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havioral Economics

조세 부정행위 줄여 경제 성장 효과 내려면

289호 (2020년 1월 Issue 2)

Behavioral Economics
조세 부정행위 줄여 경제 성장 효과 내려면

Based on “The Impact of Two Different Economic Systems on Dishonesty” by D. Ariely et al. (2019, European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무엇을, 왜 연구했나?

미국에선 매년 보험 사기로 인한 손실이 40조 원 규모에 이른다. 2016년 미국 연방국세청(IRS) 보고서에 따르면, 2008∼2011년 기간 중 미국의 불성실 납세 규모(Tax Gap, 납세자들이 내야 할 세금과 실제로 낸 세금의 차이)는 연평균 4580억 달러(약 530조 원, 미국 시민 총 납부세액의 18%)로 한국의 1년 예산을 훌쩍 넘어선다. 한국의 불성실 납세 규모도 2011년 기준 납부세액의 15% 수준인 27조 원에 달한다는 게 조세연구원의 추산이다. 조세회피는 한 나라의 경제, 국방, 복지, 문화, 정치를 지탱하는 조세수입의 근간을 흔드는 치명적 부정행위다. 조세회피만 잘 관리하고 줄여도 상당한 경제성장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정행위는 사회적 관계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빠르게 전염된다. 친구, 가족, 동료 등과 같은 주변 사람들이 부정행위를 자주하면 알게 모르게 자신의 부정행위도 잦아진다. 사회적 관계와 부정행위 간 상호관계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환경에서는 어떻게 다를까? 듀크대의 애리얼리 교수팀은 통일 전 사회주의 동독지역과 자본주의 서독지역에 살았던 독일 시민들을 대상으로 통일 후 부정행위에 대한 분석을 통해 경제 시스템이 부정행위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통일된 독일은 사회주의 동독과 자본주의 서독으로 40년 이상 분단된 상태로 존재했던 역사적 사실로 인해 경제 시스템이 부정행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데 적절한 실험환경을 제공한다. 애리얼리 연구팀은 독일 내 세 개의 도시(베를린, 라이프치히, 도르트문트)에 거주하는 총 534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부정행위 실험을 실시했다. 통독 전 베를린은 장벽을 사이에 두고 서독과 동독으로 나뉘었던 도시이고 라이프치히는 100% 동독 지역, 도르트문트는 100% 서독 지역에 있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주사위를 던지는 게임을 주문했다. 참가자들은 주사위를 던지기 전에 주사위의 윗면과 아랫면 중 하나를 선택하고 주사위를 던진 후 앞서 선택한 주사위 면의 숫자를 종이에 적었다. 이러한 게임을 40회 연속으로 했는데 연구팀은 참가자가 기록한 40개의 숫자 중 하나를 무작위로 뽑아 주사위 숫자만큼 보상을 했다. 예를 들어, 무작위로 뽑힌 숫자가 6이면 참가자는 6유로를 받았다. 숫자를 기록하는 주체가 피실험자이기 때문에 보상을 높이기 위한 부정행위 인센티브가 존재했다. 부정행위를 적극적으로 하게 되면 40개의 숫자 중 높은 숫자(4, 5, 6)가 차지하는 비중(High-Roll Percentage·HRP)이 낮은 숫자(1, 2, 3)가 차지하는 비중(Low-Roll Percentage·LRP)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 부정행위가 없으면 HRP와 LRP는 각각 50%로 동일하다.

실험 결과, 통독 전 베를린 서독 지역과 도르트문트에 거주했던 그룹의 HRP는 55%, 베를린 동독 지역과 라이프치히에 거주했던 그룹의 HRP는 58%를 각각 기록했다. 이는 자본주의 체제하에서든, 사회주의 체제하에서든 상관없이 두 집단 모두 부정행위를 적극적으로 했다는 걸 뜻한다.



좀 더 흥미로운 사실은 서로 다른 경제 시스템이 공존해 있었던 베를린 지역만 따로 떼어 놓고 관찰했을 때 드러났다. 베를린 서독 지역의 HRP는 55%였던 반면 베를린 동독 지역의 HRP는 60%로 나타났고,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한 결과였다. 반면, 베를린을 제외하고 라이프치히(서독)와 도르트문트(동독) 거주자들만 비교했을 때에는 HRP가 각각 56%, 55%로 그 차이도 미미했을 뿐 아니라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한 결과가 아니었다. 이는 부정행위 발생 확률이 자본주의 경제와 가까웠던 베를린 동독지역 거주자들에게서 특히 더 높게 나타났다는 것을 뜻한다. 상대적 박탈감이 작용했기 때문이 아닐까 추정된다.

연구진은 또한 통독 때까지 옛 동독 지역에 최소 10년 이상 거주한 사람들은 동일한 조건의 옛 서독 지역 거주자들에 비해 부정행위를 저지를 확률이 17%p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확률은 거주 기간이 20년 이상이 될 경우 더 높아졌다. 즉, 옛 동독 지역에 최소 20년 이상 거주한 이들의 부정행위 확률은 동일한 조건의 옛 서독 지역 거주자 대비 20.7%p가 높았다. 이는 사회주의 경제 시스템에 오래 노출됐던 사람들에게서 더 많은 부정행위가 발생한다는 걸 의미한다.

이 밖에 연구진은 경제 시스템과 더불어 나이, 학력, 결혼 여부도 부정행위에 의미 있는 영향력을 끼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구체적으로, 나이가 한 살 증가할수록 부정행위 확률은 0.2%p씩 증가했고, 고학력자와 기혼자일수록 부정행위는 감소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이상적인 경제 시스템은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새로운 부를 창출해서 구성원들이 공정하고 공평하게 그 혜택을 누리게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부정행위는 경제 시스템의 유형을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발생한다. 당연히 이 같은 부정행위는 이상적인 경제 시스템의 구축과 발전을 저해한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차례로 경험하면 부정행위 상승효과도 있는 듯하다. 대부분의 국가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경제 시스템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고 소득격차에 따른 사회적 계층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의미 깊은 연구 결과다. 조세회피는 떨치기 힘든 유혹이다. 하지만 빈부에 따라 그 유혹의 강도는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 부정행위를 전반적으로 줄이려는 거시적 접근과 빈부, 남녀, 노소, 교육, 혼인관계 등의 차이를 고려한 미시적 접근이 동시에 필요하다.


필자소개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필자는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그리고 테네시대(The University of Tennessee, Knoxville)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재직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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