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 ‘마이리얼트립’의 플랫폼 전략

“짜증나는 강제 쇼핑 패키지여행 그만”
고객-가이드 직접 연결해 ‘여행 작품’ 만들다

268호 (2019년 3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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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가이드와 여행객을 중개하는 온라인 플랫폼 ‘마이리얼트립(My Real Trip)’이 경쟁이 치열한 여행 업계에서 지난해 한 해 동안 가입자 80만 명을 모으며 급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1. 복잡했던 여행상품의 유통 구조를 가이드-여행객으로 단순화하고 거래구조를 투명화해 가격 거품을 없애고 쇼핑 등 불필요한 여행 옵션을 제거했다.
2. 플랫폼 전면에 내세운 가이드들이 다양하고 독특한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여행지에서 독특한 체험을 원하는 자유여행객의 니즈를 충족했다.
3. 티켓·숙박·항공권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여행 종합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구창원(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여행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2013년 1485만 명이었던 해외 출국자 수는 2015년 1931만 명, 2017년 2650만 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해외여행 지출액도 23조2000억 원에서 25조4000억 원, 29조5000억 원으로 크게 뛰었다. 한 번 갔던 곳을 또 찾는 여행객이 많아졌고 현지에서의 소비도 예전보다 크게 늘어났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개별 자유여행 추이다. 2013년 해외여행 행태에서 자유여행의 비중은 52.4%로 패키지여행(38.4%)을 넘어섰다. 이후에도 자유여행의 비중은 2014년 56.9%, 2016년 68.0%, 2017년 67.7%로 크게 늘었다. 반면 2017년 패키지여행의 비중은 25.3%까지 쪼그라들었다. 대형 여행사의 패키지상품 성장률이 유럽을 제외하고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이 같은 추세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급성장한 기업이 있다. 바로 마이리얼트립이다. 이 업체는 투어 가이드와 여행객을 온라인으로 연결해준다. 2016년까지만 해도 마이리얼트립의 월 거래액은 10억 원대에 머물렀다. 그러다가 2017년 61억 원으로 늘더니 지난해 170억 원까지 증가했다. 2012∼2017년 6년간 가입자(68만 명)보다 지난해 한 해 가입자(80만 명)가 더 많다. 마이리얼트립은 현재 국내 여행사 중 가장 많은 1만8220개(투어·액티비티, 티켓·패스, 항공권, 숙소 등, 2월 말 현재)의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가입자만 180만 명이 넘는다. 대형 여행사들도 무시하지 못하는 업체가 됐다.



2012년 7월 설립된 마이리얼트립은 복잡했던 여행상품의 유통 구조를 혁신해 성공을 거뒀다. 기존 패키지 여행상품들은 ‘여행객-여행대리점-여행사-현지 여행사(랜드사)-현지 가이드’로 유통구조가 복잡했다. 마진을 남기려면 쇼핑 같은 불필요한 옵션들을 끼워 넣을 수밖에 없었다. 유통과정에 참여하는 중개인들은 수익을 내기 위해 수수료를 붙였고, 결국 최종 가격에 거품이 끼게 됐다.

마이리얼트립은 이 같은 전통적인 여행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했다. 여행상품의 유통구조를 ‘여행객-현지 가이드’로 단순화했다. 거래 내용과 구조는 IT를 기반으로 투명하게 만들었다. 현지 가이드를 전면에 내세워 박물관, 미술관 투어부터 현지 체험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상품을 내놓게 했고, 이를 여행지를 제대로 체험하고 싶어 하는 자유여행객들의 구매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이 플랫폼을 토대로 교통 티켓, 관광지의 공연, 박물관 입장권 등 티켓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후 숙박, 항공까지 비즈니스 영역을 넓히며 급성장했다. DBR은 여행 종합 플랫폼으로 거듭난 마이리얼트립의 성공 비결을 심층 분석했다.


DBR mini box I: 마이리얼트립은?
마이리얼트립은 해외여행을 가는 한국 여행객과 해외에 체류 중인 가이드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P2P 중개 플랫폼이다. 현지 가이드가 투어나 액티비티 일정을 짜서 금액과 함께 올리면 여행자가 상품을 골라 결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마이리얼트립은 가격의 20%를 수수료로 받는다. 투어를 주요 비즈니스 모델로 삼았던 마이리얼트립은 티켓·패스 상품부터 숙박, 항공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현재 마이리얼트립에 등록된 상품 수는 1만8220개이며, 리뷰 수만 45만1960개에 달한다. 파리에서 10년 산 현지 가이드의 ‘진짜 파리 맛집 투어’, 미술품 거래상이 동행하는 ‘소더비 경매 참가 투어’, 미대생이 함께하는 ‘스케치 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강점이다. 가이드와 여행객이 조율해 맞춤형 코스를 짤 수도 있다. 2012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여행객 총 430만5220명이 마이리얼트립을 통해 680개의 도시를 여행했다.




여행시장 변화 놓친 대형 여행사들
2012년만 해도 국내 여행시장은 대형 여행사가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업계 1, 2위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전체 여행시장에서 차지한 비중이 30%에 가까웠다. 항공사들이 여행사가 항공권을 판매하면 지급했던 7∼9%대 수수료를 2010년부터 중단하면서 중소 여행사들의 경영 환경이 위축됐다. 반대로 수수료 의존도가 약했던 대형 여행사는 규모의 경제로 시장점유율을 높이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그런데 이 무렵 여행시장의 성격이 바뀌고 있었다. 2012년 출국자는 1300만 명이었고, 1인당 평균 여행 횟수는 연 1.25회였다. 가치 소비와 여가가 주목받고 여행·레저 등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여행 산업이 막 커지고 있었는데 특히 자유여행의 비중이 꾸준하게 늘어났다. 2013년 한국관광공사 보고서에 따르면 개별 자유여행은 전체 여행 건수 중 39.3%로 패키지여행(38.4%)을 앞질렀다. 여행자의 니즈가 변하고 있었다.



대형 여행사들의 주력 비즈니스모델은 여전히 패키지여행이었다. 자유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상품은 항공이나 호텔 정도였다. 여기에는 익스피디아, 호텔스닷컴 등 글로벌 업체들이 이미 진출해 국내 업체들과 최저가 경쟁을 벌이는 등 시장이 성숙해질 만큼 성숙해져 있었다. 일부 패키지여행 시장에서의 견제도 있었다. 노랑풍선, 참좋은여행 등 직판 여행사들이 온라인 마켓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치고 올라왔다.

정리하자면 당시 여행시장은 대형 여행사들이 패키지여행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10곳 이상의 경쟁자들이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다. 항공이나 호텔은 최저가 경쟁으로 마진을 남기기가 쉽지 않은 구조였다. 여행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었고 누구나 성장 여력이 있다는 것을 예상하면서도 ‘레드오션’으로 취급하며 쉽게 사업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플레이어들의 경쟁은 치열했지만 여행객들은 만족하지 못했다. 먼저 패키지상품에 대한 불만이 가장 컸다. 각종 패키지상품은 여러 관광지를 빠른 속도로 훑어보고 중간에 쇼핑센터를 들르는 방식으로 짜여 있었다. 식당도 문제로 꼽혔다. 단체 관광객 다수의 눈높이를 맞추기가 어려웠다. 여행사는 단가를 맞추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음식점을 잡을 수밖에 없었고 여기서 실망한 여행객들도 적지 않았다.

패키지상품은 왜 여행객들을 만족시키지 못했을까. 답은 여행상품의 유통 구조에 있었다.

패키지상품은 여행자→여행 대리점→한국 여행사→현지 여행사(랜드사)→현지 가이드의 구조로 이뤄져 있다. 1 예를 들어, 서울 광진구에 있는 A 여행사 대리점에서 한 여행객에게 일본 패키지여행 상품을 팔았다고 가정하자. A 대리점은 이를 여행사에 보고하고, 여행사는 현지 에이전시(랜드사)에 언제, 몇 명이 갈 예정이니 가이드를 찾아달라고 요청한다. 랜드사는 상품에 맞춰 숙박이나 식사, 각종 티켓, 가이드 등을 준비한다.

대부분의 패키지여행 상품은 이 ‘랜드사’로 불리는 현지 여행사가 기획한다. 상품에 가이드를 끼워 한국 여행사에 납품하는 방식이다. 한국 여행사는 인터넷과 대리점을 통해 여행객을 모집한다. 서로 다른 여행사에서 비슷한 상품이 보이는 이유는 같은 랜드사에서 여러 곳에 상품을 납품하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고객을 유치하는 대형 여행사가 ‘갑’의 지위에 있고 랜드사가 ‘을’의 역할을 한다.

보통 여행사가 요구하는 가격에 맞춰 랜드사가 상품을 구성한다. 그렇다면 랜드사가 고용하는 가이드는 어떨까. 사실상 ‘병’의 위치에 있다. 랜드사와 가이드는 유통 비용을 상쇄하고 마진을 남기기 위해 여러 곳의 쇼핑센터에 가는 등의 옵션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2014년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여행사의 해외여행 패키지상품 만족률은 57.2%로 전체 해외여행 만족도(68.4%)에 비해 낮았다.

‘정보의 비대칭’ 문제도 있다. 가이드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안내를 해주는지 품질을 미리 알 수 없다. 현지 안내를 받을 때도 이것이 가이드의 서비스인지, 영업인지 분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즉, 여행객은 자신에게 맞는 여행사와 여행상품을 찾는 데 드는 ‘탐색비용(시간)’, 유통과정에 따른 ‘계약비용(가격)’, 가이드가 약정한 대로 이행하는지 확인하는 데 필요한 ‘감시비용(서비스인지 영업인지 확인)’ 모두 높게 지불하는 구조인 셈이다. 여행객이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뿐만 아니라 타이트한 스케줄이나 정해진 코스를 단체로 돌아야 하는 패키지상품의 특성 자체를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남은 선택지는 자유여행이었지만 이 역시 여행객들을 완전히 만족시키진 못했다. 패키지여행 상품에 대한 불만은 자연스럽게 자유여행으로 옮겨갔지만 막상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현지 정보를 얻는 것이 쉽지 않았고 충분하게 경험하지 못하고 돌아와 아쉬움을 느낀 여행객도 많았다. 2012년 한국관광공사의 국민여행실태조사에 따르면 해외여행 시 가족여행(44.3%), 개인여행(32.7%) 모두 주로 참고하는 정보원 1순위로 여행사를 꼽았다.

“여행사가 주는 정보는 날씨나 교통, 주요 관광지, 축제 등 기본적이고 실제적인 것들인데 여행객들이 원하는 건 현지를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감성적인 것들이었다.”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



현지 경험 특화된 자유여행 플랫폼 ‘마이리얼트립’
이동건 대표는 자유여행과 패키지여행의 장점만 결합하기로 했다. 개인이 여행을 기획하면서도 일정 시간은 현지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패키지상품의 문제였던 유통구조를 혁신했다. 가이드와 고객을 직접 연결해 유통비용을 줄이면서 여행상품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렇게 나온 여행 P2P 중개 플랫폼이 ‘마이리얼트립’이다.

사실 가이드-여행객 직거래로 ‘진짜 여행’을 제공해보자는 아이디어는 이동건 대표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액셀러레이터 ‘프라이머’의 이택경, 권도균 대표의 아이디어였다.

2010년 이동건 대표는 친구와 함께 크라우드 펀딩 회사인 ‘콘크리에이트’를 차렸다. 첫 창업이었다. 인디밴드를 위해 자금을 모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잘됐다. 12번 중 절반을 성공해 1800만 원을 거뒀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펀딩 수수료를 책정하지 않았던 것. 1원 한 푼 건지지 못했다. “다른 펀딩 업체와 차별화를 고민하다 수수료를 안 받는 바보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진정성이 부족했고 사업에 대해 너무 몰랐던 것 같다.” 이동건 대표의 말이다.

다시 창업을 결심한 그는 연세대에서 열린 창업 관련 강연을 찾았다. 그곳에서 프라이머의 두 대표를 만났다. 강연이 끝나고 그는 대표들을 따라가 명함을 받아냈다. 그리고 나선 약속까지 잡았다. 사업 아이디어도 없었지만 일단은 가보자고 생각했다. 그때 추천받은 것이 가이드 투어 사업이었다. 이동건 대표는 “나중에 대표님께 ‘저한테 왜 아이디어를 주셨느냐’고 여쭸더니 ‘여럿에게 제안했는데 이 대표만 진짜 도전하더라’라는 답이 돌아왔다”며 “사실 저한테 무슨 비범함이 보여서 주신 줄 알았다”며 웃었다.

사업은 아이디어로만 되는 것이 아니었다. 일단 여행시장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각종 수치와 기사만 가지고 사업 전략을 짜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벤치마킹할 해외 업체부터 찾았다. 여행시장에는 비슷한 모델이 없어서 플랫폼 사업을 하는 ‘에어비앤비’를 참고했다. “에어비앤비는 집이라는 ‘공간’을 빌려주는 것이고, 우리는 가이드 투어라는 ‘경험’을 판매하는 개념이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사이트를 구석구석 살펴보고 약관이나 정책도 꼼꼼하게 확인했다.” 이동건 대표의 말이다.

처음 만든 인터넷 홈페이지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창업 당시 개발자가 없다 보니 홈페이지 제작을 외주에 맡겼는데 안 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먼저 결제가 바로 안 됐다. 고객이 예약하기를 누르면 계좌번호를 문자나 e메일로 통보해야 했다. 가이드와 고객이 시간 등을 조율할 수 있는 채팅 기능도 없었다. 무엇보다 홈페이지 디자인이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회사보다는 개인 블로그에 가까워 보였다. “아웃소싱이란 게 부족한 것이 뭔지 알고 요청해야 제대로 된 품질이 나오는데 초기에는 아는 것이 부족하다 보니 착오가 많았다. 1년 후에는 개발자를 뽑아 이런 착오들을 수정해 직접 만들었다.”(이동건 대표)

2012년 7월2일 오후 2시, 3달 만에 제대로 된 예약이 들어왔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를 찾은 공무원 세 명이 생태투어 상품을 구매한 것이다. 친구나 지인이 아닌 생면부지 사람들이 상품을 산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들은 현지 일정을 끝내고 남은 몇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가 마이리얼트립을 발견했다고 했다. 이후 한 달에 한두 건씩 예약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동건 대표는 “플랫폼에 부족한 면이 많았는데 판매가 이뤄지는 것을 보고 여행자들의 니즈가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가이드 앞세워 진짜 여행 제공하다
마이리얼트립은 사업 시작부터 투어가이드를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을 썼다. 고객보다는 가이드를 모으는 데 주력했다. 사실 고객이 먼저냐, 서비스가 먼저냐는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자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문제다. 이동건 대표는 백화점을 예로 들었다. 백화점에는 다양한 업체가 입점해 고객들에게 물건을 팔고 수수료를 백화점에 지불한다. 그렇다면 고객이 백화점에 들어섰을 때 최악은 무엇일까. 입점한 업체들이 하나도 없고 휑하게 비어 있는 곳일 것이다. 그래서 좋은 가이드들을 많이, 다양하게 모으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했다.

이 과정에서도 판단 착오가 있었다. 이동건 대표는 각국의 주요 도시를 백화점의 층수라고 생각하고 도쿄, 파리, 런던, 샌프란시스코 등 여러 도시의 상품을 한 번에 준비했다. 그런데 막상 준비하다 보니 가이드를 모으는 작업에 속도가 붙질 않았다. 어렵게 주요 도시에 1∼2명의 가이드를 준비했을 때는 ‘상품이 다양하지 않다’는 고객의 불만이 나왔다. 생각해보니 도쿄에 가려는 여행객에게는 런던에 있는 가이드가 50명이어도 의미가 없었다. 도시마다 충분한 가이드 숫자가 필요했던 것이다.

전략을 한 도시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처음에는 지역을 파리로 제한하고, 잘한다고 소문난 가이드들부터 접촉했다. 대부분이 차가운 반응이었다. 새로 생긴 작은 업체에 관심이 있을 리 없었다.




그래서 두 가지 방안을 생각해냈다. 첫 번째는 현지에 살고 있지만 가이드가 본업이 아닌 사람들을 공략하는 것이었다. 한국 여행객들을 만나 소통하고 싶어 하는 현지인, 용돈 벌이를 하고 싶어 하는 유학생 등이 떠올랐다. 이들에게는 어떻게 접촉했을까. 교민 커뮤니티를 활용했다. 이동건 대표는 독일 교환학생 시절 유학생이나 교민이 교민 커뮤니티를 통해 통역, 가이드 등의 구인구직을 한다는 것을 떠올렸다. ‘베를린리포트’ ‘프랑스존’ ‘04UK’ 등 각국 주요 커뮤니티에 가이드를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두 번째는 자질은 훌륭하지만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인지도가 낮은 가이드를 섭외하는 것이었다. 가이드들 역시 한 곳이라도 채널을 넓히고자 하는 니즈가 있었다.

각국 주요 도시를 돌며 가이드 설명회도 열었다. 한국무역협회를 통해 교민들을 초대하고 페이스북으로 타기팅 광고를 진행했다. 예를 들어, 파리에 사는, 언어를 한국어로 설정한 30∼60대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홍보한 것이다. 그렇게 설명회를 찾은 잠재 가이드들에게 마이리얼트립의 장점과 비전, 수익성 등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당시 우리에게는 비행기 타고 가는 것도 엄청 큰 경비였다. 노트북을 챙겨가 그 자리에서 가입시킬 정도로 필사적이었다. 우리의 적극성을 보면서 가입한 분도 꽤 많았다.”(이동건 대표) 현재까지 30회가량 열린 설명회에는 약 2000명(누적)의 가이드가 참석했다. 설명회에서 마이리얼트립의 가이드로 전환한 비율은 80%가 넘는다.


DBR mini boxII: ’마이리얼트립’에 빠진 벤처캐피털(VC) 3인 인터뷰

마이리얼트립은 올해 초 170억 원을 투자받는 데 성공했다. 이번이 여섯 번째 투자 유치였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금은 300억 원 정도. 일부 VC는 사업 초창기부터 연속적으로 투자에 참여했다. 성과가 미진한 시절에도 마이리얼트립에 자금을 부은 것이다. VC들은 왜 마이리얼트립에 빠졌을까. 알토스벤처스와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IMM인베스트먼트의 투자 담당자들에게 이유를 물었다.

빈틈과 시장 선점
알토스벤처스는 2014년 시리즈A를 시작으로 최근 라운드까지 투자에 모두 참여했다. 총 150억 원이 투입됐다.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수석은 “당시 자유여행시장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가능성이 충분한 ‘시장의 빈틈’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면 여행에 대한 소비도 증가하는데 한국이 자유여행 중심으로 시장이 바뀌고 있었다. 여기에 주목했다”고 투자의 이유를 밝혔다. 그는 스물다섯 살에 소셜데이팅서비스 ‘이음’을 창업했던 전 이음소시어스 대표다.

해외에서는 이미 온라인을 중심으로 여행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고, 국내에서도 항공이나 숙박은 잘하는 플레이어들이 있었다. 그런데 가이드 시장은 사실상 공백 상태나 다름없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인 여행객과 한국인 가이드를 연결하는 것은 해외 사업자가 쉽게 도전할 영역도 아니었다. “잘될 거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너무 빠르게 진입해 길만 닦아 놓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였다.” (박희은 수석)

백인수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이사도 ‘시장선점’을 이유로 꼽았다. 이 VC는 마이리얼트립에 4회에 걸쳐 총 52억 원을 투자했다. 초기 ‘가이드 시장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지적이 내부에서 나오는 등 호의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여행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봤고, 여기서 리드 플레이어가 되면 성공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웃바운드 시장이 계속 커지면서 마이리얼트립도 성장했지만 지금부터 더 잘해야 된다.” 백인수 이사의 말이다.


대표의 됨됨이
아이디어보다 ‘대표’ 자체에 무게를 두고 투자한 곳도 있었다. 총 30억 원을 투자한 IMM인베스트먼트의 김홍찬 투자팀장은 “전통적인 대형 여행사의 패키지 중심 여행시장에서 자유여행 추세에 맞게 만들어진 플랫폼이라고 생각했다”며 “시장 규모에 대한 의심이 있었지만 대표의 역량과 열정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대표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VC가 경험이 많아도 2년 후 시장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시간이 지나면 시장도 변하는데 그 이후는 결국 대표의 영역인 것 같다. 대표가 어떻게 시장 변화에 맞춰 대응하고 잘하는지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김홍찬 팀장의 말이다.

보통 스타트업계에서 VC들은 ‘시어머니’로 불린다. 각종 사업 현황을 매달 공유해야 하고, 때때로 간섭받는 일도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VC들은 이동건 대표가 이를 ‘즐기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김홍찬 팀장은 “대표님은 업계 동향부터 타 업종에 대한 것까지 본인이 질문을 더 많이 한다. 절반은 답변을 못한 걸로 기억한다”며 웃었다. 다른 VC들도 이동건 대표의 열정과 역량이 투자에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이렇게 모인 가이드들은 직접 여행 코스를 짜서 플랫폼에 올리기 시작했다. 입소문을 타고 온 고객들이 마이리얼트립에서 마음에 드는 상품을 골라 구매했다. 한 명, 한 명의 가이드가 곧 여행상품이 된 셈이다. 이 같은 직거래 방식은 가이드들을 하청 구조에서 벗어나게 만들었고, 가이드는 약속된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를 수익으로 챙길 수 있었다. 일부 가이드는 고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특색 있는 상품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가이드들 사이에서 마이리얼트립이 잘된다는 소문이 돌자 처음 섭외하지 못했던 유명 가이드들도 하나둘씩 플랫폼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지역에서 투어를 하다 보면 가이드들끼리 동선이 겹치기 때문에 어느 곳이 잘되는지 금방 안다. 이때부터 가이드 숫자가 급속도로 늘어났다.” 김도아 마이리얼트립 이사의 말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가이드에 대한 고객 불만이 쏟아진 것이다. 특히 가이드를 본업으로 하지 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문제가 계속 발생했다. 가장 많은 지적은 ‘지각’이었다. 이는 여행객한테는 큰 문제였다. 서울 강남에서 약속시간에 10분 늦는 것과 해외의 생소한 여행지에서 10분 지각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2012년에는 지금처럼 해외 로밍이 활발한 시절도 아니었다. 가이드의 서비스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여행객을 고객으로 생각하지 않고 친구나 지인처럼 대했다가 컴플레인이 발생한 것이다.

해법을 찾아야 했다. 일단 환불 조건을 강화했다. 15분 이상 지각하면 결제가 자동으로 취소되도록 만들어 가이드에게 경각심을 일으켰다. 이와 함께 가이드용 블로그를 만들어 자료를 공유하는 등 교육도 강화했다. 근본적인 변화도 가져갔다. 애초에 가이드를 최대한 까다롭게 뽑기로 한 것이다.

먼저, 간단한 소개를 시작으로 4페이지에 걸친 질문지를 꼼꼼하게 채워 넣게 만들었다. 문항 수를 많게 구성해 일종의 의지를 테스트하는 것이다. 두 번째 관문인 ‘화상 인터뷰’는 통과하기가 더 어렵다. 인터뷰에서 가이드의 역량을 체크한다. 실제 투어라고 생각하고 가이드를 진행하는 ‘시뮬레이션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데 서비스 마인드가 있는지 세부적으로 체크한다. 이후 현지에 있는 사람을 통해 자격증 등 필요한 서류들을 확인한다.

이 같은 절차를 마련하고 가이드 합격률이 30%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그만큼 고객 컴플레인이 줄어들어 상품의 품질이 좋아졌다. “처음 참고한 에어비앤비도 나쁜 호스트를 걸러내고 호스트-투숙객의 중재자 역할을 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우리도 좋은 가이드를 선별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이동건 대표) 마이리얼트립은 가이드와 고객이 분쟁을 일으켰을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중재센터도 만들었다.

마이리얼트립이 중재자 역할에 심혈을 기울이는 사이, 가이드들은 다른 가이드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좋은 상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과거 대형 여행사로부터 단순히 패키지상품을 받아 온 가이드들도 여행객의 선택을 직접 받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 덕분에 거래구조는 투명해졌고 쇼핑 등 옵션이 사라졌다.

이 심플해 보이는 직거래 비즈니스 모델은 생각보다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다. 가이드들이 고객의 니즈를 고민하게 되면서 특색 있는 상품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현직 요리사가 안내하는 ‘로마 쿠킹 클래스’, 아티스트가 추천하는 ‘뉴욕 박물관 투어’, 미국 마이너리그 출신 야구 선수의 ‘LA 다저스 경기 관람’ 등 기존 패키지상품에선 만나볼 수 없었던 여행 코스가 생겨났다. 덕분에 마이리얼트립은 다양한 상품을 갖출 수 있었다.

처음에는 마이리얼트립 직원들도 특색 있는 상품들에 당황했다. ‘과연 팔릴까’라며 반신반의하기도 했다. 그래서 직원들이 모여서 어떻게 해야 할지 회의했다. ‘우리가 그 지역의 전문가가 아니고, 고객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세세하게 알 수 없으니 판단을 우리가 하지 말자’는 결론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이 특색 있는 상품은 마이리얼트립의 ‘트레이드마크’가 됐고, 회사가 급성장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이는 유튜브가 모두의 창의성을 보장해주는 플랫폼을 만들자 새로운 콘텐츠들이 등장해 고객들이 열광한 것과 비슷하다.

소비자도 다수의 여행상품 중에서 자신이 체험하고 싶은 것을 낮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여행지에서 무엇을, 어떻게 체험할지에 대한 고민도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여러 상품을 체크하다 보면 해당 지역의 명소나 특징 같은 정보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자유여행에서 패키지여행의 장점만 확보한 셈이다. 마이리얼트립은 플랫폼의 상품마다 리뷰를 달 수 있게 해놨는데 고객들은 이를 통해 상품의 품질을 체크했다.



“고객들이 리뷰를 참고해 상품을 고르다 보니 가이드는 좋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피드백(리뷰)을 통해 특색을 강화하면서 자신의 브랜드를 강화하는 장점도 생겨났다.” (김도아 마이리얼트립 이사)


DBR mini box III: 도전적이고 자유로운 조직문화
마이리얼트립은 최근 급성장하면서 직원 수를 크게 늘렸다. 100명 중 절반 이상이 지난해 뽑힌 인원이다. 이동건 대표는 “본질은 ‘여행’에 있지만 플랫폼 업그레이드나 데이터 분석 등 주된 업무가 IT 업체와 비슷하다. 그래서 이공계 위주로 채용했다. 직원을 뽑을 때는 도전적이고 자유로운 스타트업 분위기를 강조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이리얼트립은 직원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일단 시도하고 보라는 것이다.

이는 이동건 대표와 김도아 이사의 과거 경험에서 비롯했다. 이들은 실패하더라도 다양하게 시도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그 안에서 나온 것이 지금의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2013년 시도했던 숙박권 판매는 반응이 없자 빨리 접었다. 프리미엄 패키지 상품도 판매했었는데 노하우가 부족해 마진이 거의 남지 않자 판매를 중단했다. 개별 고객을 만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2015년에는 중국인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국 여행 서비스를 제공했다. 아웃바운드에서 인바운드로 사업을 확장한 것이다. 한창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을 때였다. 플랫폼이 있으니 중국어 서비스만 제공하면 사업이 가능하겠다 싶었다. 먼저 중국인에게 인기가 많은 제주도 지역을 대상으로 삼았다. 일정 시간 동안 관광버스로 제주도를 도는 가이드 상품이었다. 버스에 ‘뚜뚜버스’라는 이름까지 래핑했다. 그런데 매출이 기대를 밑돌았다. 당시 요우커들은 관광보다 쇼핑이나 의료에 관심이 많았다. “실패하더라도 무엇을 남기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실패를 통해 얻은 아이디어도 많았다. 대신 실패를 빠르게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김도아 이사)

마이리얼트립은 업무 분위기도 자유롭다. 직급을 세분화하지 않고 팀장 한 명씩을 제외하고는 다 매니저로 구성했다. 팀장도 프로젝트에 들어가서 매니저와 똑같이 일을 한다. 전 직원이 실무에 참여하기 때문에 일과 관련해 소통에 문제가 생길 이유가 없다. 근무시간도 자유롭다.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12시, 오후 1시부터 오후 4시까지 공동 근무시간을 제외하고는 출퇴근을 자유롭게 하도록 했다.

이보다 더 활성화돼 있는 것은 재택근무제도다. 3일 전에 신청만 하면 집에서 일할 수 있다. 팀당 최소 1명씩 내근하면 된다. “처음 사람을 뽑을 때 월급을 많이 줄 수가 없어서 좋은 근무 환경을 제공해 뛰어난 직원을 뽑아보자는 계획으로 시작했다. 시간이 지난 뒤에도 바꾸지 않은 이유는 근무 여건을 개선하니 일에 방해되는 요소들이 줄어들었고 결과물도 좋아 바꿀 필요가 없었다.” (이동건 대표)

마이리얼트립은 복지도 좋은 편이다. 가족 생일에 사용할 수 있는 반차를 연 4회 제공한다. 연 1회 건강검진을 지원하고, 직무와 관련된 교육이나 콘퍼런스에 참가할 때 비용의 80%를 내준다. 또 한 달에 15만 원을 자기계발이나 문화생활에 쓰도록 지급하고 있다. 마이리얼트립 이용 쿠폰을 1년에 100만 원까지 제공한다.

‘재택근무’에 ‘꿀복지’까지 자칫 직원들이 나태해지진 않을까. 이 때문에 이동건 대표는 채용에 공을 많이 들인다. 레퍼런스를 여러 곳에서 체크하고 면접도 충실하게 진행한 뒤에 뽑는다. “본인과 회사가 모두 ‘윈윈’할 수 있도록 성장 욕구나 도전 욕구가 강한 사람을 선호한다. 나이, 연차, 직급 모두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대신 직원들에게 ‘프로페셔널’이라는 단어를 항상 강조한다.” (이동건 대표)





티켓·숙박·항공 등으로 서비스 확대
마이리얼트립은 한 달에 한 번 상품 구매를 많이 한 고객을 대상으로 2시간씩 인터뷰했다. 플랫폼의 불편사항이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이때 고객들은 교통권이나 미술관, 박물관 입장권 같은 티켓을 판매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마이리얼트립은 티켓 판매가 ‘여행 경험을 파는 회사’라는 회사 가치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리고 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했다. 좋은 가이드 상품을 많이 팔기 위한 ‘미끼 상품’도 필요했다.

다만 어떤 티켓을 판매할지, 티켓을 판매하면 구매가 많이 일어날지 등을 충분히 고려했다. 2013년 숙박을 판매했다가 금세 접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다시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행자들의 상품 구매 패턴도 참고했다. 이 결과 일본처럼 가까운 나라에서는 가이드 상품 판매보다 교통권이나 입장권 등의 티켓 판매가 많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유럽에서도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 입장권 판매가 활발했다.

2016년부터 교통권, 전망대·박물관·미술관 입장권 등 티켓 판매를 시작했다. 티켓 판매를 위해 국내에서 해외 티켓들을 판매하는 판매처들과 접촉했다. 이 업체들의 상품을 마이리얼트립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제휴를 맺었다. 마이리얼트립은 티켓 판매처로부터 평균 9.7%를 수수료로 받았다. 일부 물량은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 티켓을 직매입하는 방식으로 판매했다.

마이리얼트립은 티켓을 팔면서 주요 구매층이 가격에 민감한 20, 30대 젊은 층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2017년부터 ‘최저가 보장제’를 시작했다. 다른 곳에서 마이리얼트립보다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하면 환불해주는 식이다. 이후 여행객들 사이에서 ‘티켓은 마이리얼트립이 가장 싸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마이리얼트립은 티켓 중 대부분(81%)을 실물이 아닌 온라인 예약 티켓으로 준비해 편의성을 높였다.

티켓 판매는 생각보다 파급력이 컸다. 티켓 구매자는 여행 일정이 잡혀 있는 잠재 고객이다. 이들 중 다수는 티켓뿐만 아니라 마이리얼트립의 투어·액티비티 상품까지 구매하는 특성을 보였다. 일종의 크로스셀링이 이뤄진 것이다. 무엇보다 티켓이 최저가를 보장하고도 가이드 상품 못지않게 마진이 많이 남았다. 이는 마이리얼트립이 숙박과 항공으로까지 서비스를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물론 서비스를 확장하면서 고비도 있었다. 무엇보다 가이드 상품 판매에만 맞춰져 있는 시스템이 문제였다. 이때만 해도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이 가이드 상품에 최적화돼 있었다. 처음 티켓 판매를 시작할 때는 가이드 상품만 판매되던 기존 시스템에서 강제로 티켓을 팔았다. 그래서 고객들에게 잘못된 안내창이 뜨는 일이 다반사였다. 예를 들어, 고객이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 입장권을 구매하면 ‘티켓을 오후 2시에 만나세요’ 같은 황당한 문구가 안내됐다.

이후 마이리얼트립은 플랫폼의 UI를 꾸준히 수정 보완했다. “이렇게 오류가 뜨는 데도 고객들이 구매하는 것을 보고 가이드 이외의 서비스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시스템을 보완하면서 숙박이나 항공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이동건 대표의 말이다.

숙박 서비스는 2017년 시작했다. 부킹닷컴, 호텔스컴바인 등 호텔 플랫폼 업체와 손을 잡아 단숨에 많은 양의 호텔 상품을 확보했다. 해당 업체들과 호텔 중개에 따른 수익은 5대5로 배분했다. 인기가 있는 숙박 업체는 직접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직계약으로 소싱해 온 한인민박도 계속해서 물량을 확대해 나갔다. 현재 마이리얼트립은 국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한인민박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항공권 판매 서비스도 시작했다. 글로벌 항공 예약 업체(GDS)인 아마데우스와 제휴를 맺어 해당 업체의 항공권을 판매했다. 마이리얼트립은 항공권 판매를 최근 고객 트래픽 증가의 가장 큰 요인으로 보고 있다.

숙박과 항공권 서비스는 생각보다 수월하게 진행됐다. 티켓 서비스를 준비할 때는 제휴를 맺기 위해 작은 규모의 업체들을 일일이 설득해야 했다. 물량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 제휴 업체를 계속 늘리는 수밖에 없었다. 마이리얼트립과 수익을 배분해야 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곳도 있었다. 마이리얼트립은 판매처 증대로 추가 수익이 발생한다는 점과 마케팅 효과가 일어날 것이라는 부분을 앞세워 설득했다.

반면 숙박, 항공권은 많은 물량을 쥐고 있는 대형 업체들과의 제휴로 서비스를 빠르게 준비할 수 있었다. 그동안 마이리얼트립이 크게 성장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오히려 숙박, 항공 서비스 업체들이 마이리얼트립과의 제휴로 마케팅 효과를 기대했다.

마이리얼트립은 다른 곳보다 숙박과 항공권을 최대한 싸게 판매해 마진을 크게 남기지 않는 ‘박리다매’ 형식을 취했다. 이익을 남기는 것보다 많은 고객을 유입시키는 데 집중했다. 대신 항공권이나 숙소를 보러 온 고객들이 투어 상품에도 관심을 갖도록 전략을 짰다. 먼저 플랫폼 UI를 고쳤다. 앱 첫 화면의 정중앙에 ‘투어&티켓’ ‘항공권’ ‘숙소’ ‘에어텔’ 메뉴를 달아 고객이 원하는 종류의 상품을 쉽게 고를 수 있도록 배치하면서도 메뉴 바로 아래에 투어 상품들이 함께 보이도록 만들었다.

‘추천 시점 최적화’ ‘개인별 최적화’ ‘교차 구매 할인’ 등의 전략도 통했다. 여행객들의 예약 패턴을 분석한 결과 평균적으로 항공권은 여행일로부터 59일 전, 호텔·민박은 21일 전, 투어는 9일 전, 티켓은 5일 전에 상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확인하고, 스케줄을 고려해 상품을 추천했다. 고객이 항공권을 구매하면 기다렸다가 21일 전에는 호텔을, 9일 전에는 투어 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여행 목적도 고려했다. 항공권 구매 내역을 통해 혼자 여행을 가는지, 가족과 함께 가는지, 아이를 동반하는지 등을 확인하고 여행 목적에 맞는 상품을 보여줬다. 이와 함께 호텔+투어, 호텔+티켓 등 교차 구매를 하면 일정 금액을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지난해 말 현재 항공권 구매자 중 숙박·투어·티켓·보험 상품을 하나 이상 추가 구매한 여행자 비율은 31%에 달한다.

마이리얼트립이 서비스를 다양화하고 저렴한 상품을 내놓으면서 여행객들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동안 여행객들은 티켓은 A 업체, 호텔은 B 업체가 저렴하다고 생각하고 개별 업체에서 상품을 구매해왔다. 그러다가 마이리얼트립 한 곳에서 다양한 상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마이리얼트립은 투어, 항공권, 숙박 상품을 특가로 판매하는 ‘핫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는데 2017년 5월 론칭 이후 14개월 만에 월 거래액 10억 원을 달성했다.



상품 수와 고객이 크게 증가하고 일정 규모의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마이리얼트립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마이리얼트립의 월 거래액은 2016년 11억 원에서 2017년 61억 원, 지난해 170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는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의 특성이기도 하다. 플랫폼 사업을 위해서는 사람을 모으고, 아이템(상품 수)을 축적한 뒤 발전시켜야 한다.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은 이용자가 몰릴수록 이용자가 더 증가하는 특성을 보인다. 상품과 이용자가 늘다 보면 임계점에 도달하게 되는데 이 지점을 넘어서면 큰 반응이 일어난다. 페이스북도 임계점을 넘은 후에야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마이리얼트립의 강점은 ‘독점 콘텐츠’와 ‘리뷰’
마이리얼트립은 고전 끝에 가이드와 티켓, 숙박, 항공권 등의 상품을 모으는 데 성공했고, 좋은 상품들이 많은 고객을 유인했다. 플랫폼이 성장하는 사이 가이드들은 경쟁 속에서 독점 콘텐츠를 생산했다.

마이리얼트립의 상품 카테고리는 근교 투어, 시티투어, 로컬투어, 야경투어, 국립공원, 박물관·미술관, 이색체험, 스포츠, 테마파크, 크루즈·요트, 자전거, 픽업·샌딩, 맛집·카페, 쇼핑, 쇼·뮤지컬, 캠핑, 와이너리, 클래스, 통역·비즈니스 등 19개에 달한다. 특색 있는 상품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셰프와 함께하는 보케리아 시장 투어와 빠에야 만들기’, 미국 보스턴의 ‘하버드 대학생과 함께하는 하버드대 캠퍼스 투어’, 프랑스 파리의 ‘미술사 전공한 파리지엔이 소개하는 루브르&오르세 박물관 투어’ 등이 대표적이다.

사실 2017년부터 투어·액티비티 시장에서 경쟁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후발주자들이 등장한 이 시기부터 마이리얼트립은 오히려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그동안 쌓아놨던 독점 콘텐츠와 리뷰가 일종의 진입장벽 역할을 했다. “좋은 상품과 제품의 품질을 확인할 수 있는 리뷰를 많이 보유한 상태였다. 충성 고객이 많았고, 이들의 소개로 신규 고객이 계속 유입됐다.” (이동건 대표)

특히 45만 개가 넘는 리뷰가 강점으로 꼽힌다. 가이드투어는 ‘무형의 재화’이기 때문에 상품의 가격이 합리적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미리 구매해본 사람들의 평가(리뷰)를 체크하는 것이다. 평가가 많으면 많을수록 가격이 적정한가를 판단하기가 쉽다. 실제로 마이리얼트립은 리뷰가 많을수록 상품 판매가 더 잘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이리얼트립은 별점과 리뷰를 통해 사람들이 상품을 평가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인기 있는 상품들은 1000건이 넘는 리뷰가 달렸다. 마이리얼트립은 어떻게 양질의 리뷰를 모을 수 있었을까.

먼저, 리뷰를 많이 모으기 위해 여행객에게 5000포인트(5000원)를 지급하는 유인책을 썼다. 고객은 다음 상품 구매 시 이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다. 사실 5000포인트가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쇼핑몰 포인트만큼의 파급력을 발휘하긴 쉽지 않았다. 고객이 한 번 여행을 다녀오면 다음 여행을 가기까지의 공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이리얼트립은 포인트보다는 가이드의 노력이 리뷰를 달게 만든 힘이라고 강조했다. “고객들이 왜 후기를 쓰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토론한 적이 있다. 결론은 지불한 금액 이상의 좋은 서비스를 받았다고 생각한 고객이 가이드를 위해 선의로 리뷰를 단다는 것이었다. 가이드의 노력에 따라 리뷰 숫자가 달라지는 이유다.” 이동건 대표의 말이다.

홍보 등의 의도를 가진 리뷰는 어떻게 걸러냈을까. 마이리얼트립은 상품을 구매한 사람만 후기를 달 수 있게 했다. 가이드 지인 등이 상품 홍보 목적으로 리뷰를 달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다. 마이리얼트립은 불순한 목적을 가진 누군가가 몇만 원을 주고 상품을 구매한 뒤 좋은 내용의 리뷰를 단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설명한다. 같은 상품을 구매한 여행객들이 이를 부정하는 평가들을 달 것이고, 오히려 신뢰를 잃는 계기가 돼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이리얼트립은 특정 IP 주소에서 연속적으로 리뷰가 올라오는지도 체크하고 있다.

이렇게 쌓인 리뷰는 여러 가지 선순환 작용을 일으켰다. 불친절하거나 품질이 낮은 가이드는 시장에서 선택(좋은 리뷰)을 받지 못하게 돼 자연스럽게 도태됐다. 이 때문에 가이드는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자동으로 품질 관리가 되는 셈이다. 대신 열심히 하면 그만큼 자신의 상품을 돋보이게 만들 수 있다. 이미 여러 가이드가 자신의 이름과 이력을 걸고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한 명의 가이드가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마이리얼트립의 하루 예약 건수가 4000건 정도인데 재이용률이 20%가 넘는다. 그만큼 충성고객이 많다는 것이다.” (김도아 이사)


빅데이터 분석으로 최적화된 상품 추천
마이리얼트립은 고객들의 상품 구매와 리뷰를 빅데이터 분석에 활용하고 있다. 여행객의 개별 니즈를 예측하고, 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보통 고객의 개인정보나 행동 패턴, 소비 내역 등의 데이터를 분석하면 고객이 다음에 어떤 것을 구매할지 예측할 수 있다. 이미 많은 기업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 같은 예측을 개인화된 추천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정 상품, 서비스를 구매할 확률이 높은 고객을 예상해 해당 고객에게 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천하는 것이다. 고객에게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해 상품을 탐색하는 시간을 줄이는 대신 기업은 지속적인 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고객 데이터와 상품 모두 많아야 한다. 고객 취향을 알려면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돼 있어야 하고, 각각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려면 상품이 충분해야 한다. 마이리얼트립은 고객 정보와 상품이 충분하게 모여 있기에 기술만 바탕이 된다면 개인화 서비스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 IT 전공자를 중심으로 조직을 구성하고 내부 교육을 강화했다. 마이리얼트립 직원 100명 중 절반 이상이 이공계 출신이다. “데이터 전문가로 꼽히는 분들을 소개에 소개를 통해 힘들게 한 명씩 늘려나갔다. 그렇게 한 분이 들어올 때마다 회사의 데이터 역량이 크게 점프했던 것 같다. IT 전문가는 지금도 끊임없이 찾고 있다.” 이동건 대표의 말이다.

IT 전공자가 어느 정도 늘어난 뒤 마이리얼트립은 내부에 ‘그로스팀’을 만들었다. 그로스팀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서비스 향상을 위한 핵심 지표를 정의한다. 그리고 이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한다. 크로스셀 활성화 전략도 여기서 짠다. 항공권을 산 고객이 투어나 호텔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마이리얼트립은 데이터 기반으로 전략을 짤 수 있도록 전사 차원에서 ‘SQL(데이터베이스 언어)’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여행업계에서 이공계 출신이 절반 이상이고, 데이터로 의사결정을 하는 곳은 우리밖에 없다. VC들이 우리를 주목하는 이유도 일정 부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김도아 이사의 말이다.



마이리얼트립은 현재 플랫폼 전체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앱의 속도를 향상하고, 상품들을 데이터화해 구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오사카 주유패스’는 1. 종이로 된 티켓패스이며, 2. 현지 교통 관련 상품으로 3. 젊은 여행자, 4. ‘뚜벅이’들이 이용하는 상품이다. 이렇게 데이터들을 쪼개서 분류하면 다양한 정보가 쏟아진다. 마이리얼트립은 이를 걸러내는 ‘다이내믹 필터’를 만들고 있다.

이 작업이 완성되면 개인화 서비스의 주요 기법 중 하나인 ‘협업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이 가능해진다. 고객들의 구매나 검색 등에서 유사한 행동이나 평가 정보를 뽑아내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러 고객의 선호 정보를 바탕으로 상품을 구매할 만한 사람을 찾아내 상품이나 서비스를 자동으로 추천한다. 넷플릭스의 영화 추천 엔진인 ‘시네매치’가 그 예다. A 영화와 B 영화를 재밌게 본 고객이 C를 좋아했다면 A, B를 본 고객에게 C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평점이다. 재밌게 봤는지를 평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마이리얼트립도 45만1960개의 리뷰를 활용하는 방법을 고심 중이다. 자연어를 분석하는 컨설팅 회사에 이 후기들을 맡겨보기도 했다. ‘만족’ ‘일정’ ‘친절’ 등 단순 분류부터 ‘사진을 잘 찍는’ ‘유머러스한’ ‘너무 많이 걷는다’ 등 수백여 개의 유의미한 분석을 얻어냈다.

도쿄로 떠나는 예산이 충분한 5인 가족 여행객을 대상 고객으로 가정하면 지금은 대한항공 비즈니스석과 5성급 호텔, 프라이빗 밴 투어, 도쿄 긴자 코스 요리 등을 추천할 수 있다. 앞으로는 비행기 좌석(통로나 창가 어디를 선호하는지)이나 호텔 위치(역 근처인지, 주요 관광지 근처인지), 가이드 성격 등까지 참고해 상품을 추천해줄 수 있다.

해외에서도 개인화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연구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 미국의 산업 리서치업체인 포커스라이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여행 업체 가운데 65%가 데이터 분석팀을 두고 있거나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들이 진행한 데이터 연구 중 80% 이상이 실제 매출 증대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리얼트립은 이를 기반으로 2021년 월 거래액 700억 원, 연 거래액 8500억 원을 달성한다는 것이 목표다. 매출 비중은 투어·액티비티 22%, 티켓·패스 32%, 숙박 30%, 항공권 12%, 핫딜 5% 정도로 예상한다. 이를 달성하면 톱3 온라인 여행사(OTA)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동건 대표는 ‘시장 변화’와 ‘가치 창출’을 강조했다. 여행시장의 트렌드에 맞춰 대형 여행사들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시장과 고객의 니즈는 항상 변한다. 가치 창출은 고객을 얼마나 만족시키느냐에 따라 달려 있는 것이고, 이를 위한 것이 개인화 서비스다. 변화에 맞춰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의 목표는 고객을 만족시키면 저절로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동건 대표)


성공 요인 분석 및 시사점
마이리얼트립이 여행 P2P 플랫폼으로 성공적으로 성장한 것은 플랫폼 전략, 소셜 시스템, 관련 다각화 측면에서 설명될 수 있다. 마이리얼트립은 소비자의 여행 경험이 심화하면서 자유여행 수요가 커지고 있는 시장 변화를 감지했으며, 이를 위해 회사 이름이 지향하는 바와 같이 내실 있는 현지 여행 가이드를 직접 발굴해 임계점 이상의 소비자를 확보했다. 이를 활용해 마이리얼트립 플랫폼에 참여하도록 하는 효율적인 양면시장을 구축했다.

여기에 플랫폼 전략을 확장하고, 공동구매 등의 장점을 살려 여행사업을 효과적으로 넓혀 나갔다. 소셜 시스템을 통해 현지 여행 가이드의 평판(reputation)에 기초한 평가 모델이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1. 플랫폼 전략의 구현
여행 P2P 플랫폼은 고전적 이론인 양면시장(Two-sided market)으로 이해할 수 있다. 양면시장은 판매자가 플랫폼에 제공하는 제품 및 서비스가 플랫폼이 구매자에게 제공하는 제품 및 서비스와 같지 않거나 또는 구매자가 플랫폼에 제공하는 대가와 플랫폼이 판매자에게 제공하는 대가가 다를 때 나타난다(최병삼 등, 2014).

기존 여행사 패키지의 플랫폼에서는 현지 가이드와 여행자들의 직접적인 매칭이 이뤄지지 않고 패키지를 파는 여행사가 주도권을 가지게 된다. 그 결과 국내 여행사들은 고객접근에 대한 우월한 지위를 가지고 현지 가이드들과 수요자 및 서비스 공급자의 관계, 다시 말해 일종의 갑을 관계를 갖게 된다. 현지 가이드 입장에서는 일정 수의 여행객을 확보하는 것이 비즈니스에 주요한 요소가 되는데 충분한 여행객 수를 확보한 국내 여행사에 일정 부분 보조금을 제공하는 교차 네트워크 효과가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마이리얼트립의 경우에는 P2P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여행객 정보와 현지 여행의 요구사항을 쉽게 소통하도록 하면서 이런 교차 네트워크의 비용을 절감했다. 기존 패키지에서는 현지 가이드들의 교차 네트워크 비용이 커서 일정 규모 이상의 여행객 수를 확보하고 지정된 식당, 쇼핑을 통해 수익을 확보해야 했기에 정작 여행객의 요구사항은 뒷전이었다. 하지만 P2P 여행 플랫폼을 통해 현지 가이드들의 차별화된 서비스들이 경쟁적으로 제공되면서 다양한 여행 수요에 대응하면서 가격 메커니즘이 작동되며 제값을 받게 된 것이다.

2. 플랫폼 흡수 전략
플랫폼 흡수(platform envelopment)는 자신의 기존 플랫폼을 기반으로 외부의 플랫폼을 흡수 및 통합함으로써 다른 플랫폼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 진출하는 전략이다(Eisenmann et al., 2006, 2011). 플랫폼 흡수의 장점은 1) 복수 플랫폼 제공으로 다른 플랫폼 소비자 수요를 흡수하고, 2) 기존 플랫폼에 있던 자원을 활용해 효율성 개선, 3) 협상력 및 자원 동원 능력을 강화해 단독 플랫폼에 비해 경쟁우위 확보(Eisenmann et al., 2011)를 들 수 있다.

이런 플랫폼 흡수의 예는 여러 산업 부분에서 찾을 수 있다. 온라인 게임 개발회사가 출시한 온라인 게임이 충분한 수의 고객을 확보할 경우 개발회사가 퍼블러셔로 전환해 자신들이 개발한 게임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의 게임도 유통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쿠팡, 티켓몬스터, 위메이크프라이스 같은 소셜커머스 회사들은 식당과 이벤트의 할인 쿠폰을 팔아 고객을 끌어들였지만 일단 충분한 수의 고객을 확보한 이후에는 전자상거래 회사로 전환해 일반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플랫폼을 확장했다.

마이리얼트립도 자유여행을 하는 고객들이 확보되면서 현지 여행사와의 매칭뿐만 아니라 자유여행을 하는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티켓, 항공권, 호텔 예약 서비스를 추가하며 플랫폼의 보완재 흡수를 통한 확장을 이뤄냈다.

3. 소셜 평판 평가 모델
보통 온라인 여행 상품 예약은 모니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얻게 된 상품 정보를 가지고 구매 결정을 내린다. 이런 경우 다른 구매 고객들이 남긴 평점과 댓글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판단할 만한 충분한 정보가 없을 때 다른 사람의 결정에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은 마치 낯선 곳에서 식사할 곳을 찾을 때 많은 사람이 줄서서 기다리는 식당은 의례 맛집이라고 판단하는 것과 같다.

마이리얼트립의 경우, 소셜네트워크의 평판을 십분 활용하는 평가 모델을 이용하고 있다. 현지 여행사나 먼저 그 여행을 다녀온 고객의 소셜네트워크 플로그인을 활용해 진정성 있는 리뷰 정보를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아무래도 소셜네트워크상에서 신원을 밝힌 사람들의 의견을 좀 더 존중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의 경영학 연구에 따르면, 온라인 평가와 매출과의 관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일부 연구는 평점이 좋을 경우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보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매출은 평점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평점 결과가 좋은 점수들과 좋지 않은 점수들이 모아지는 형태이거나 또는 양분된 양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즉, 최종 평점은 평균을 표시하기 때문에 양극화된다면 평균 그 자체는 의미를 잃을 수 있어서다.

요컨대, 마이리얼트립은 P2P 소셜플랫폼을 활용해 전통적인 여행산업을 혁신하고자 하는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소셜플랫폼의 특성상 플랫폼 참여자들에 대한 서비스 품질 관리 실패 가능성, 또 오랫동안 쌓아 올린 평판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위험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1. 이동원 (2015). “모바일 소셜 플랫폼의 진화 – 카카오”, Asan Enterpreneurship Review
2. 최병삼, 김창욱, 조원영 (2014). 플랫폼, 경영을 바꾸다, 삼성경제연구소.
3. Eisenmann, T., G. Parker, and M. Van Alstyne (2006). “Strategies for Two-Sided Markets,” Harvard Business Review, 84(10), 92-101.



필자소개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 smjeon@gachon.ac.kr
전성민 교수는 서울대에서 경제학 학사를 마치고 동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경영정보 박사 학위를 받았다. IBM과 삼성에서 다수의 IT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서울 및 미국 산호세에서 창업자로 일한 경력도 갖고 있다. 벤처회사들의 실증 데이터 분석을 통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P2P lending, 소셜커머스 등 신규 사업 모델을 분석 중이다. 역서에 『페이스북 시대』가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73호 언더그라운드 정보와 기업 전략 2019년 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