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안에 혁신이 있다

34호 (2009년 6월 Issue 1)

혁신(innovation)이 기업의 생존 전략이 된 지 오래다. 따라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성공적 혁신의 유형도 아주 다양해졌다. 도요타는 지속적인 생산 공정 혁신으로, 애플은 비즈니스 모델 혁신으로, 3M은 창의적 아이디어 기반의 혁신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많은 혁신 기업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물론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필자는 기업(공급자) 중심이 아닌 고객(사용자) 위주의 사고방식이 성공적 혁신의 공통분모라고 생각한다.
 
성공적인 혁신’이란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와 같은 말이다. 아무리 좋은 변화라도 고객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시장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업 구조조정이나 신제품 개발로 혁신이 일어난다는 생각은 오산이다. 적어도 현장에서 고객의 목소리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안다. 혁신은 조직이 아니라 고객으로부터 시작되고, 그 성과가 고객에게 돌아갔을 때 비로소 성공적으로 완성된다.
 
교착 상태’ 타개 위한 시장 조사
다우코닝은 1940년대 실리콘을 세계 최초로 상업화한 이래 계속 업계 1위를 지켜왔다. 다우코닝의 매출은 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와 뛰어난 기술 지원을 바탕으로 매년 급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2001년 24억 달러를 고비로 수년간 매출 성장이 멈췄고, 이윤도 기대치보다 낮아졌다.
 
다우코닝은 이런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시장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회사의 기존 믿음대로 고품질의 상품과 최고의 기술 지원을 원하는 고객들도 많았지만, 부가 서비스 없이 일정한 품질의 실리콘 기초 제품만을 싼 가격에 공급받기를 원하는 고객이 의외로 많았다. 후자에 속하는 고객들은 대부분 이전에 다우코닝 제품을 써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다우코닝은 이런 니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새 유통 경로가 필요함을 깨닫고, 전자상거래 사업부인 ‘자이아미터(Xiameter)’를 만들었다. 자이아미터는 실리콘 고무, 실란트, 오일 등 300여 종의 제품을 오프라인보다 훨씬 싼값에 제공한다. 다우코닝은 용량·규격 제한과 프로세스 단순화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자원 낭비 없애주는 고객 지향 혁신
물론 서비스 도입 초반에는 기존의 프리미엄 고객들이 새 모델로 이동해 전체적인 수익 기반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저가 서비스와 고가 서비스를 근본적으로 차별화한 결과, 기존 고객 기반의 축소는 일어나지 않았다.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 생겨난 셈이다. 오히려 기존 브랜드의 입지가 강화됐으며, 제품 판매 국가도 50개국에서 83개국으로 늘었다.
 
우리는 획기적인 기술이나 사업 모델을 가진 기업들이 의외로 고전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한국 기업들이 초기 시장을 이끌던 MP3 플레이어 분야가 대표적이다. 지금 이 시장은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한 애플의 독무대가 됐다. 애플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고객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를 철저히 연구해 이를 파고들었다. 간편한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와 누구나 익히기 쉬운 조작법, 대용량의 저장 공간 등이 바로 그 포인트들이다.
 
고객 지향적 혁신은 기업 자원의 선택과 집중에도 가이드라인이 된다. 기업은 고객이 가치를 두지 않는 제품·서비스를 없애거나 자동화하고, 관련 시간과 재원을 더 가치 있는 활동에 활용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낭비가 사라지고, 제품이나 고객 서비스 역량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지극히 단순한 지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진리는 언제나 단순하다는 사실에 답이 있지 않을까 한다.
 
필자는 전남대 화학공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화학공학과 석사 학위를, 충남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 한국다우코닝에 입사한 후 한국다우코닝 연구소장, 아시아 운송 에너지 사업부 영업이사, 실리콘 고무 미주 지역 이사를 거쳐 2005년부터 한국다우코닝 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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