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에 따르는 실패들, 과도한 방향수정 요구는 안 된다

212호 (2016년 11월 l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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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tegy


혁신에 따르는 실패들, 과도한 방향수정 요구는 안 된다


“Why Learning from failure isn't easy (and what to do about it): innovation trauma at Sun Microsystems" by Liisa Valikangas, Martin Hoegl and Michael Gibbert in European Management Journal, 2009, 27, pp.225-233.


무엇을 왜 연구했나?

기술적 결함으로 생산·판매가 전면 중단된 갤럭시 노트 7으로 인해 삼성전자는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디자인·기능·기술·보안 측면에 선도적 혁신제품이라고 호평일색이던 외국 언론들의 도를 넘어선 질타가 거세지고 있다.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한 글로벌 기업들이 어디 한둘인가? GE, 도요타도 유사한 위기를 겪었으나 보란 듯 회생했다. 2000년 초 타이어 제품결함으로 전량 리콜과 보상을 했던 브리지스톤사는 재빠른 대응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업계 1위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마치 내일이라도 파산할 것처럼 대대적으로 기술진을 문책하고 조직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오히려 회사의 혁신동력에 해가될까 우려스럽다. 최근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우리는 위로하듯 “실패에서 배운다”고 하지만 기업들이 실패로부터 뭔가를 배우기가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핀란드, 이탈리아, 독일 학자로 구성된 연구진의 최근 주장에 따르면 혁신 실패 시 우선적으로 극복할 것은 금전적 손실, 브랜드 이미지 제고가 아닌 혁신 트라우마다. ‘혁신 트라우마’란 혁신의 실패로 인해 기업이 홍역처럼 치르게 되는 혼돈, 몰입도와 자신감 결여, 사기저하를 뜻한다. 실패로부터의 배움이나 교훈을 막는 혁신 활동의 가장 큰 저해요소다. 혁신팀의 사기가 떨어지고,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는 소극적인 태도가 전사적으로 번지게 되는 것이 근본 원인이다.

연구진은 지금은 오라클에 인수된 마이크로시스템스가 자바스테이션(Java Station)의 실패 후 이를 만회하기 위해 추진한 이후의 혁신들이 기술 개발에는 성공하고도 시장에서 실패한 이유를 관련 사례로 지목했다. 미국 마이크로시스템스는 야심 차게 선보인 자바스테이션이 예상과 달리 크게 실패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한 차원 높은 혁신제품인 선레이(SunRay)라는 소프트웨어를 1999년 시장에 소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독주를 막을 제품이라는 시장의 호평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 역시 시장에서 기대만큼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회사는 퇴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진은 38명의 회사 고위관리자와 관련 기술진과 수개월에 걸친 심층 면접 등을 실시해 원인이 무엇인지 파헤쳤다. 연구결과 자바스테이션 실패가 후속 혁신제품인 선레이의 실패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었다. 자바스테이션 실패 후 무려 6번이나 최고관리자가 바뀌었고 기술진의 대대적인 재배치가 이뤄졌다. 이는 선레이 제작팀과 자바스테이션 기술진이 서로 뒤섞이는 결과로 이어져 역효과를 낳았다. 핵심 기술 인력이 200여 명으로 늘었지만 혁신 동인은 크게 감소했다. 이는 상품을 최종 시장에 소개해야 할 마케팅 부서의 불확신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자바스테이션의 실패로부터 생겨난 스스로의 불신을 떨쳐내지 못해 패배적인 기업 문화를 양산했다. 예상치 못한 실패 후유증이 후속 혁신 작업 중에도 열병처럼 번진 것이 패인이었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었는가?

혁신에는 늘 실패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조직 전체를 흔들어버리거나 과도한 궤도수정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자칫 그동안 이어온 혁신 노력에 찬물을 끼얹어 변화와 혁신 자체를 꺼리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완벽한 실패다. 차분히 원인규명과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겠지만 기술진이 아픈 경험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당황하지 않고 더욱 혁신에 매진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일각에서 요구하는 삼성전자의 개선책은 오히려 혁신 트라우마를 악화시킬 수 있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유치, 해외직접투자실무 및 IR, 정책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기술벤처, 해외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PMI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Behavioral Economics


동료효과 적절히 활용해 내 의사결정의 주인이 돼야 한다


Based on “I Did It Your Way. An Experimental Investigation of Peer Effects in Investment Choices” by A. Delfino, L. Marengo, and M. Ploner (2016, Journal of Economic Psychology)


무엇을 왜 연구했나?

미국의 가수 겸 배우인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웨이(My Way)’는 발표된 지 4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이들의 애창곡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자신의 방식대로 한 인생을 멋지게 살았다는 가사는 자신의 의지대로 사는 것이 어려운 현대인들에게 큰 위안이 되는 메시지다.

나만의 길을 자신 있게 꿋꿋이 개척하며 걸어가는 것이 왜 그리도 힘들까? 양떼나 물고기 무리가 움직이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마치 보이지 않는 힘으로 서로가 연결돼 있는 것처럼 전체 무리가 일사불란하고 질서정연하게 움직인다. 마이웨이와는 반대되는 군집행동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는 동물에게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재무분석가들은 기업들의 미래 순이익을 예측할 때 예측능력이 뛰어난 재무분석가의 예측치와 비슷한 추정치를 발표하는 성향을 보인다.

군집행동이라는 큰 움직임은 모방행위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타인을 따라 하는 모방행위는 배움, 의사결정, 사회적 행동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기는 부모가 하는 말을 따라 하며 자연스럽게 언어를 배운다.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기반으로 지식을 쌓아 간다. 고참 사원들은 신입사원들이 본받아야 할 훌륭한 롤모델이다.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최근 트렌드를 살피는 멋쟁이들도 모방에 익숙하다. 주식시장에서도 동료효과(Peer Effect)라는 모방행위가 존재한다. 주변 투자자들의 투자행동과 결정에 영향을 받아 자신의 행동이나 판단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이 수집한 정보와 그 분석에 근거해 적절한 투자종목이라 판단하고 추가 매수를 심각하게 고려했던 주식에 대해 주변의 다른 투자자들이 매도했다는 소식을 접한 후 매수 대신 매도를 택하는 행위는 합리적 투자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선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동료효과에 의해 생기는 비합리적이고 충동적인 행위를 줄이거나 피하려면 그러한 행위와 관련 있는 요인을 파악하는 과정이 필수다.



무엇을 발견했나?

런던 정치경제대의 델피노 교수팀의 연구는 이탈리아 트렌토대 대학생 133명을 대상으로 젊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동료효과를 투자환경과 불확실성의 관점에서 짚어본다. 연구팀은 실험에 참가한 대학생들을 표적(Target)그룹과 옵저버(observer)그룹으로 나눈다. 먼저 표적그룹으로 하여금 5가지의 위험한 투자종목과 1가지의 불확실한 투자종목에 대한 투자결정을 하게 한다. 여기서 위험한 투자종목은 성공 확률과 실패 확률이 알려진 종목들이고, 불확실한 투자종목은 확률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종목을 일컫는다.

표적그룹이 투자결정을 하고 난 후에 옵저버그룹도 위와 같은 6가지 투자종목에 대한 투자결정을 하도록 했다. 이때 옵저버그룹이 표적그룹에 속한 참가자들의 투자종목 선택에 대한 정보를 알고 투자를 하도록 했다. 표적그룹의 투자선택에 대한 정보는 두 종류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표적그룹에서 임의로 선택된 한 명의 투자자가 선택한 투자종목 정보고, 두 번째는 표적그룹 전체의 평균 투자결정 정보다. 당연히 전체 평균이 임의의 선택보다 표적그룹 전체에 대해 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정보의 유용성이 증가했을 때 모방행위의 변화를 보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실험 참가자들이 투자종목을 20초 내에 선택해야 하는 상황과 40초 내에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번갈아 직면하도록 했다. 당연히 20초 내에 선택을 요구하는 제약 조건은 40초 조건보다 시간에 대한 압박감을 훨씬 크게 느끼는 상황을 연출한다.

연구 결과는 일반적인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약 50%의 참가자들이 자신과 동료집단의 투자종목 선택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자신의 선택을 버리고 동료집단의 선택을 따라가는 모방행위를 보였다. 모방의 강도는 자신과 동료집단 간 투자선택의 차이가 클수록 더욱 강해졌다. 또한 투자결정에 필요한 시간이 촉박한 경우(20초 내 선택)와 투자종목의 미래수익률을 확률적으로 추정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상황에서 모방 가능성도 높아졌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주식시장에서 손실의 위험과 시장의 불확실성은 불편한 진실이다. 달갑지 않은 투자결과는 후회라는 감정을 솟구치게 하고, 이는 불안과 공포로 쉽게 발전한다. 이러한 부정적 감정을 억제하는 한 가지 방법이 무리와 함께 움직이는 것이다. 다수의 다른 이들도 나와 같은 선택을 했다는 사실은 후회에서 오는 상처 난 감정을 잊게 해주는 진통제 역할을 한다.

동료효과는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서로 어울려 사는 한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따라서 긍정적 효과는 적절히 이용하고 부정적 효과는 줄이려는 지혜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Big Data)의 경우 무조건적 맹신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빅데이터 분석은 기본적으로 다수의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적 행태를 요약한 것이기 때문에 맹목적 신뢰는 자칫 동료효과를 인위적으로 확대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은 시장에서 매우 인기 있는 투자전략을 소개하고 투자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모방행위의 긍정적 측면을 활용한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선택을 위해 주어진 시간이 짧을수록 자신의 판단과 결정보다는 타인의 선택에 의존할 확률이 높으므로 가능하면 충분한 시간을 제공해야 하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톡톡 튀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분야에서는 특히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필자는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The University of Tennessee, Knoxville)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재직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Business Ethics


CSR 좋은 효과 많지만, 가격 비싸졌겠다는 생각 품게 할 수도…


Based on “Warm Glow or Extra Charge? The Ambivalent Effect of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Activities on Customers’ Perceived Price Fairness” by Johannes Habel, Laura Marie Schons, Sascha Alavi, and Jan Wieseke (2016). Journal of Marketing, 80(1): 84-105.


무엇을 연구했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하 CSR)에 대한 기존의 연구들은 CSR 활동이 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이미지와 신뢰성을 심어줌으로써 결국은 유무형의 이익을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CSR 활동이 비록 당장 손에 잡히는 금전적 이익을 가져오지 않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이 CSR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CSR이 사회정의 실현에 기여한다고 믿기 때문에 활발한 CSR 활동을 펼치는 기업에 대해 우호적 태도를 갖지만 그것이 가격 적정성(price fairness) 문제와 결부될 때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소비자는 제품구매를 위해 지불한 돈이 좋은 일에 쓰인다고 생각할 경우 가격 적정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CSR 활동에 들어간 비용이 결국 제품 가격의 인상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할 경우엔 불만을 갖게 된다.

과연 기업의 CSR 활동은 가격 적정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기존의 연구들은 CSR이 기업에 가져다주는 긍정적 효과에만 초점을 두어온 반면 본 연구는 CSR이 적어도 가격적정성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소비자들의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무엇을 발견했나?

독일 보훔-루어대 연구진은 2016년, 1180명의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이들에게 특정 회사의 CSR 활동을 자세히 설명해준 뒤 그 회사의 CSR 참여도를 평가하게 하고, 해당 기업이 CSR에 참여하는 이유가 순수하게 이타적인 동기(intrinsic attribution)라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전략적인 동기(extrinsic attribution)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마지막으로 그 회사 제품의 가격적정성에 대해 물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기업이 이타적 동기에서 CSR 활동에 참여한다고 믿는 응답자의 경우 CSR 참여도가 높은 기업에 대해 제품 가격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회사가 전략적 동기에서 CSR에 참여한다고 응답한 경우 CSR 참여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가격에 대한 불만이 컸다. 쉽게 말하면 후자의 경우 CSR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연구진은 이 메커니즘을 연구하기 위해 170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실시했다. CSR이 이타적 동기가 아닌 전략적인 이유로 행해진다고 믿는 소비자의 경우 기업이 CSR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제품의 가격을 올릴 것이며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부담으로 연결된다고 응답했다. 기업이 CSR에 열심을 보일수록 가격에 대한 불만이 오히려 높아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CSR을 ‘박애적(philanthropic) CSR’(예: 기부행위)과 ‘사업과정(business-process) CSR’(예: 사원복지 증진)로 분리해 기업이 어떤 형태의 CSR을 펼칠 때 소비자가 가격적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지 살펴봤다. 소비자들의 생각은 다음과 같았다. 기업이 ‘박애적 CSR’을 펼칠 경우 CSR의 수혜자가 기업 내부가 아닌 외부 사람들(예: 빈민층)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CSR을 득(得)보다 실(失)이라고 판단하게 될 테고, 그렇다면 손해를 보전하려는 생각에서 제품 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즉, 기업이 ‘박애적 CSR’을 펼칠 경우 소비자들이 그 대의에는 동의하더라도 가격 적정성에는 불만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CSR에 대한 기존의 연구는 대부분 CSR의 긍정적 효과에 관한 것이었다. 기업의 CSR 활동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은 물론 기업의 대외 이미지도 좋아져 결국은 일석이조라는 것이다. 그러나 본 논문은 CSR이 가격 적정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을 가중시켜 결국 기업에 손해가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CSR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에는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정교하게 계획된 시나리오 안에서만 CSR이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CSR에 많은 돈을 투자해봐야 역효과가 날지도 모르니 기업은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편이 나을까? 본 논문은 기업들이 취할 수 있는 몇 가지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CSR 비용을 제품 가격 인상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음을 적극 알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광고비 지출을 줄인다든가 임원진의 연봉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CSR에 필요한 예산을 마련한다고 홍보할 경우 소비자들은 가격 적정성에 큰 의문을 제기하지 않게 된다. 또한 유념해야 할 것은 기업이 CSR을 이타적 동기에서 실시한 경우에만 기업에 득이 됐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특정 기업의 CSR 활동이 순수한 동기에서 비롯된 것인지, 전략적 계산에 의한 것인지 늘 판단하고 있으며 후자에 경우 기업에 대한 신뢰를 오히려 잃게 만든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역시 진정성은 통하는 법이다.


김수경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sookyungkim@korea.ac.kr

필자는 서울대 언어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사에서 기자로 근무하던 중 도미, Stanford University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웨덴 Linkoping University 방문학자를 거쳐 현재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며 인권의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Political Science


차이나머니의 공습 어떻게 대처할까?


Banking unconditionally: the political economy of Chinese finance in Latin America Review of International Political Economy, 2016 (Vol. 23, No. 4, pp.643-676) Stephen B. Kaplan


무엇을 왜 연구했나?

지역을 막론하고 차이나머니의 공세가 거세다. 특히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썰물처럼 빠져나간 선진국 자본의 빈자리를 중국이 채우며 라틴아메리카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그 영향력을 급속도로 확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 자원 및 해외 수출시장 확보라는 중요한 정책적 목적에 부응하는 형태로 차이나머니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조지워싱턴대 정치학과와 엘리엇스쿨의 스티븐 캐플런 교수는 단순히 중국발 투자자금 및 차관이 2008년을 기점으로 얼마나 확대됐는지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서 투자 자금이 흘러간 방식에 따라 남미 국가들 간에 중요한 차이가 있었음을 본 논문에서 밝혀내고 있다.


무엇을 발견했나?

본 논문의 비교대상은 베네수엘라,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4개 국가다. 실제로 이들 국가에서 중국발 자금은 2008년을 기점으로 놀라울 정도로 크게 증가했다. 그 가운데 절대적 규모로 볼 때 가장 큰 수혜국은 베네수엘라였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후
5년간 GDP 대비 0.5% 정도에 머무르던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정책금융자금은 8%까지 증가했고, 해외로부터 도입된 총 자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7%에서 66%로 껑충 뛰어올랐다. 중국으로부터 제공된 차관과 투자자금이 국제유가 폭락으로 직격탄을 맞은 이들 국가의 재정여력에 숨통을 틔워주었음은 물론이다.

실제로 중남미의 많은 국가들은 풍부한 부존 자원이 오히려 정부의 재정 무책임성과 국제가격의 잦은 부침으로 인한 경제 체질의 허약성을 가져오는 이른바 ‘자원의 저주(resource curse)’를 보여주는데 세계금융위기와 유가폭락의 상황에서 국제금융시장에서 외면받던 베네수엘라를 건져 국가 부도와 재정파탄을 피할 수 있게 한 것은 중국이었다. 다시 말해, 중국개발은행, 중국수출입은행과 같은 정책성 은행을 통해 제공되는 자금은 국제금융시장의 까다로운 여타 투자자들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즉 중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더 장기적이고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높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인내심이 큰 자본(patien capital)’이다. 다른 면에서 보자면 여러 남미국가의 고질적인 문제인 포퓰리즘적 정책을 떠받치는 새로운 재정적 통로로 차이나머니가 사용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본 논문은 베네수엘라와 브라질에 대한 심도 있는 비교를 통해 모든 남미국가에서 그런 것은 아님을 밝혀낸다. 차이나머니의 규모와 정부 재정적자의 증가가 정확히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던 베네수엘라와 달리 베네수엘라의 뒤를 이어 유입자금 규모로는 두 번째인 브라질은 재정건전성의 원칙이 비교적 엄격하게 지켜졌던 것이다. 그리고 이 차이를 만들어낸 것은 차이나머니가 유입되는 방식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연간 190억 달러에 이르는 액수가 베네수엘라 중앙정부에 직접 흘러간 것과 달리 브라질의 경우 정부 대 정부 간에 이뤄지는 차관이나 투자협력을 통하기보다는 브라질 정부가 주관하는 공개입찰에 참여하는 중국 기업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중국 정부가 제공하는 정책금융이 남미에서 중국 기업의 활로를 터주기 위한 목적으로 중국산 부품 사용, 중국인 노동자 사용비율 등에 관한 요구조건 등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는 브라질 국내법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브라질 정책당국이 여러 정치적 상황 및 배경 때문에 재원을 다변화할 필요성을 느끼는 데다 금융시장의 규율에 민감하기 때문인 것으로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중국 정부의 정책금융을 앞세운 중남미 공세에 같은 시장에서 경합을 벌여야 하는 우리 기업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본 논문이 지적하듯 중국이 진출하는 방식 및 각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나라별로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차이는 각국 정부의 규제 및 법적 체계, 정치적 맥락 및 배경에 따라 중국 자금을 수용하는 방식의 차이로 인해 나타난다는 점을 살펴볼 때 진출하고자 하는 국가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만약 중국 자본이 베네수엘라처럼 곳곳에 유입돼 고용과 투자를 창출하는 상황이라면 직접적 대결을 피하는 진출 전략을, 브라질처럼 규제가 많아 제대로 들어가지 못한 국가라면 중국 자본 또는 기업과 정면 대결을 펼쳐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정책 자금 지원의 맥락을 보지 못하고 베네수엘라 같은 나라가 중국 기업에 풀어준 규제가 한국 기업에도 적용될 것이라는 생각 역시 위험할 수 있다. 정치 환경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김현경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강사 fhin@naver.com

필자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강사로 재직 중이며 주 연구 분야는 정치경제학(노동복지, 노동시장, 거시경제정책을 둘러싼 갈등 및 국제정치경제)이다. 미국 정치, 일본 정치 등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43호 Hipster & Business 2018년 2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