을 갖고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하고, ‘리질리언스’를 성공 기업의 필수 조건으로 꼽았다.



2017년 들어 ‘불확실성’이라는 단어가 세계 경제, 비즈니스계에서 이전보다 더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 같다. 직접 자문하고 있는 글로벌 CEO들은 이와 관련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

오늘날 기업의 효율성은 매우 높아졌지만 위기에 대한 안정성은 무척 낮은 편이다. 쉽게 말해 그 어느 때보다도 위기에 취약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촘촘히 연결된 하나의 망 위에 글로벌 경제와 비즈니스의 모든 과정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위기 상황이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지만 복잡한 글로벌 및 로컬 공급망 어느 한곳에서 사건,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런 비즈니스 연결망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이 그로 인한 부침을 피할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위기 자체를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의 CEO들 역시 이러한 위기가 사업의 존폐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를 미리 감지·관리하고 신속히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을 최대 고민거리로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대혼란을 겪고 있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특히 조심해야 하는 리스크나 위기가 있다면. 그리고 이를 극복한 글로벌 기업의 사례를 든다면.

모든 사업 관련 위기가 지진이나 태풍처럼 가시적이고 발생 직후 즉각적으로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위기와 취약성은 복잡하게 얽힌 기업 비즈니스 환경과 공급망에 내재된 자재, 부품, 사람, 업체, 상호작용 등의 복잡성 사이로 스며들어 있다. 지난 ‘삼성 갤럭시 노트7’ 사태처럼 제품 디자인의 결함, 제조상의 오류, 하자 등이 제품 성능의 악화로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이런 경우 결함이 미치는 피해가 즉각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관리나 대응이 더욱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사후적으로 위기가 포착됐을 경우 감지의 리드타임은 음수(-)가 되는데, 특히 제품이나 부품 결함이 미치는 피해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심각하게 악화될 수도 있다. 결함이 발견됐을 때 문제가 된 부품이나 제품이 공급망에 더 많이 깔려 있을수록 폐기, 환불, 대체, 재생산에 들어가야 할 물량도 많아지고 근본 원인을 찾는 데에도 예상보다 긴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물론 최악의 경우는 원인을 찾는 데 실패하는 것이다.

2011년에 있었던 인텔 차세대 칩셋 제품 결함 사례(본문 기사 참고 - ‘쿠거 포인트 속도’)를 되짚어보자. 2011년 새로운 쿠거포인트 칩셋에서 하자가 발견되자 최대한 신속하게 600만 개에 대한 교체 작업을 실행했다. 또 인텔은 ‘아웃풋맥스(Output Max)’로 불린 내부적 토론포럼을 활용해 생산과 유통의 속도를 높였다. 이 대응 과정을 통해 인텔은 필요시 어떻게 더 신속히 반응할 수 있는가를 배우게 됐다. 한편, 속도가 최우선 과제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기대 수준도 다시 세워졌다. 인텔은 요즘 이 기준을 ‘쿠거포인트 속도’라고 부르고 있다. 이 사건은 속도와 민첩성의 향상을 지향하는 인텔의 현재진행형 진화에 있어 핵심적 요인이 됐다. 인텔 부사장이자 고객주문처리·기획·물류 부문 본부장 프랭크 존스는 본인과의 인터뷰에서 “쿠거포인트 당시만큼이나 신속한 다른 방법을 언제든지 발견할 수 있다”며 자신감 있게 말하기도 했다. 그는 제조 공정에서 4시간을 줄여 조기운송을 가능케 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이는 조직이 얼마나 리질리언트 한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볼 수 있다.



앞으로 비즈니스 성패를 좌우하는 차별화된 경쟁력은 결국 얼마나 리질리언트 한가에 달려 있다고 보나.

그렇다. 특히 기업 경영자들에게 ‘학습하는 회복탄력적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니체의 명언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 뿐이다”를 기업들 역시 구현해내야 한다는 말이다. 모든 개별적 사건, 사고, 훈련, 위기일발, 우발 사건에 대한 시나리오 기법의 적용 등은 회복탄력성을 위한 작은 활동들이다. 이것이 모여 기업의 경계심을 고취시키고 위기에 더 잘 대비할 수 있다. GM의 사례를 들어보자. GM은 지난 10년 동안의 대형 사건에 대해 알파벳을 활용한 프로젝트 이름을 부여했다. 예컨대 ‘프로젝트 D’는 2005년 델파이 파산 사태, ‘프로젝트 J’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프로젝트 T’는 2011년 말 태국 대홍수, ‘프로젝트 E’는 2012년 에보닉 공장 화재, ‘프로젝트 S’는 2012년 허리케인 샌디였다. 각 프로젝트는 위기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는 학습 기회를 제공했다. GM의 글로벌 차량엔지니어링 운영 책임임원은 “솔직히 프로젝트 D를 경험하지 못했더라면 우리는 더 많은 위기로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GM은 이런 위기를 통해 모든 상황에 대해 더 창조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을 익힐 수 있었다고 믿고 있다. 즉 개별 위기대응 활동이 축적돼 향후 더 나은 대응을 위한 기술과 방법을 제공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은 위기에 대한 조직 대응을 사후적으로 검토하고 분석한다. 이것은 두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사건 발생 후 즉시 수행하는 예비적 ‘강평’을 수행하고 이후 더욱 조심스럽게 분석하는 것이다. GM 측에 따르면 ‘프로젝트 E’가 발생한 후 이 회사는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공급업체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고 보다 빠른 정보를 내부적으로 공유할 수 있었다.


인터뷰=유종기 IBM Resiliency Services 실장/전문위원




첫째, 다이내믹 리질리언스는 위기에 대한 경계심과 즉각적 대응력, 유연함 덕분에 예기치 못한 사건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감지, 대응할 수 있게 해준다.

인텔 사례를 보자. 2011년 1월9일 인텔은 야심차게 출시한 차세대 칩셋을 선적하기 시작했다. 쿠거포인트(Cougar Point)라 불리는 제품으로 PC 제조사들이 인텔의 최신 마이크로프로세서를 PC 내부 하드디스크, DVD드라이브에 연결하는 데 사용했다. 1월 중순 약 10만 개의 칩이 제조됐을 때 문제가 있다는 보고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극도로 복잡한 다른 제품들에서와 같이 어느 정도의 고장이나 문제는 예상되고 있었다. PC 제조사, 칩제조사들은 고장률과 그 원인을 추적했다. 점점 더 많은 고장이 발생하자 엔지니어들은 쿠거포인트 칩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미 품질인증 및 신뢰도 테스트를 통과한 제품들이었지만 인텔은 보다 강력한 테스트를 다시 실시했다.

인텔은 디자인 업데이트로 인해 일부 PC와 랩톱 모델에 사용되는 칩의 6개 커뮤니케이션 채널 중 4개를 지원하는 핵심 트랜지스터에 작은 기술적 결함을 발견했다. 트랜지스터 미세층 중 하나가 너무 얇아서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오류가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 인텔의 척 멀로이 홍보 이사는 “칩이 있는 장치를 하루 이틀 사용한다고 문제가 발생하진 않는다. 하지만 2, 3년이 지나면 2∼5번 포트 회로의 기능이 퇴화하면서 대략 5∼20% 정도의 칩이 고장난다. 이것은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인텔이 2011년 1월31일 결함을 발표하자 칩의 배송 중단 및 리콜이 시작됐다. 인텔이 결함을 추적하고 심각성을 이해했을 시점까지 800만 개의 쿠거포인트 칩이 선적됐다. OEM 10여 개 사 이상이 피해모델 생산을 중단하고, 환불·교환 및 결함 칩 내장 컴퓨터 구매고객에 대한 기타 보상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했다. 당초 인텔은 결함으로 3억 달러 이익 감소와 결함 칩 교체에 따른 7억 달러 추가 비용 발생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신속한 대응 덕분에 이익 감소 우려는 현실화하지 않았으며 추가 비용도 반으로 줄었다. 이 사태를 해결한 후 인텔의 리스크 대응 속도가 긍정적으로 조명되기 시작했고 ‘쿠거포인트 속도’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민첩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둘째, 다이내믹 리질리언스는 위기에 대한 민감성을 극대화해 운영의 민첩성을 제고하는 효과를 낸다. 어떤 기업은 일상적 운영을 개선시키기 위해 위기 대응 방안을 활용한다. 수십 년간 20%를 상회하는 수익을 구가했던 P&G 여성용품사업부 역시 2008년 금융위기를 피해갈 수 없었다. 시장 및 구매 폭락을 예상하는 모든 데이터와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P&G는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긴축 경영을 선택하지 않고 이를 계기로 공급망을 완전히 바꾸는 공격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 했다. 공급망을 비롯한 절차의 개선에 집중함으로써 강력한 입지를 확보했고, 이것이 결정적으로 불황기를 벗어나는 기회가 됐다. 사실 이러한 전략적 행보에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때 그 어느 기업보다도 빠른 대체 생산능력의 준비, 생산 재개를 이뤄낸 P&G의 위기 공급망 관리 경험이 바탕이 됐다는 평가다. P&G는 철저한 가치흐름 분석(value-stream analysis)을 수행하기 위해 핵심 공급업체와 강력한 협업관계를 맺었다. 또 내외부적 통합 강화 및 신제품 출시를 통해 성장이 재점화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제품 전환능력을 키웠다. 이를 위해 새롭게 협력업체 포털을 구축하고 구매 계획 및 계약, 조달 정보를 ERP 시스템을 통해 공유했다. 그 결과 임직원 해고와 같은 구조조정 없이 제조생산성 20% 향상, 높은 고객서비스 수준 유지는 물론 지역 재고의 18% 축소, 자재 납기시간 50% 이상 축소, 총 배송 비용 12% 이상 감축 등의 성과를 이뤘다.5

셋째, 블랙 스완·파괴적 혁신과 같은 중대한 변화가 발생할 때에도 리질리언스는 실행기회를 제공하고 경쟁회사와는 차별화된 전략적 행보를 가능케 한다. 즉, 리스크 회피가 아니라 리스크에 숙달되라는 말이고, 이를 위해 다이내믹 리질리언스는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2013년 9월4일 중국 우시에 있는 SK하이닉스 공장에서 작은 화재가 발생했다. 공장 건물 2층에서 불꽃이 일어나 공기 정화장치를 타고 삽시간에 번져 3층 클린룸이 타격을 받았다. 불길은 1시간 반가량 만에 잡혔고, 인명 피해는 부상자 1명에 그쳤으며, 클린룸의 일부 기계가 불에 타고 곳곳이 검게 변한 정도였다. 하지만 반도체 공정의 가장 중요한 클린룸과 웨이퍼가 진화 과정에서 오염된 데다 연기가 주요 시설로 퍼져 피해가 커졌다. 클린룸 피해는 회사 구성원 모두가 처음으로 겪은 사고였고, 반도체업계에서는 우시공장 화재 복구에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회생 불능’ 관측까지 나돌았다. 실제로 사고 직후 우시공장의 웨이퍼 생산량은 평소의 절반 이하인 월 6만 장 수준까지 급감했고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수급이 깨져 D램 가격이 급등할 정도였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이 악재를 극복하고 3개월여 만에 팹6 운영을 정상화하며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우시 사고로부터 SK하이닉스는 위기 극복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고, 이를 기반으로 즉각 전사적인 리스크관리 체계를 강화했다.

전사적위험관리(Enterprise Risk Manage ment·ERM)를 통해 재정관리 등 기업 경영에 대한 리스크는 물론 운영, 준법, 혁신 및 성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리스크를 발굴, 관리했다. 특히 대내·외 현황분석을 통해 잠재적 위험이 있는 요인(Emerging Risk)을 도출해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7 이와 함께 전사, 캠퍼스, 부서 레벨로 구분해 비즈니스 연속성 계획을 수립하고 모의훈련을 실시하는 등 실행력 강화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시계 제로의 비즈니스 환경하에서도 남들과 달리 흔들림 없이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지 않고 굵직굵직한 전략적 행보가 가능한 배경에는 바로 ‘리스크 인텔리전트’ 하고 ‘리질리언트’ 한 경영체계 운영이라는 강력한 펀더멘털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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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세계에 대한 대응방안

‘창조적 파괴’의 속도는 상승하고 있다. 세상 모든 기업들에게 가장 크지만 잘 인식하고 있지 못한 위협 중 하나는 차세대 대박상품과 연례적 원가절감에 사로잡혀 스스로 정체하게 되는 위험일 것이다. 글로벌 경쟁, 기술적 진보, 변화하는 사회적 책임 기준, 규제 등에 직면하고 있는 기업은 진부화된 제품과 사업 부문을 교체하기 위해서라도 지속적으로 성장을 추구해야만 한다. 기업의 번성(thriving)은-블랙 스완과 창조적 파괴가 넘쳐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사실상 생존(surviving)까지-다이내믹 리질리언스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리스크를 활용해 ‘위기’가 판매, 시장점유, 이익의 증가를 가져오도록 만들 수도 있다. 기업에 있어 위기는 ‘불타는 갑판’ 없이는 가능하지 않았을 중대한 변화(조직, 공정의 개선 등)를 실행할 기회를 만들어준다. 특별히 잘 대비돼 있고 즉각 대응하는 기업은 덜 준비된 기업들이 할 수 없는 것들을 공급할 태세가 돼 있을 것이다. △경쟁자에 비해 학습·진화하는 리질리언트 기업되기 △위기 예방 더 잘하기 △더 효과적으로 파급 영향 줄이기 △위기 및 사업 중단 상황에서 희소 공급물량을 더 신속하게 통제하기 등을 통해 기업은 산업을 지배할 수 있다.

자연적·우연적·의도적 위기상황을 감지·예방·대응할 수 있는 기업은 공급의 지속성을 확보함으로써 히트제품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리질리언스는 예측할 수 없는 중단에 직면한 경우에도 경쟁할 수 있도록 기업을 도와준다. 조직 내에 경계성과 즉각적 대응력, 유연함 덕분에 예기치 못한 사건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리질리언스는 단순히 회복해 정상상태로 돌아오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리질리언스를 창출하는 활동들은 비즈니스 환경과 공급망의 양 방향에서 협력·조정·커뮤니케이션을 개선해낼 것이다.



유종기 IBM Resiliency Services 실장/전문위원 yjongk@kr.ibm.com

필자는 IBM에서 기업리스크 관리와 리질리언시 서비스를 담당하며 기업에 리스크 관리와 위기경영 컨설팅을 한다. 주요 역서로 <리스크 인텔리전스 : 불확실성 시대의 위기경영> <리질리언트 엔터프라이즈>와 <무엇이 최고의 기업을 만드는가 : 리질리언스! 기업 위기 극복의 조건)>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55호 Network Leadership 2018년 8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