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가 편한 검색이 생명' 초심 지켜, '여성 패션의 구글' 꿈꾸다

249호 (2018년 5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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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1100만 다운로드 기록한 온라인 쇼핑몰 검색엔진 지그재그의 성공 비결

1. 가장 심플한 서비스를 만들어 출시한 후 사용자 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능과 UX를 개선
2. 클러스터링에 의한 개인화 추천 기능을 여성 의류 쇼핑 환경에 맞춰 집요하게 구현
3. 수익모델 도입을 미루고 사용자(소비자와 쇼핑몰)로부터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끌어내는 방향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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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산업에서도 모바일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30∼40대 직장인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포털 뉴스를 보듯 많은 10∼20대 청년, 특히 여성들은 습관적으로 스마트폰 앱에서 옷, 화장품, 액세서리 아이쇼핑을 한다. 사고 싶은 스타일의 옷을 ‘찜’해두기도 하고 즐겨 찾는 쇼핑몰에 들어가 신상품을 둘러본다. 이렇게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쇼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개인이 운영하는 쇼핑몰이 연 매출 500억∼1000억 원을 넘기고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스타일난다, 육육걸즈, 임블리 등이 대표적이다. 요즘은 웹사이트 운영뿐 아니라 제품 배송과 재고 관리까지 외주가 가능해졌다. 진입 장벽이 낮으니 집에서 부업 삼아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람도 많다. 매일 수백 개의 온라인 쇼핑몰이 생겨나고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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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재그

● 회사명: 크로키닷컴
● 업종: 패션상품 검색 엔진
● 직원: 27명
● 매출 및 이익: 비공개
● 경영진: CEO 서정훈, CTO 윤상민, CMO 김정훈

연혁
2012년 2월 크로키닷컴 창립
2015년 2월 지그재그 베타버전 오픈
2015년 6월 지그재그 정식버전 오픈 (300개 쇼핑몰 입점)
2015년 12월 마케팅센터 사이트 오픈
2016년 1월 벤처캐피털 1차 투자 30억 원
2016년 2월 쇼핑몰 수수료 BM 도입. 2주 만에 철회(1000개 입점 쇼핑몰 중 500개)
2017년 5월 벤처캐피털 2차 투자 70억 원
2017년 12월 쇼핑몰 광고 BM 도입
2018년 5월 누적 다운로드 1100만, 월간 사용자 200만, 입점 쇼핑몰 3000개 

하늘의 별처럼 많아진 온라인 쇼핑몰을 모아서 한눈에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로 시작한 앱 서비스가 있다. IT 개발업체 크로키닷컴이 2015년 6월 출시한 앱 ‘지그재그’다.

지그재그는 물건을 팔지 않는다. 수수료도 없다. 이 회사는 ‘여성 패션의 구글’을 꿈꾼다. 전국에 있는 약 3000개의 온라인 쇼핑몰과 거기 올라오는 수백만 개의 상품을 쉽게 검색해주는 쇼핑 검색 엔진의 역할만 한다. 수익은 광고에서 낸다. 구글처럼 단순하게, 가장 빠르고, 가장 손쉽게 원하는 옷을 찾도록 수천 개의 쇼핑몰을 크롤링1 해주고 자동으로 큐레이션해주는 기능이 핵심이다. 2018년 5월 기준 누적 다운로드는 약 1100만 건, 월 활성 이용자는 200만 명인데, 이 200만 명의 일 평균 이용횟수가 무려 5회다. 이 정도면 습관 혹은 중독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2 2016년부터 벤처캐피털로부터 100억 원의 투자금을 받았고 2017년 12월 광고를 받기 시작하면서 곧바로 월 단위 흑자로 전환했다는 것이 이 회사 경영진의 말이다. 정확한 수치는 비공개지만 2018년 매출은 100억 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수많은 큐레이션앱이 범람하는 시장에서 지그재그가 검색 엔진으로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역설적으로 이 업체가 여성 패션에 남다른 지식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직원 절반 이상이 IT 개발자와 데이터 분석가이고, 경영진 3명 모두 남성이다. “어떤 상황이나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디테일하게 인지하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찾아내는 데는 자신 있다. 그것이 많은 사람이 얘기하는 ‘기술력’이 아닌가 한다.” CEO 서정훈의 말이다.

데이터 분석에 대한 집착, 그리고 ‘고객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모바일 쇼핑 산업을 새롭게 쓰고 있는 지그재그 사례를 집중 분석한다.

중견 기업에서 커리어를 쌓고 창업

지그재그 앱은 크로키닷컴이라는 스타트업에서 만들고 서비스한다. 스타트업이라고는 하지만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 서정훈과 윤상민은 모바일 업계에서 15년 이상 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서정훈은 컴퓨터와 디자인, 축구를 좋아했고 아주대 대학원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윤상민은 컴퓨터만 좋아했고 카이스트 전산학과 재학 시절부터 뛰어난 프로그래머였다. 이들은 각각 석사 과정을 마치고 2000년대 초반 휴대폰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디지탈아리아에 입사해 서로를 알게 됐다.

디지탈아리아는 휴대폰의 그래픽 유저인터페이스(GUI)를 만들어 삼성전자 등 휴대폰업체에 납품하는 회사였다. 서정훈과 윤상민은 핵심 인재가 됐다. 병역특례요원으로 입사했지만 의무복무 기간이 끝난 후에도 더 큰 회사로 옮기지 않고 이 회사에 남았다. 20대 젊은 직원에게도 능력에 따라 큰 기회를 주는 중견기업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는 편을 택했다.

서정훈은 다른 개발자들과는 달리 프로그래밍뿐 아니라 디자인과 대인관계에도 두루 강점이 있었다. 그는 개발자에서 팀장으로, 또 디지탈아리아 관계사인 신설 법인 ‘라일락’의 대표로 쾌속 승진했다. 2008년부터 약 4년 동안 라일락의 대표를 맡으며 직원을 7명에서 50여 명까지 늘렸고 누적 매출도 100억 원을 달성하는 등 눈에 띄는 경영수완을 보였다. 윤상민도 휴대폰 UI에 들어가는 핵심 그래픽 엔진 등을 개발하며 인정받았다.

회사에서 승승장구하던 이들에게 2010년대 들어 해일과 같은 변화가 밀어닥쳤다. 스마트폰 세상이 도래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가 휴대폰의 기본 운영체계로 자리를 잡으면서 모바일용 소프트웨어를 만들던 기존 업체들 간 구조조정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디지탈아리아도 마찬가지였다. 인수합병과 매각 소식 등이 들렸다. 대표직을 맡고 있지만 지분이 없는 월급 사장이었던 서정훈은 ‘나이를 더 먹기 전에 내 사업에 도전해보자’는 생각으로 창업을 계획했다. 그리고 윤상민을 찾아갔다. 그도 그런 분위기에서 회사를 옮길 때가 됐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두 명은 2011년 말 분당의 한 오뎅바에서 맥주를 마시며 창업을 약속했다.

2012년 2월, 이들은 자본금 1억5000만 원으로 크로키닷컴을 설립했다. 크로키는 정물이나 인물을 빠르게 스케치하는 미술기법이다. 크로키를 그리듯이 IT 트렌드를 포착해 창업 아이템도 빨리 기획해 빨리 실행하자는 뜻이다. 원래는 후배와 지인 등을 모아 6인조 팀으로 시작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막상 사무실을 빌려놓고 보니 온갖 핑계를 대면서 아무도 오지 않았다. 결국 책상 여섯 개가 놓인 강남역 오피스텔을 서정훈과 윤상민 둘만 차지하고 앉게 됐다. 이전 직장에서 대표 혹은 이사 타이틀을 달고 많은 부하를 거느렸던 이들에겐 조금 당황스런 상황이었다. 창업이 쉬울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막상 시작하니 어색한 기분도 들었다.

“빨리 회사를 키워서 더 큰 오피스로 옮기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피스텔을 임대할 때 부동산 분에게 ‘6개월만 쓰고 나가면 위약금을 내야 하나요?’라고 묻기도 했다. 그 오피스텔에서 4년이나 보내게 될 줄은 몰랐다.” 서정훈의 회상이다. 고생길이 시작되는 참이었다.

두 번의 성공과 실패

크로키닷컴이 최초로 착수한 사업 아이템은 스포츠팀 관리 앱이었다. 주말마다 축구를 할 정도로 축구를 좋아하며 동호인 클럽에서 주장을 맡고 있던 서정훈의 아이디어였다. 축구 동호회의 스케줄을 관리하고, 상대 팀을 찾고, 운동장을 잡고, 각종 통계를 기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이 핵심이었다. 엘리트 스포츠 중심인 한국에서는 스포츠 동호인용 앱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미국과 영국 등 스포츠가 생활화된 선진국 시장을 겨냥했다. 사업 아이디어에 자신감이 많았기에 개발 과정은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6개월 이상 공을 들여 베타버전을 출시했다. 앱의 이름은 ‘Teamable’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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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와 iOS용으로 만든 베타버전을 해외에 있는 지인들에게 앱을 사용해보라고 권했다. 하지만 사용하는 사람이 드물었다. 얼마 되지 않아 서정훈은 자신이 시장을 잘못 파악했음을 깨달았다. 2012년 당시는 선진국에서도 아직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OS를 쓰는 스마트폰이 그리 많이 보급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폴더형 휴대폰도 아직 많이 쓰고 있었고 블랙베리도 많았다. 그것도 모르고 ‘이제 스마트폰이 대세다. 좋은 앱을 만들면 쓰겠지’ 하는 생각으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용 앱을 만든 것이다. 게다가 고객층에 대한 이해도도 부족했다. 야외 활동과 스포츠 활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일수록 스마트폰 사용률이 낮았다.

서정훈과 윤상민은 왜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이런 앱을 만들었는지에 대해 자성해봤다. 결론은, 과거의 성공 경험에 발목이 잡힌 것이었다. 이들은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래 약 10년 동안 B2B 기업에서 근무하며 대기업에 납품하는 ‘미들웨어’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팔았다. 그 시절의 고객사였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비밀유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또 납품업체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았고 일단 납품해서 휴대폰에 설치된 소프트웨어는 추후 수정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납품업체들은 무조건 오류 없고 완벽하게 동작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했다. 그때 들인 습관 때문에 Teamable을 만들 때도 철저히 비밀을 유지하며 앱의 완성도를 올리는 데 전력을 쏟아부었을 뿐 시장조사에는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썼다고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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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과 고독함도 문제였다. “수십 명이 함께 일하면 뭔가 일이 하나 잘못돼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조용한 오피스텔에 단둘이 앉아 있다 보니 서로의 표정과 반응을 지나치게 살피게 되더라. 일이 잘 안 풀릴 때면 어두운 분위기를 헤어나기 힘들었다.” 서정훈의 말이다.

이대로는 본인들의 멘털부터 무너지겠다 싶었다. 서정훈은 전략을 수정했다. 오랜 기간 공을 들이고 있는 ‘Teamable’ 사업은 계속 진행하면서 이번에는 가볍고 빠른 ‘린’ 방식으로 앱을 만들어 일단 출시부터 해보자 마음먹었다. 그런 생각으로 뚝딱 만든 것이 ‘쿠키단어장’이라는 영어사전 앱이다. 스마트폰에서 영어단어를 드래그(drag)하면 바로 뜻을 알려주고 나아가 단어장에 자동 저장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개발엔 딱 3일 걸렸다. 앞뒤 따지지 않고 일단 앱스토어에 0.99달러짜리 유료 앱으로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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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어땠을까. 쿠키단어장은 바로 반응이 왔다. 단순하고 편리한 사용법 때문에 앱스토에 후기에 호평이 이어졌다. 첫 주부터 안드로이드 교육 분야 앱 상위 10위 안에 들어갔다. 매출은 크지 않았지만 어쨌든 이름은 알렸다. 언론 매체에도 보도가 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재빠르게 앱을 글로벌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앱의 이름도 해외 시장을 고려해서 ‘쿠키단어장’에서 ‘비스킷(Biscuit)’으로 바꿨다. 디자이너와 개발자도 추가로 뽑았다. 유명한 메모장 애플리케이션 에버노트(Evernote)와 연동하는 기능을 만들었고, 그 덕분에 2013년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에버노트 개발자대회에 초청받아 3위에 올랐다. 이게 끝이 아니다. 그해 11월, 정부의 창조경제 지원책에 따라 만들어진 ‘글로벌 K스타트업 프로그램’에서 대상에 선정됐다. 대번에 상금 1억 원이 통장에 꽂혔다.

애물단지 같았던 ‘Teamable’에서도 수익이 나오기 시작했다. 예전 직장에서 대기업을 상대로 영업을 자주 다녔던 서정훈이 그 경험을 살려서 나이키라는 대형 고객을 뚫은 것이다. 나이키는 마침 ‘나이키컵 237’이라는 전국 동호인 축구대회를 개최하면서 온라인상에서 경기 스케줄을 관리하는 앱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크로키닷컴은 나이키의 니즈에 맞도록 앱을 완전히 개조했다. 러닝 개런티 방식으로 계약을 맺었고 이 대회가 성황리에 진행되면서 3년간 총 6억 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이렇게 두 개의 앱에서 쏠쏠한 수익이 나오면서 당분간 숨 돌릴 여유를 찾았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직원 수는 늘어났는데 비스킷이나 Teamable이 지속적으로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비스킷의 경우 영어교육 시장의 포텐셜이 크긴 했지만 크로키닷컴의 임직원 누구도 이 산업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다. 별다른 발전 없이 놓아둔 채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는 참에 마침 옐로모바일그룹이 관심을 보여 왔다.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그들에게 앱을 매각했다. 스포츠앱 사업도 접었다. 매출의 한계가 뚜렷했다. 이 분야에서 가장 큰 기업인 나이키와 함께 일해도 연 매출 2억 원 정도가 한계였으니 더 이상 성장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다.

2014년 한 해는 크로키닷컴에 이른바 ‘스타트업 죽음의 골짜기(valley of death)’였다. 그동안 벌어둔 현금을 태우면서 이것저것 신규 아이템을 구상했지만 제대로 된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회사가 앞으로 나아가는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직원이 하나둘 빠져나갔다. 연말이 되자 다시 서정훈과 윤상민 둘만 오피스텔에 덩그러니 남았다.

물론 3년 전 상황과 비교했을 때 주머니는 두둑해졌다. 두 개의 앱에서 총 10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고 비용을 제외해도 5억 원 정도가 남았다. 그간 월급도 거의 안 받고 일한 공동 창업자는 그 돈을 나눠 갖고 깔끔하게 끝내는 길을 생각했다. 딱 한 번만 더 시도해보고 말이다.

‘북마크’에 꽂혀 만든 지그재그

서정훈과 윤상민은 다시 한번 자기반성 모드에 들어갔다. 스포츠 앱과 단어장 앱을 만들면서 자신들이 잘했던 점과 잘못했던 점을 분석해봤다. 장점은 확실했다. 세계 최대 휴대폰업체에 UX/UI 소프트웨어를 납품하던 개발자들답게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기획, 개발 능력에는 자신이 있었다. 잘못했던 점도 이제 눈에 들어왔다. 우선 해외 진출을 고집했던 것이 과욕이었다. 실리콘밸리에도 초청을 받고 잔뜩 기분을 내 봤지만 실제 매출에는 별 도움이 안 됐다. 또 너무 자잘한 업종에서 아이템을 찾은 것도 실수였다. 스포츠 앱이나 단어장 앱은 아무리 잘 해봐야 몇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기 어렵다.

자아반성의 시간을 거친 후 서-윤 콤비는 사업 방향성을 또 바꿨다. 이번에는 무조건 (1) 국내 시장에서 (2) 매출이 큰 산업 분야, 즉 의식주(衣食住)에서 기회를 찾아보자고 했다. 물론 그런 분야일수록 경쟁은 치열하지만 자신들만의 경쟁우위를 살린다면 이길 수도 있다고 봤다.

의식주 중에는 ‘의(依)’에 관심이 갔다. 2014년 당시 ‘식(食)’과 ‘주(住)’에서는 배달의민족, 직방 같은 모바일 서비스가 확고히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이에 비해 패션 분야는 아직 지배적인 모바일 앱이 없었다. 여성 의류, 특히 동대문 옷을 파는 개인 쇼핑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 시장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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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패션 업종에는 배달의민족이나 직방 같은 유명 모바일 플랫폼이 없을까. 서 대표가 동대문에서 의류사업을 하는 친구를 찾아가 물었다. 도매상인들이 IT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데다가 보수적인 성향 때문이라는 답이었다. 친구는 모바일 플랫폼 안에 동대문 도매상인들을 끌어들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도매가 아닌 소매상인들은 어떨까? 즉 동대문에서 옷을 떼어다가 파는 온라인 편집숍을 운영하는 사람들, 임블리나 육육걸즈 같은 개인 쇼핑몰들을 하나로 모아주는 플랫폼을 만들면 어떨까? 그 친구의 소개를 받아 이번에는 연 매출 약 100억 원을 올린다는 개인 쇼핑몰 운영자를 찾아갔다.

우선 어떤 채널을 통해 고객이 유입되는지를 물었다. 운영자는 대답 대신 자신의 PC 화면을 보여줬다. 일반적으로 개인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은 카페24, 메이크샵 등 전자상거래 전용 플랫폼을 사용한다.3 이런 플랫폼들은 쇼핑몰 운영과 결제 기능, 간단한 통계기능도 제공한다. 이 쇼핑몰 운영자는 카페24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통계를 보니 역시 네이버 검색을 통해 유입되는 트래픽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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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채널별로 따지면 네이버는 2위였다. 트래픽이 가장 많이 유입되는 채널은 ‘Bookmark’라고 적혀 있었다. 이건 어떤 채널이냐고 물어봤더니 별도의 서비스가 아니라 그냥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즐겨찾기(북마크)로 저장해놓고 들어오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아예 웹사이트 주소를 외워두고 필요할 때마다 주소창에 입력해서 들어오는 경우도 포함된 수치였다. 그것을 이 시스템에서 ‘Bookmark’라고 통칭해서 표현했다.

당연히 네이버 검색을 통한 유입이 1위일 것이라 생각했던 서정훈은 깜짝 놀랐다. ‘Bookmark’라는 글자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궁금증이 일었다. 그렇다면 여성 의류 소비자들은 북마크(즐겨찾기)를 해 놓을 수 없는 스마트폰 환경에서는 어떻게 쇼핑을 할까? 쇼핑몰 전체 매출에서 스마트폰을 통한 유입은 얼마나 될까? 이 질문에 쇼핑몰 운영자는 “빵프로”라고 답했다. 서정훈은 바로 택시를 타고 사무실로 달려와 컴퓨터를 켜고 1장짜리 시나리오를 그렸다.

“빵프로라는 그 친구의 답이 과장이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당시에는 모바일로 옷을 사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 것은 분명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머리에 전구가 띵하고 켜졌다. 단골 숍을 웹브라우저에 북마크해놓고 들어오는 소비자의 니즈는 분명히 있다. PC에서 모바일로 시장이 옮겨가면 과연 그 북마크에 대한 니즈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생각해봤다.” 또 거대 포털인 네이버가 패션 쇼핑 부문만 떼어서 북마크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을 거라는 계산도 있었다.

서정훈이 생각한 앱은 간단했다. 쇼핑몰 리스트를 클릭하면 해당 쇼핑몰로 이동한다. 즐겨찾기 등록이 가능하다. 이게 전부였다. 이렇게 앱을 만들어놓고 구석에 배너광고라도 붙여놓으면 2명의 월급 정도는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시장의 반응이 좋으면 나중에 다른 기능을 추가하면 되겠지 싶었다. 서정훈은 흥분했다.

윤상민은 흥분하지 않았다. “난 모르겠다. 우리는 기술회사인데 우리가 왜 쇼핑몰을 하니?”라고 답했다. 둘 중에서 그나마 패션에 관심이 있는 편이었던 서정훈은 어쨌든 딱 한 달만 해보자고 졸랐다. 베타버전을 내놓고 한 달 동안 지켜 후 반응이 나쁘면 깔끔하게 접겠다고 했다. 이들은 여대생 인턴을 고용해 네이버 검색 순위 상위 300개 쇼핑몰의 리스트를 만들었다.

앱의 이름과 로고도 정했다. 시간이 없으니 빨리 골랐다. 우선 앱의 이름은 ‘누구나 아는 단어면서 일상에서 너무 자주 쓰이는 단어는 아니어야 한다’는 게 서정훈의 생각이었다. 또 패션업계에서는 ‘Z’라는 글자가 세련돼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지그재그(Zigzag)라는 단어를 찾았다. 브랜드 색상도 잡았다. 여성용 서비스니까 여성의 설레는 마음을 담을 “블링블링 분홍색”이 어울릴 거라는 단순한 논리로 선택했다.

2015년 2월이었다. 아이디어가 나온 지 열흘 만에 베타버전이 앱스토어에 올라갔다. 사용자를 1000명만 받아보자는 생각으로 마케팅을 시작했다. 사촌 동생, 아는 동생 등 지인을 통한 홍보도 하고 페이스북 광고도 했다. 무료 앱이었으므로 다운로드 1000회 정도 모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한 달이 지난 후 초기 사용자 1000명 중 몇 명이나 남아 있을지(retention rate)를 보기로 했다.

한 달이 지났다. 둘이서 함께 앱스토어 통계를 열어봤다. 1000명 중 70%가 남아 있었다. 7%를 잘못 봤나 싶어 다시 확인했다. 크로키닷컴이 이전에 출시했던 앱은 한 달 유저 리텐션 비율이 5% 정도였으니 70%는 깜짝 놀랄 만한 수치였다. 사용자 리뷰도 많이 달려 있었다. 앱이 참 편리하다는 칭찬도 있었지만 ‘이런 허접한 걸 앱이라고 만들어 올려놨냐’는 비아냥거림도 있었다. 하지만 조롱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제대로 하려면 이런 기능도 추가해라’는 식의 코멘트가 이어지기 마련이었다. 앱 비즈니스에서는 무관심보다 악플이 백배 낫다. 좋은 신호였다.

정식 버전을 위한 기술 개발

베타버전에 대한 사용자 반응을 보자 꿈이 커졌다. 배너광고를 붙이는 식으로 섣부르게 수익화에 나설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보다는 한국 최대의 패션 포털 앱으로 키워서 최대한 많은 쇼핑몰과 최대한 많은 유저를 끌어모으고, 그 볼륨으로부터 가치를 창출하자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웠다. 사용자를 많이 모으기 위해서는 쇼핑몰 리스트만 보여주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각 쇼핑몰에 올라오는 옷들도 이 앱 안에서 한꺼번에 검색할 수 있게 해줘야 했다.

윤상민이 본격적으로 실력을 발휘할 시간이 왔다. 정식 버전에 들어갈 핵심 기술은 2가지로 압축됐다. 상품 정보를 자동으로 긁어서 가져오게 만드는 크롤링 기술, 유저별로 상이한 검색 결과와 광고 상품을 보여주는 개인화 기능이다.

1. 크롤링 엔진

매일 수천 개의 쇼핑몰에서 수십∼수백 건씩 올라오는 신규 상품을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업데이트할 수야 없다. 알고리즘으로 짜인 봇(bot)이 자동으로 돌아다니면서 상품 정보와 이미지를 긁어 와야 한다. 구글 검색 엔진처럼 ‘크롤링(crawling)’하는 것이다.

봇을 개발하기에 앞서 쇼핑몰들의 허락을 받고 ‘입점’시키는 게 우선이었다. 서정훈 생각에 쇼핑몰들이 마다할 이유는 없어 보였다. 공짜로 쇼핑몰을 홍보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선 예전에 만났던 100억 원대 쇼핑몰 운영자를 찾아가 입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물었다. 뜻밖에도 차가운 대답이 돌아왔다.

쇼핑몰 운영자는 이런 식으로 사업을 같이 해보자거나 어디에 입점해달라는 식의 요청을 하루에도 수십 건씩 e메일로 받는다고 설명해줬다. 돈을 잘 버는 쇼핑몰에 기생해서 수수료만 받아 챙기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쇼핑몰 업주 입장에선 방어적으로 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정훈은 잡상인 취급을 받은 것 같아 약간 기분이 상했지만 실제로 그 사람의 e메일 인박스를 살펴보고는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온갖 쇼핑앱과 큐레이션앱들의 제안서가 쌓여 있었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는 쇼핑몰이 갑이었다. 큐레이션 서비스는 을 아니면 병이었다.4

아무리 생각해봐도 쇼핑몰들을 검색엔진 안으로 자발적으로 끌어들일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이대로 물러나기엔 사업 아이디어가 너무 아쉬웠다. 남은 방법은 하나다. 이쪽에서 그냥 상품 정보를 긁어오는 것이다. 이 방법의 적합성을 검토했다. 변호사를 통해 이 방법에 법적 문제가 없을지 확인해봤다. 변호사들이 늘 그렇듯이 확답은 주지 않았다. 쇼핑몰들이 올리는 상품 정보를 허락 없이 가져오더라도 그것을 이용해서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그냥 보여주기만 하고 실제 구매는 해당 쇼핑몰 사이트에서 진행되도록 연결해주는 서비스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사실 우버와 에어비앤비, 풀러스 등의 사례에서 보듯 스타트업이 들어가는 전통 산업에서는 아직 온라인이나 모바일 플랫폼에 대한 법적 기준이 모호하거나 판례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크로키닷컴 역시 일단 서비스를 시작해보자고 생각했다. 다만 쇼핑몰 측에서 컴플레인이 들어오면 바로 그 쇼핑몰의 상품 정보는 내려준다는 정도의 방침은 세웠다.

크롤링 알고리즘 개발은 베타버전처럼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쇼핑몰들이 쓰는 플랫폼이 카페24, 메이크샵, 써머스, 고도몰 등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튜닝작업을 하는 데 플랫폼마다 약 일주일의 시간이 소요됐다. 이후의 앱 업데이트 과정에서 배송 정보와 결제 정보에 대한 정보를 긁어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플랫폼마다, 결제 방법마다, 결제 은행마다 결제창의 프로세스와 화면 구성이 다 다르기 때문에 크롤링이 제대로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일일이 세팅을 다르게 잡아줘야 했다.

“기술 자체가 어렵다기보다는 그 기술이 실제 환경에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관건이었다. 같은 크롤링 기법을 사용하더라도 이렇게 긁어오느냐, 저렇게 긁어오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하나하나 참을성 있게 맞춰가는 수밖에 없었다.” 윤상민의 말이다.

크롤링 기술을 적용해 개별 상품들의 정보를 앱 안으로 가져오니 소비자의 행동을 더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사용자가 지그재그 앱에서 맘에 드는 상품을 골라 클릭을 하면 해당 쇼핑몰 사이트로 넘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보면 그 사용자는 인앱 브라우저(in-app browser) 안에 남아 있는 상태다.5 이로써 엄청난 사용자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 유저가 각 쇼핑몰에서 무엇을 클릭하고 구매하는지, 또 배송번호는 무엇이고 어떤 상태인지까지도 앱 안에서 트래킹이 가능하다. 물론 쇼핑몰과 입점 계약을 할 때 이런 부분을 충분히 설명한다. 이름, 주소 등 민감한 개인정보는 분리해 데이터를 익명화하는 것은 물론이다.

2. 개인화 기술

각 쇼핑몰에서 긁어 온 상품정보를 사용자에게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도 중요하다. 인기도순, 최신상품순, 구매도순, 혹은 광고상품 우선순도 고려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네이버쇼핑 등 쇼핑 검색 서비스는 광고상품 우선이다. ‘원피스’ ‘스키니진’처럼 자주 검색되는 키워드의 경우 주요 위치에 노출되기 위한 광고료가 주 1000만 원 이상 하기도 한다. 크로키닷컴은 그런 전통적 방식이 사용자 편의성을 저하시킨다고 봤다. ‘패션의 구글’이라면 사용해서는 안 될 방식이다. 사용자는 어떤 검색 결과를 원할까? 광고상품 우선도 아니고, 남들이 좋아하는 옷 우선도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옷이 먼저 나오는 것이 가장 좋다.

크로키닷컴은 이를 위해 개인맞춤화 검색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최초 가입하면 나잇대를 입력하도록 한다. 최초 검색에서는 20대 초반 사용자에게는 캐주얼한 옷이, 30대 초반에게는 오피스룩에 어울리는 옷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보인다. 그다음부터는 어떤 쇼핑몰과 어떤 아이템을 더 많이 구경하고, 더 많이 ‘찜’하고, 더 많이 구매하느냐에 따라 사용자 정보가 업데이트된다. 클러스터링 기법을 이용해 ‘패션 나이’ ‘패션 스타일’ ‘선호하는 옷 모델의 스타일’ ‘자주 이용하는 요일, 시간대’ ‘구매율’ 등을 분석해서 그에 맞는 상품을 우선적으로 보여준다. 그 결과, 똑같이 ‘꽃무늬 치마’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더라도 사람마다 보이는 상품 리스트가 다르다. 심지어 같은 사람이 검색하더라도 어제와 오늘의 검색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그동안 그 사람이 앱상에서 어떤 행동을 했느냐에 따라 취향이 업데이트되고, 또 요일이나 시간대에 따라 상품마다 검색 알고리즘의 가중치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3. 트렌드 데이터 분석

개별 사용자의 데이터뿐 아니라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게 해주는 통계 역시 요긴하다. 수천 개의 쇼핑몰을 모아놓다 보니 막대한 양의 데이터가 쌓이고, 여기서 유용한 연관관계를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7년 봄에 ‘쉬폰’이라는 특성을 지닌 옷들이 좋은 반응을 보였다는 데이터를 뽑아낼 수 있다면 2018년 봄 시즌에도 그런 옷들을 더 자주 보여주도록 검색 알고리즘에 가중치를 줄 수 있다. 2017년 10월에는 ‘롱패딩’이라는 검색어가 치솟았다. 그래서 이들은 누구보다 먼저 롱패딩 유행을 예측했다.

간혹 엉뚱한 통찰을 발견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매월 1일에 온라인몰 매출이 급증하는 현상이 있다. 왜 그런지 궁금해 조사해보니 청소년이 많이 사용하는 휴대폰 간편 결제의 월간 상한액이 매달 1일 리셋되기 때문이었다. 또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매출이 뚝 떨어진다는 특징도 있는데, 이것은 주말에 택배가 쉬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당장 내일 물건을 받을 수 있어야 구매를 한다는 뜻이다.

페이스북 광고에 집중한 마케팅 전략

정식 버전 론칭을 앞두고 서정훈과 윤상민은 부족한 마케팅 역량을 보완하기 위해 전문가를 수소문했다. 삼성전자 마케터 출신인 김정훈을 소개받았다. 서정훈과 이름이 비슷한 김정훈은 역시 스타트업 창업자였다. 삼성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친구와 함께 4년여간 4개의 앱, 웹 서비스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었다. 온라인 교육 사이트, 문서 공유 서비스, 업무 협업툴, 병원정보 앱 등 경험해본 분야도 다양했다. 하지만 어느 것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하고 있던 차였다. 그는 지인의 소개로 서정훈을 만났고 지그재그의 마케팅에 대해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다가 아예 이 팀에 합류했다.

이렇게 구색을 갖춘 팀이 만들어지고 마침내 2015년 6월 상품 검색과 ‘찜’하기 기능까지 포함된 지그재그 정식 버전이 론칭됐다.

CMO 김정훈은 다년간의 B2C 앱 마케팅에서 쌓은 노하우를 발휘했다. 핵심은 퍼포먼스 마케팅이었다. 철저히 데이터를 보고 그에 맞게 메시지를 조절해가며 사용자를 늘리는 전략이었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의 배너 광고는 가격 대비 효율 측정이 어려워 고려하지 않았다. 앱을 깔거나 ‘좋아요’를 누르면 선물을 준다는 식의 이벤트나 광고효과 측정이 어려운 오프라인 홍보 이벤트도 하지 않았다. 지그재그는 마케팅 예산이 한정적이고 타깃 고객층은 확실하므로 짧고 빠르게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페이스북 바이럴 광고에 집중했다. 페이스북에서는 광고가 노출될 타깃군을 선택할 수 있고, 광고에 대한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해가면서 이미지와 문구, 집행비용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6 특히 앱 출시 초반에는 ‘지그재그라는 앱이 좋더라’는 식으로, 마치 실사용자가 후기를 쓴 것처럼 해서 보는 이의 궁금증을 유발하고 바이럴이 되게 만드는 스토리텔링을 유용하게 사용했다.

“20대 후반과 30대는 TV 광고에 나오는 브랜드 위주로 소비한다. 생각이 쉽게 바뀌지도 않는다. 이에 비해 10대부터 20대 중반까지의 소비자들은 학습능력이 뛰어나다. 워낙 궁금한 것도 많고 남아도는 시간도 많다. 또 학생들은 또래집단끼리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서 입소문이 빠르게 퍼진다. 그래서 바이럴 마케팅이 가장 효과적이라 생각했다.” 김정훈의 말이다. 철저히 젊은 여성층에 집중한 퍼포먼스 마케팅 전략은 초기 큰 효과를 봤다. 첫 주에 5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7 또 ‘연합 앱’ 형태의 페이스북 광고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연합 앱이란 각자 다른 분야의 앱 서비스들이 공동으로 광고를 하는 형식을 말한다. 예를 들어 ‘요즘 20대들이 많이 쓰는 앱 5가지’라는 제목의 광고를 만들고 그 안에서 패션, 부동산, 음식배달, 교통, 영화 관련 앱을 하나씩 소개하는 식이다. 광고라기보다는 실생활에 필요한 생활정보 같은 느낌이므로 읽는 이의 거부감이 덜하다. 광고집행비도 여러 회사가
1/N으로 나누므로 부담이 덜하다. 마케팅팀은 1년 후 4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한 후에야 트위터, 구글 등 다른 광고채널들도 조금씩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그재그 마케팅팀이 신줏단지처럼 모시는 지표는 앱 다운로드 수였다. 광고 클릭 수나 ‘좋아요’ 숫자, 팔로어 숫자 등은 대개 무시했다. 마케터의 개인 취향이나 직감도 배제하려고 애썼다. 아무리 느낌이 좋아도 데이터가 효과를 증명해주지 못하는 캠페인은 빨리 접었다. 또 앱을 이미 설치한 사람은 다음번 광고 캠페인의 타깃에서 제외해 광고효율을 높이고자 노력했다. 페이스북에서 제공하는 개발자키트(SDK)에 포함된 기능이다. “지그재그 오기 이전에 내 사업을 다 말아먹으면서 얻은 노하우들이다.” 김정훈의 농담이다.

지그재그 앱은 페이스북 광고를 본 10대와 20대 여성들의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퍼져나갔다. 하지만 CEO 서정훈은 좌불안석이었다. 쇼핑몰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쇼핑몰들은 자신들의 상품이 지그재그에 리스팅됐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을까. 서정훈은 조마조마하게 연락이 오길 기다렸다.

첫 2개월은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폭풍 전의 고요인가, 너무 조용해서 불안하고 초조해질 무렵 마침내 첫 콜이 왔다. 항의였을까? 아니었다. 쇼핑몰들의 광고를 대행해주는 온라인 광고대행사의 전화였다. 자신들이 광고를 대행하고 있는 쇼핑몰들의 고객 유입채널 통계에 ‘네이버 검색’ 다음으로 ‘Zigzag’라는 것이 자꾸 뜨기에 그게 뭔지 궁금해서 찾아봤다는 것이다. 광고대행사가 연락을 해왔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다. 서정훈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지나고 보니 쇼핑몰들에는 지그재그가 자신들의 상품 정보를 긁어갈지언정 매우 소중한 판매 채널이 됐다. 이전까지는 네이버 등 포털 검색에 트래픽 의존도가 너무 컸기 때문에 고객 유입 채널을 다변화할 필요성을 느끼는 업주들이 많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 포털의 경우 광고비를 많이 내는 순서에 따라 검색 결과를 배치하므로 규모가 작은 쇼핑몰일수록 불리했다. 빈익빈부익부 구조였다. 또 포털 광고는 대부분 온라인 광고대행사를 끼고 진행됐으므로 거기서 빠져나가는 수수료의 부담도 쇼핑몰들에 짐이 됐다. 이에 비해 지그재그는 수수료가 없고 쇼핑몰 규모에 따른 차별도 없었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호응이 좋았다. 몰 운영자 입장에서 항의할 이유가 없었다.

그때부터 지그재그팀은 쇼핑몰들과 정식 입점 계약을 맺기 시작했다. 지그재그의 모객 능력을 목격한 쇼핑몰들은 일사천리로 사인했다. 입점이라고 해서 특별히 돈을 내거나 추가적인 작업을 해야 하는 건 없다. 그저 지금까지 하던 대로 자신들의 쇼핑몰만 잘 운영하면 된다. 지그재그의 봇이 약 15분에 한 번씩 사이트마다 상품 정보와 이미지를 긁어가기 때문이다. 이로써 지그재그는 쇼핑몰들의 상품/구매 데이터를 얻고, 쇼핑몰들은 새로운 모객 채널을 얻는 윈윈 관계가 형성됐다.

쇼핑몰들과의 파트너십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정식 버전 론칭 7개월 후인 2015년 10월 쇼핑몰 운영자를 위한 통계/관리 사이트 ‘마케팅센터’를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DBR Minibox - 지그재그 서비스’ 참고.) 입점하는 쇼핑몰이 늘어날수록 ‘지그재그에는 쇼핑몰들이 다 있대!’라는 입소문이 퍼져 다운로드 수가 늘어났고, 다운로드가 늘어날수록 쇼핑몰도 더 많이 찾아오는 행복한 선순환이 시작됐다. 2015년 6월 300개로 시작한 쇼핑몰 리스트는 반년 만에 1000개로 늘었다. 2018년 1월엔 약 3000개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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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재그 서비스

1. 지그재그 앱
소비자가 수천 개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즐겁고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다. 검색, 쇼핑몰 즐겨찾기, 상품 ‘찜’하기, 쇼핑몰 가입 쉽게 하기, 배송 추적 등의 기능이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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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마케팅센터
마케팅센터(shop.zigzag.kr)는 쇼핑몰 운영자를 위한 관리/통계 사이트다. 지그재그에는 소비자만큼 중요한 고객이 몰 운영자다. 각 몰에 올라오는 상품 정보는 지그재그의 봇이 하루에도 수십 회 자동으로 긁어가므로 몰 운영자가 따로 업데이트할 필요가 없지만 몰마다 원하는 타깃이나 추구하는 패션 콘셉트 등을 설정할 수 있고 랭킹과 접속 추이, 매출 및 상품 노출도 등 각종 통계를 확인할 수 있다. 광고 상품의 노출도, 클릭률, 구매비율 등을 추적하고 광고비 집행을 조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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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지그재그팀의 센스가 또 한번 빛을 발했다. 경영진은 크고 유명한 쇼핑몰만 모아두는 것보다는 규모가 작더라도 개성이 있고 고객충성도가 높은 쇼핑몰들을 많이 입점시키는 ‘롱테일 전략’을 쓰는 것이 패션 검색 엔진, 패션 포털로서 지그재그가 가야 할 길이라고 봤다. 그러나 가뜩이나 남성이 다수인 지그재그 직원들이 직접 그런 신규 상점을 찾아내기 힘들었다. 그래서 유저들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앱 안에 ‘쇼핑몰 입점 요청 기능’을 만든 것이다. 사용자가 입력한 검색어에 해당하는 쇼핑몰이 지그재그에 없으면 자동으로 ‘쇼핑몰 추가 요청하기’ 버튼이 뜬다. 직원들은 사용자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 쇼핑몰 순서로 연락을 해서 입점을 제의했다. 그것만으로도 요즘 뜨는 몰은 웬만큼 다 커버할 수 있었다. 앱에 간단한 기능 하나를 더해서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직원들의 수고도 확 줄여줬다.

수익 모델 도입의 시행착오

스타트업 업계는 소문이 빠르다. 벤처캐피털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빅데이터가 제2의 석유’라는 업계 분위기에서 지그재그는 여성 패션에 대해 엄청난 양의 시장데이터를 모으고 있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쇼핑몰을 위한 ‘마케팅센터’ 사이트를 오픈한 지 한 달 만인 2016년 1월, 알토스벤처스가 30억 원을 투자했다. 첫 번째 벤처캐피털 투자치고는 이례적으로 큰 금액이다.

바로 다음 달, 지그재그가 입점 쇼핑몰에 대한 수수료 정책을 발표했다. 소비자가 지그재그 앱을 통해 쇼핑몰에 들어가 물건을 사는 경우 5%의 수수료를 받겠다는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유료화 정책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벤처캐피털 투자자들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도 자신의 머릿속에 있었던 것 같다고 서정훈은 말한다.

쇼핑몰의 반발은 당연했다. 당시 입점해 있던 1000여 개의 쇼핑몰 중 절반 정도가 계약을 거부했다. “너희는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정말 실망이다”라는 소규모 쇼핑몰도 있었고, “지그재그를 통해 유입된 트래픽이라고 해서 지그재그 없으면 절대 오지 않을 고객이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라며 화를 내는 업주도 있었다. 어찌 됐든 회사엔 뭉칫돈이 들어왔다. 2주 만에 수억 원이었다. 상위에 랭크된 100개 쇼핑몰 중에서는 69개가 잔류했고 이들 중에는 경쟁 쇼핑몰 수가 줄어들며 오히려 매출이 몇 배 오른 경우도 있었다.8

그대로 가면 큰돈을 벌 수 있었고 어쩌면 떠났던 쇼핑몰들도 다시 찾아올 수 있었겠지만 사용자들의 실망감이 마음에 걸렸다. 그때까지는 ‘지그재그에 가면 모든 쇼핑몰을 다 볼 수 있다’는 것이 사람들을 모았던 매력포인트였다. 하지만 수수료 도입으로 인해 많은 쇼핑몰이 떠나는 바람에 그 매력을 잃었다. 앱스토어 리뷰나 전화, e메일을 통해 아쉬움을 전해오는 소비자도 있었다. 당장 사용자 수가 급격히 줄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는 모를 일이었다.

당시 CEO 서정훈은 연휴를 앞두고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가 복사뼈가 부러져서 병원에 누워 있었다. 그러나 상황이 상황인 만큼 퇴원을 일주일 앞당겨 목발을 짚고 회사에 나왔다. 팀원들과의 회의 끝에 그는 ‘롤백’을 결정했다. 쇼핑몰들에 사과하고 받았던 수수료를 전부 돌려주기로 했다. 회계처리 하느라 밤을 꼬박 새웠다.

“업계에서 실패했다는 낙인이 찍힐 것도 걱정이 됐고, 자존심도 상했다. 그래도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용자가 없으면 우리도 없다. 우리 사업의 본질은 사용자가 쇼핑을 하기 좋은 포털을 만들자는 것이지 e-커머스를 하자는 게 아니지 않은가 반성했다.” 크로키닷컴 경영진이 시장에 대해 한 수 배운 사건이었다.

개인 맞춤 광고 도입

유료화는 미뤄졌다. 수수료 환불을 끝내고 2016년의 나머지 시간은 입점몰 수와 사용자 수를 늘리는 마케팅과 앱 사용성 개선에 집중하며 보냈다. 돈을 한 푼도 벌지 못하는 회사지만 사용자 수가 늘고 더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며 자본시장의 관심은 더 커졌다. 2017년 5월, 스톤브릿지캐피털과 알토스벤처스가 각각 50억 원과 20억 원을 지그재그에 추가 투자했다. 이로써 외부 투자금이 총 100억 원에 달했다. 월 이용자 100만 명, 월 거래액(지그재그를 통해 유입되는 쇼핑몰 매출액) 100억 원을 돌파한 시점이었다. 직원은 아직 열 명 남짓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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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하반기는 전 직원이 새로운 유료화 모델을 준비하는 기간이었다. 2016년의 실패를 되새겼다. 이번에는 쇼핑몰에 불편을 주지도 말고 사용자의 편의성도 양보하지 말자는 원칙을 세웠다. 답은 광고였다.

배너광고나 상품광고는 안정적인 매출을 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용자들에게 불편함도 준다. 광고주의 부익부빈익빈 효과도 크다. 따라서 구글 같은 검색 엔진을 표방하는 지그재그로서는 광고를 어떻게 만들고 배치해야 사용자에게 거슬리지 않을지, 또 광고를 내기 어려운 중소 쇼핑몰들에도 피해가 가지 않게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수많은 회의와 테스트 끝에 정해진 것은 앱 초기 화면에 해당하는 ‘상품 검색’ 페이지 검색창 아래에 광고상품들을 배열하자는 것이었다. 다음과 같은 방침이다.

― 광고비는 고정이다. 즉 돈을 더 낸다고 상단으로 올려주지 않는다.
― 광고가 노출되는 순서는 사용자마다 개인화되고 랜덤 요소가 적용된다.
― 광고를 내지 않는 쇼핑몰도 광고 이외의 영역에서는 차별하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똑같은 광고가 자꾸만 보이는 일반적인 인터넷 광고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광고 페이지에서도 사용자의 성향과 맞는 상품만이 보이므로 광고주와 사용자 모두의 만족도가 높았다. 상단 아이템의 경우 노출 대비 클릭률이 5∼7%에 이르기도 한다. 비딩 방식으로 노출 순위가 정해지는 일반 쇼핑몰 광고에서는 보기 힘든 수치다.

마지막으로, 지그재그는 소규모 광고주를 위한 안전장치를 하나 더 마련했다. 품질 측정 테스트다. 모든 광고 상품은 우선적으로 1∼2시간 동안의 품질 측정 테스트를 거친다. 이 시간 동안 상품은 광고 페이지에서 무작위로 노출된다. 이때 사용자들이 얼마나 많이 클릭을 하느냐에 따라 인기상품(초록색), 보통상품(노란색), 비인기상품(빨간색)으로 표시된다. 비인기상품의 경우 해당 광고주가 광고 집행을 취소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먼저 지그재그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광고 노출 횟수를 줄여준다. 괜히 인기도 없는 상품이 노출만 많이 돼서 광고비가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2017년 12월 론칭한 개인맞춤형 광고 모델은 앱에 안착했다. 사용자들의 반발은 거의 없었다. 페이지 오른편에 작은 글씨로 ‘SPONSORED’라 적혀 있기는 하지만 워낙 맞춤화된 리스트가 자연스러워서 이 페이지가 광고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사용자도 많다. 쇼핑몰은 쇼핑몰대로 광고상품에 관심이 있을 만한 타깃에게만 집중되는 고효율 광고를 집행할 수 있어서 좋다. 또 광고를 내지 못하는 소규모 쇼핑몰들도 기존의 즐겨찾기 기능과 검색 기능을 통해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다.

지그재그의 광고 매출은 아직 비공개이지만 경영진은 고무된 표정이다. 서정훈 CEO는 “시행 첫 달부터 월간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앞으로 투자를 더 받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2018년 전체로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데이터 중심의 의사결정을 위한 조직문화

수익 모델 도입 과정에서 살펴봤듯 크로키닷컴은 항상 사용자가 편리해지는 방향으로, 또 구체적 데이터에 의거해서만 의사결정을 내리는 문화를 갖고 있다. 소비자에게 보이는 부분은 심플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단순한 서비스일수록 보이지 않는 뒷단의 노력은 더 많아야 한다는 주의다. 서울 강남역 인근의 지그재그 사무실에서 진행한 3회의 임직원 인터뷰에서 확인한 이 회사의 조직문화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1. 모든 프로젝트의 교집합에 데이터팀이 있다

인사 담당 이유진 매니저의 표현이다. 크로키닷컴 임직원은 담당 업무에 관계없이 데이터 위주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훈련받는다. CEO 직속으로 데이터팀이 있고, CEO든, 마케터든, 디자이너든 업무 관련 의사결정을 내릴 때는 사내 데이터 사이트에서 뒷받침하는 데이터를 제시해야 한다. 스스로 구하지 못하는 데이터는 데이터팀과 의논해서 구한다.

이를 두고 서정훈 CEO는 화장실 비유를 한다. 일반적으로 화장실은 구석에 배치되지만 실생활에서는 화장실이야말로 구성원들의 접근성(엑세스)이 가장 좋아야 하는 공간이다. 그는 8각형으로 생긴 넓은 공간 한가운데에 화장실이 있던 호텔 스위트룸을 구경한 적이 있다고 한다. 화장실이 중앙에 있고 화장실 주변으로 침실과 거실, 부엌, 파우더룸 등이 원형 배치된 구조였다. 실내 어디에서든 한 번에 화장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회사 내에서는 데이터팀이 이런 중심 거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빅데이터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라고는 해도 여전히 많은 기업에서 데이터 계량분석 관련 부서는 아직 골방 신세다. 타 부서로부터 협조요청이 들어오면 일단 ‘그건 안 된다’ ‘바쁘니 기다려라’며 부정적으로 말하는 경우도 많다. 타 부서 일을 도와줘봐야 고맙다는 얘기도 듣기 어렵다 생각한다. 크로키닷컴의 문화는 다르다. 이 회사 데이터팀은 자체적으로 업무를 주도하기도 하지만 타 팀의 요청에 적극 협력한다. 타 팀의 주요 의사결정 회의에도 거의 참석한다.

크로키닷컴 입사 전 2곳의 스타트업을 경험한 박인성 데이터분석가는 “여기는 데이터팀이 일하기 좋은 곳이다”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마케터들은 숫자보다 자신들의 감과 경험을 더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그재그에서는 마케터가 최종적으로 데이터를 통해 자신의 직감을 검증받고 싶어 한다. 데이터팀 입장에서도 그렇게 데이터를 통해 확인하려는 사람의 요청을 받으면 그걸 마다할 이유가 없다.” 즉, 누구나 데이터를 존중하는 분위기다. (‘DBR Minibox Ⅱ: A/B 테스트를 신봉하는 조직’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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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테스트를 신봉하는 조직

지그재그팀은 서비스 기능이나 디자인을 업데이트할 때 수천∼수만 명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A/B 테스트를 즐겨 사용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경영진과 개발자들이 패션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CTO 윤상민은 “옷에 대해 잘 알면 좋긴 하겠지만 잘 모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인사와 홍보를 담당하는 이유진 매니저도 동의한다. “C레벨 3명이 모두 남성이고 여성 패션을 잘 모르다보니 여성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을 잘 잡아내서 모바일로 풀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만든 서비스가 여성 유저들에게도 더 편리하게 다가온 부분이 있다.”

예를 들자. 쇼핑몰 업계에서는 옷의 이미지가 최대한 크게, 예쁘게 보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상품 설명에도 온갖 미사여구가 붙는다. 지그재그팀에게는 그런 선입견이 없었다. 옷도 하나의 상품이라고만 생각했다. 자신들이 패션 전문가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실제 유저를 대상으로 하는 A/B 테스트를 통해서 데이터를 확인한 다음 손톱만큼 작은 사진 1∼2개와 짧은 제품명, 가격만을 노출하기로 결정했다. 가격에 붙는 ‘원’이라는 글자도 뺐다. 그 밖에도 폰트 크기, 사진에 테두리를 두를 것인지 여부, 검색결과에서 몇 개의 상품을 보여줘야 할지 등도 모두 A/B 테스트를 통해서 정했다.

2017년 12월 광고 페이지를 도입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광고를 2열로 배치하자는 안과 3열로 배치하자는 안이 나왔다. 전체 사용자의 5%를 대상으로 A/B테스트가 진행됐다. 물론 앱스토어의 자동 업데이트 기능을 사용하므로 사용자들은 본인들이 테스트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테스트 결과 나온 데이터에서는 생각지 못했던 문제점이 보였다. 광고를 줄당 2개씩 배치하든, 3개씩 배치하든지 간에 최상단에 놓인 상품들에만 클릭이 집중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둘째 줄부터는 클릭 수가 현저히 떨어졌다. 이렇게 광고의 위치에 따라 클릭률의 변동이 크면 위치 관계없이 고정된 금액의 광고비를 받는 지그재그 방식에서는 문제가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맨 윗줄에 작은 사진을 3개 보여주고 그 아래부터는 큰 사진으로 2개씩 배치하자는 것이었다. 다시 A/B 테스트가 실시됐다. 사용자가 이 독특한 배열에 익숙해지는 시간까지 고려해서 한 달 동안 데이터를 관찰했다. 그 결과 가설이 입증됐다. 맨 윗줄의 작은 광고 3개와 그 아랫줄의 큰 광고 2개의 클릭률이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 이 데이터를 보고 난 다음에야 개발팀은 광고페이지가 3-2-2 배열이 되도록 모든 사용자의 앱을 업데이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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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팀과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지그재그에선 무언가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앱의 디자인 등을 바꾸려 할 때 개발팀이 피곤한 얼굴을 보이며 ‘그건 하기 어렵다’고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서 대표는 디자인팀에게 ‘개발 가능성은 신경 쓰지 말고 최대한 이상적인 디자인을 하라’고 주문한다. 그리고 난 다음에 그것을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기 위한 해결 방법을 개발팀과 함께 찾아보자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을 주도적으로 찾아서 하기보다는 주어진 일만 잘 처리하겠다는 사고를 가진 사람은 사내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2. 바쁜 건 자랑이 아니다

스타트업에서는 주당 70∼80시간 일한다는 무용담이 들리곤 한다. 지그재그에선 야근이 자랑이 아니다. 고객에게 가장 효율적인 쇼핑 검색 엔진을 제공하는 것이 회사의 본분이라고 여기듯이 직원들 역시 가장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고 경영진은 요구한다. 예를 들어 고객 서비스 담당 직원이 PC 화면에 카카오톡 창을 여러 개 띄워놓고 정신없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면 ‘수고가 많으시네요’라고 격려를 하는 게 아니라 ‘뭔가 더 효율적으로 일할 방법은 없을까요?’라고 묻고, 그 일을 자동화하거나 최소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IT 시스템을 만들어주고자 노력한다.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일하다 보니 크로키닷컴에서는 사내에서 쓰는 온라인 업무도구에 꾸준히 새로운 기능이 업데이트된다. 데이터베이스에서 어떤 자료를 뽑아보는 데 매주 30분이 소요된다면 아예 한 번에 10시간을 들여서 그 자료를 자동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을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DBR Minibox Ⅲ: 지그재그 팀이 사용하는 온라인 툴’ 참고.)

DBR mini box III
지그재그팀이 사용하는 온라인 툴

지그재그를 만드는 크로키닷컴 임직원은 월요일 오전 열리는 브리핑 회의에 전원 참석한다. 이외의 시간에는 오프라인 미팅 외에도 각종 범용 업무도구와 자체 제작 도구를 이용해 협업한다. 전사적으로 쓰는 툴은 다음과 같다.

범용툴

1. 태스크월드(Taskworld)
전 직원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업무관리 툴이다. 각각의 프로젝트와 태스크가 카드 형태로 표현된다. 현재 일이 어디까지 진행됐고, 누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또 서로에 대한 요청사항은 무엇인지 기록한다. 또 직원별로 어떤 프로젝트에, 어떻게 참여하고 있는지 확인도 가능하다. 경영진이 모든 프로젝트와 모든 직원의 업무상황을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다.

2. 슬랙(Slack)
스타트업뿐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점점 많이 쓰이는 업무용 메신저. 스마트폰에서 쉽게 사용 가능하므로 지그재그팀은 주로 실시간 요청사항을 전하거나 빠른 확인이 필요한 지표들을 공유할 때 쓴다.

자체 개발한 툴

1. 매니지먼트 사이트
지그재그의 ‘심장’이다. 지그재그 앱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여기에 구현돼 있다. 쇼핑몰이 언제, 어떤 상품을 올렸고 그 상품이 얼마나 팔리고 있는지, 또 유저가 언제 접속해, 어떤 상품을 어떻게 주문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고객 서비스 담당자가 화면을 보며 고객문의에 빠르게 응대할 수 있게 해준다. 푸시메시지 발신 기능도 있다.

2. 데이터 사이트
직원들이 각종 지표와 데이터, 통계를 쉽게 찾도록 만들어준 시스템이다. 월/주/일별 접속자 수는 물론이고 클릭률, 구매전환율, 쇼핑몰 선택 비율, 인기 키워드 등 다양한 정보가 있다. 이 사이트는 직원들의 요청에 따라 새 기능이 빈번하게 추가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

지난 반년간 광고 수익모델이 안착했으며 1100만 누적 다운로드, 200만 월간 사용자라는 화려한 수치를 달성했다고 해도 안심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스타일센스, 스타일닷컴, 스타일썸 등 비슷한 콘셉트의 쇼핑몰 모음 앱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그재그는 이들과 안전한 격차를 두기 위한 기술 개발과 사용자 경험 개선 노력을 꾸준히 하는 동시에 비즈니스 모델과 마케팅 측면에서는 유저층을 30대 이상으로 확장하기 위한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구상 중이다. 보유하고 있는 쇼핑 데이터를 이용한 부가사업과 사람이 개입하는 패션 큐레이션 서비스, 해외 진출 등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 카드다.

하지만 지그재그팀은 거창한 로드맵을 그리기보다는 ‘사용자의 불편을 하나씩 해소한다’는 소박한 목표를 조금씩 달성해나가는 초심을 유지하고자 한다. 윤상민 CTO는 이렇게 정리한다. “우리는 처음부터 사용자의 반응을 예측해서 만들지 않는다. 일단 만들어보면서 사용자의 행동을 보고 거기 맞춰간다. 매일매일 사용자들이 우리 서비스를 조금 더 즐길 수 있기를 바랄 뿐 이다.”

성공 요인 분석과 시사점

1. UX 개선을 통한 수용의 극대화

지그재그의 비즈니스는 본질적으로 온라인/모바일 서비스다. PC를 기반으로 하는 기존의 온라인 서비스에서도 그랬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화면에서 제공되는 모바일 서비스에서는 사용자경험(UX)이 특히 중요하다.

속도: 지그재그는 특히 ‘속도’에 초점을 맞췄다. 검색에서부터 각 온라인 매장의 문턱까지 이르는 경로를 최소화하고, 매 단계에 드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었다. 검색 과정 단계를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오늘날의 모바일 사용자들은 단 한 차례의 터치와 화면 전환도 영겁의 시간처럼 느끼곤 한다. 지그재그의 장점은 화면을 몇 번 터치하지 않아도 검색 결과를 볼 수 있고 각 매장에까지 이르게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검색량 제한: 한 번의 검색에 표시되는 결과를 5000건으로 제한한 것도 검색시간을 아낌으로써 사용자경험을 개선하는 역할을 했다. 패션앱에서는 5000건은 많은 양이 아니다. 지그재그와 경쟁하는 다른 앱들은 검색 결과가 최소 8000건에서 10만 건 이상까지 리스트업된 경우도 있다.

구글을 포함한 범용 검색 서비스도 일반적으로 검색된 결과를 무한대에 가깝게 화면에 표시해주는 경향이 있다. 검색 결과가 많은 것이 좋을 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그 ‘많음’이 사용자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원하는 상품을 찾아내기 위해 후보들을 검토해야 하는 입장에서 검색 작업 자체는 전체 과정의 일부에 불과한데 사용자의 두뇌가 짧은 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검색 결과가 많으면 상품을 찾아내는 과정의 시작단계에서 피로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나치게 많은 검색 결과를 하나의 화면에 표시하는 것은 하드웨어 메모리와 CPU의 컴퓨팅 타임과 같은 자원을 많이 소비함으로써 서비스의 속도 저하로 연결될 소지가 크다. 따라서 ‘매우 많은 것 같지만 대부분의 스마트폰에 있어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은’ 5000건의 검색 결과는 사용 경험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인터페이스: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있어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고 싶은 욕심은 본능에 가깝다. 그러나 지그재그 개발팀은 그 유혹을 의식적으로 뿌리치고 있다. 소비자들로부터 들어오는 피드백 중 기능 추가에 관한 것이 많지만 앱에 기능이 하나 추가될 때마다 프로그램의 크기가 커짐과 동시에 실행 속도도, 나아가서는 사용자경험도 떨어질 공산이 있기 때문이다.

프레드 데이비스의 연구(Davis, 1989)를 주춧돌로 하는 기술수용(technology acceptance)에 관한 연구는 개인이 새로운 IT를 받아들일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에 있어 해당 기술 자체의 효용성 못지않게 그 기술이 ‘얼마나 사용하기 쉬운가’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도움이 많이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사용법이 복잡하거나 사용 과정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면 개인은 그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기술 수용에 관한 지난 수십 년간의 연구가 증명하고 있다. 이 분야의 연구 내용을 온라인 서비스에 적용하면 ‘아무리 훌륭한 서비스라도 고객이 첫 사용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로 정리할 수 있겠다.

검색 엔진 구글은 왜 성공했을까. 고도의 검색 기술과 직관적인 광고 정책 등도 주효했지만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인 것은 단순한 인터페이스다. 검색할 단어를 입력하는 창만 하나 띄우는 구글의 입구 화면은 검색 가능한 정보의 카테고리를 보여주는 (그리고 오늘날은 아예 주요 뉴스부터 보여주고 있는) 경쟁자 야후!의 그것보다 훨씬 단순하고 간결하다. 두 전략의 결과는 경영실적과 주가의 차이가 보여주고 있다. 즉, 온라인 서비스에 있어 오늘날의 사용자들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백화점보다는 단순하면서도 기본에 충실한 전문 매장을 선호하는 형세라고 비유할 수 있다.

2. 작은 성공을 통한 조직원 동기 부여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성공적인 대기업들은 하드웨어의 제조를 통해 오늘날의 위치에 이르렀다. 물건 만들기(production, 또는 모노즈쿠리 (物作り))의 중요한 특성이 조직 전체에 배어버리고 말았다. 바로, ‘처음 출시한 제품이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다. 한 번 출시한 제품은 리콜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변경 혹은 개조를 통해 개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을 상대로 하는 B2B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던 공동 창업자 서정훈 CEO와 윤상민 CTO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 소프트웨어 사업에 처음으로 손을 댔을 때 빠졌던 함정도 이것이었다. 첫 사업 아이템인 스포츠팀 관리 소프트웨어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영국 등 해외 진출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래서 완벽해야 했다. 개발기간이 늘어졌다.

제조업은 완전무결한 최종 생산품을 지향하지만 앱 비즈니스는 매우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스마트기기의 앱 생태계는 수시로 상품(앱)의 업데이트를 허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스마트폰의 운영체제(OS)의 자동 업데이트 기능을 통해 수시 업데이트를 장려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온라인 소프트웨어 배포와 같은 환경 아래에서는 처음부터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얽매이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앱을 먼저 만든 뒤 사용자들로부터의 피드백을 받아 변경과 개선을 진행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만들어진 제품(앱)이 실제 사용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는가를 실시간으로 보아가며 기능 하나가 추가/변경될 때마다 사용자들의 반응을 보는 것은 개발자에게 있어 가슴 뛰는 일이고, 그것이 강력한 동기부여로 연결된다. 대기업의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부가 아닌 작은 스타트업의 개발팀은 ‘내가 직접 개발한 앱’이라는 주인의식이 더욱 강하다. 마치 예술가가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서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에 가까운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크로키닷컴에서도 그런 상황이 나왔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초단기간에 개발한 앱 ‘비스킷’이 하루 만에 랭킹 10위권에 들며 팀원들의 떨어진 사기를 회복시켰다. 훗날 돌이켜 보면 유료 앱은 (무료 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의 다운로드로도 상위권에 오를 수 있었다는, 당시에는 생각지 못한 원인이 있었으나 어쨌든 초단기 상위권 입성 자체가 엄청나게 기쁜 일이었다. 특히 조직원 모두가 개발자였던 이 시절, 한 줄기 빛이 됐던 것은 사용자들로부터의 피드백이었다. 사용자들이 실제로 사용해 보고 느낀 바와 개선점을 알려주면 개발자로서 여기에 부응해야겠다는 동기가 부여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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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와 조직 운영을 바라보는 데에 있어 자본주의에 기초한 미국식 접근은 흔히 돈(보수)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물론 급여와 상여금은 조직원들의 사기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무한정 많은 보수를 주는 것은 어떤 회사든 불가능하고, 나아가서 현금에 의한 보상이 매번 동기를 부여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발견도 학계에는 다수 있다(Gneezy & Rustichini, 2000 등의 연구 참조). 따라서 현금 이외의 방법으로도 동기부여의 요소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앱 개발 비즈니스에서는 그것이 소비자들로부터의 살아 있는 ‘반응’이다. 나아가서 앱은 (자동차나 반도체와는 달리) 이미 배포된 제품도 수시로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앱 비즈니스에서는 조기에 앱을 출시하고 지속적으로 빠른 업데이트를 실시하는 것이 자금 회전뿐만 아니라 개발팀의 사기 진작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개발자 이외의 조직 구성원에게 성취감을 맛보게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서정훈 대표는 “돌이켜보면 지난 수년간 3∼6개월마다 항상 무언가 작은 성과들이 있었다”며 앱을 만들어서 피드백을 받는 것뿐만 아니라 정부 등을 통한 크고 작은 사업을 수주하거나 중소기업 대상의 지원을 받는 것, 크고 작은 투자를 받는 것 등이 모두 조직 구성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고 술회했다.

한 번의 거대한 성공을 향해 오랜 기간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작은 성과들을 꾸준히 맛보는 방식으로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최종 목표에 다다르게 한다는 접근법은 개인의 자기 발전에 관련된 연구에서 많이 제시됐던 것이다. 작은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할 때마다 이를 축하하는 것이 최종 목표 하나만 설정하는 것보다 훨씬 성공률이 높다는 것은 비즈니스뿐이 아니라 학생의 공부(Harackiewicz, 1979), 식이요법(Armitage, 2014)이나 건강 증진(Volpp, Asch, Galvin, & Loewenstein, 2011) 등 다양한 분야에서 증명된 바가 있다. 지그재그와 크로키닷컴의 성공은 이러한 ‘작은 성공’에서 비롯된 동기를 조직원 전부에게 부여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인재의 이탈을 최소화한 데서 온 것이 크다.

이런 작은 성공에 의한 조직원들의 동기부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조직이 적당히 작아서 조직원들 모두가 어떤 형태로든 그 조직의 성과에 스스로를 연계할 수 있어야 한다. 가령, 소니 같은 대기업에서 차세대 텔레비전을 개발하는 큰 성공을 이루더라도 미주법인의 평사원이 이를 얼마나 기뻐할지는 의문스럽다. 그러나 10명 이하의 작은 기업이라면 회사와 개인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더 강하기 마련이다.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규모가 작은 팀 단위의 조직에서 이런 접근을 시도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아울러 성과가 생기면 이를 조직 내에 널리 알려 서로 축하해주는 분위기를 이끌어내 기쁨을 조직구성원 모두가 맛보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3. 클러스터링 기술에 의한 고객 추천 시스템

기존 쇼핑 검색 서비스나 온라인 쇼핑몰은 매우 기초적인 고객 추천 시스템만을 갖추고 있거나 그나마도 준비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개인의 연령이나 성별, 소득 수준 등 인구통계학적인 정보에 기초해서 그 사용자에게 적절한 검색 결과나 아이템을 제시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있었던 기법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아마존닷컴 등 많은 인터넷 서점은 고객의 구매 기록, 심지어는 검색 기록을 토대로 해당 고객의 취향을 짐작해 책을 추천한다. 상품을 검색하고 나면 ‘이 상품을 본 다른 고객들은 다음의 상품들도 보았다’는 식으로 추천한다든지, ‘귀하께서 원할 것으로 생각되는 상품들을 보여드립니다’는 식이다. 이를 위해 대형 업체는 자사의 사업 특성과 고객층에 맞는 알고리즘을 제각기 개발하곤 한다.

대기업이 아닌 크로키닷컴이 지그재그 서비스를 시작하고서 이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단순한 인구통계학 기반에서 벗어나 더욱 진일보된 고객 추천 시스템을 고려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때 사용한 기법이 바로 유사한 성격의 개체들을 한 그룹으로 묶어주는 클러스터링(clustering)이다.

클러스터링 기법은 통계학에 뿌리를 둔다. 기본적으로는 각 개체들(지그재그의 경우는 사용자, 또는 입점업체)의 다양한 핵심 특성을 수치로 변환한 다음, 이들이 ‘유클리드 공간’에 어떻게 분포되는가를 보고 거리가 가까운 개체들을 한 군체(群體, cluster)로 보는 식이다. 지그재그의 경우 사용자들의 인구통계학적 정보와 그동안 검색/방문 브랜드 등이 클러스터링에 사용된다. 또 이와는 별개로 입점 브랜드들의 기본 특성(표적 고객의 연령대, 취향 등)과 최근 등록된 상품의 특성 등이 클러스터링에 사용된다. 그렇게 사용자들과 입점 브랜드들의 클러스터들을 만든 뒤에 사용자가 검색을 위해 지그재그의 서비스에 접속하면 그 사용자가 속한 집단(사용자 클러스터)에 대해 성격이 가장 가까운 브랜드의 집단(브랜드 클러스터)에 속하는 아이템들을 추천 품목으로 보여주는 식이다.

클러스터 분석은 대중적인 통계 소프트웨어인 R, SPSS, Stata, SAS, Matlab 등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액셀과 같은 업무용 소프트웨어에서도 실행이 가능하다. 기술만 놓고 볼 때 클러스터링 기법은 알파고의 인공지능과 비교되지 않는 초보적인 기술이지만 투입한 노력에 비해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단, 클러스터링 기법을 적용하기 위해 소비자의 어떤 특성들을 선정해 분석에 활용할 것인가는 서비스 운영자(또는 경영진)가 결정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사업의 본질을 밑바닥에서부터 모두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사실 이 점은 알파고를 비롯한 인공지능을 활용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송연지(인하대 아태물류학부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참고문헌

1. Armitage, C. J. (2014). Evidence that self-incentives increase fruit consumption: A randomized exploratory trial among high-risk Romanian adolescents. Prevention Science, 15(2), 186-193.
2. Davis, F. D. (1989). Perceived usefulness, perceived ease of use, and user acceptance of information technology. MIS quarterly, 13(3), 319-340.
3. Gneezy, U., & Rustichini, A. (2000). Pay enough or don't pay at all.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15(3), 791-810.
4. Harackiewicz, J. M. (1979). The effects of reward contingency and performance feedback on intrinsic motiva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37(8), 1352.
5. Volpp, K. G., Asch, D. A., Galvin, R., & Loewenstein, G. (2011). Redesigning employee health incentives—lessons from behavioral economics.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65(5), 388-390.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박병호 KAIST 경영공학부 교수 mediapark@kaist.ac.kr
동아비즈니스리뷰 255호 Network Leadership 2018년 8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