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1. Interview: ‘펭수’를 기획한 이슬예나 EBS PD

일방적 가르침 대신 솔직한 소통이
‘어른이’들에게도 선한 웃음 전하다

289호 (2020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2019년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한 EBS의 신입 연습생 크리에이터 ‘펭수’. EBS라는 전통 교양 명가가 배출한 이 걸출한 연습생은 이 시대 크리에이터가 갖춰야 할 덕목에 대한 시사점을 준다. ‘어린이’ ‘교육’ ‘TV’ 등 특정 타깃과 기성 매체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할 것 같았던 EBS가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교육에서 재미로, TV서 모바일 SNS로 영토를 넓히며 미디어 확산의 중심에 서게 된 비결은 ‘소통’에 있다. 연출을 최소화하고 크리에이터의 매력을 극대화해 스토리에 힘을 실은 것이다. 일관성 있는 캐릭터를 창조하기 위한 펭수와 제작진 내부의 소통, 시청자와 함께 호흡하기 위한 대중과의 온·오프라인 소통, 미디어를 넘나드는 다른 매체 및 기관과의 소통, 전통 미디어의 자산인 선배 캐릭터들과의 소통 덕분에 펭수를 중심으로 하나의 세계관이 완성될 수 있었다. 이처럼 공고하게 구축된 세계관은 최근 산업계 협찬, 굿즈 판매 등 IP 수익화의 밑거름으로 작용하고 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장예령(숙명여대 경영학부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잘 쉬는 게 혁신이에요.”
“사장님은 친구 아니겠습니까. 사장님이 편해야 회사도 잘되는 겁니다.”
“다 잘할 순 없어요. 잘하는 게 분명 있을 겁니다. 잘하는 걸 더 잘하면 됩니다.”
“힘든데 힘내라고 하면 힘이 납니까? 힘내라는 말보다 저는 ‘사랑해’라고 해주고 싶습니다.”
-‘자이언트 펭TV’ 中



남극에서 건너온 10살짜리 펭귄이 무심코 툭 내뱉은 말이 지친 ‘어른이’들의 심장을 강타했다. 주옥같은 어록을 탄생시킨 주인공은 이제 대한민국에서 모르면 간첩인 EBS의 신입 연습생 크리에이터 ‘펭수’다. ‘키 2m10㎝, 몸무게 103㎏’의 이 자이언트 펭귄은 원래 초등학생 고학년 눈높이에 맞춰 제작된 캐릭터였다. 그러나 마음만은 아직 어린이인 어른들의 감성까지 건드리며 데뷔 1년도 안 돼 유튜브 골드버튼(구독자 100만 명 채널에 수여)을 손에 쥔 대스타가 됐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겐 한없이 따뜻하지만 사장님이나 장관 앞에서는 기죽지 않고 할 말 다 하는 ‘발칙한 10살’의 등장에 세대를 뛰어넘어 온 가족이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연령대가 의심스러운 괄괄한 목소리로 걸핏하면 EBS 사장 이름을 부르고, “참치는 비싸/비싸면 못 먹어/못 먹을 땐 김명중(EBS 사장)”이라는 시를 읊는 펭수. 뭐니 뭐니 해도 그의 진가는 즉흥적인 ‘애드리브’에서 나온다. 외교부 청사 앞에서 마주친 강경화 장관에게 다짜고짜 “여기 ‘대빵’ 어디 있어요”라고 묻고, 인사 각도를 트집잡는 EBS 25년 차 선배 ‘뚝딱이’에게 “저는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잔소리하지 말아 주세요”고 받아치는 당돌함이 특징이다. 짜인 각본대로 읊는 것이 아니라 때론 제작진마저 당황케 하는 돌직구 발언과 재치로 상대방의 허를 찌른다. 학교나 직장에서 턱밑까지 차오르는 속마음을 내뱉지 못하고 삼켜봤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솔직하고도 에두르지 않는 ‘펭수식 화법’에 빠지지 않기 힘들다.

이처럼 세대를 초월한 인기에 펭수에게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역으로 말하면 EBS가 소속 크리에이터의 인기에 힘입어 수익화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펭수가 출연하는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 구독자가 150만 명을 넘어서면서 산업계와 정부 기관의 컬래버레이션 요청이 소화하기 버거울 정도로 밀려들고 있다. EBS 어린이 프로그램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에 출연하던 초등학생용 캐릭터가 이제 유튜브는 물론 지상파 3사, 종편, 라디오 등을 종횡무진으로 활동하며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미디어 대통합’을 이뤄내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한 해 국내 크리에이티브 업계를 평정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BTS를 제치고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선정한 ‘2019 올해의 인물’에 올랐을 정도다. 펭수의 에세이 다이어리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는 예약 판매만으로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이 밖의 의류 브랜드 스파오와 제휴를 통해 선보인 펭수 티셔츠 등 각종 ‘굿즈’도 판매 돌풍을 일으키는 중이다.


이슬예나 PD는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2009년 SK텔레콤에 입사해 광고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2011년 EBS로 옮겨 ‘하나뿐인 지구’ ‘딩동댕 유치원’ ‘보니하니’ ‘멍냥꽁냥’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출했으며 ‘자이언트 펭TV’의 기획과 연출을 맡았다.




펭수 열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EBS라는 전통 교양 명가가 배출한 이 걸출한 연습생이 이 시대의 크리에이터가 갖춰야 할 덕목에 대한 시사점을 준다는 점이다. ‘어린이’ ‘교육’ ‘TV’ 등 특정 타깃 시청자층과 기성 매체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할 것 같았던 EBS가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교육에서 재미로, TV에서 모바일 SNS로 영토를 넓히며 ‘미디어 확산’의 중심에 섰다. 잘 키운 캐릭터 하나로 어린이용 콘텐츠와 성인용 콘텐츠, 교양과 예능, 기성 미디어와 뉴미디어의 경계를 허물어버린 셈이다.

펭수라는 1인 크리에이터에 힘이 실리자 공중파 방송사는 펭수의 ‘소속사’가, 연출자로서 프로그램의 향방을 진두지휘하던 PD는 펭수의 ‘매니저’가 됐다. 그리고 이 탁월한 ‘매니지먼트’의 결과 과거 EBS를 거쳐 간 많은 캐릭터도 덩달아 빛을 보면서 마블처럼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함께 EBS의 지식재산권(IP) 비즈니스 전성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화제의 ‘자이언트 펭TV(이하 펭TV)’를 기획, 연출한 EBS 이슬예나 PD를 DBR이 만났다. 이 PD는 기성 방송사에 유튜브식 문법과 B급 코드를 접목하고, 크리에이터를 전면에 앞세운 기획으로 펭수라는 스타 연습생을 발굴했다. ‘펭수의 어머니’ 격인 이 PD로부터 자이언트 펭TV의 기획 의도와 성공 비결, 그리고 미디어 격변기에 크리에이티브 비즈니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언제부터, 어떻게 펭수를 기획하게 됐나.
펭수는 2018년 가을, 새로운 어린이 콘텐츠를 만드는 EBS의 유아 어린이 TF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여러 아이디어 중에 내 기획안이 채택됐고, 2019년 2월 중순부터 한 달여간 준비해 4월부터 유튜브와 TV를 통해 내보냈다. 사실 공중파 방송의 미래가 위협을 받다 보니 회사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많았다. 그동안 어린이 콘텐츠 채널로서 고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플랫폼이 빠르게 변하면서 우리가 지키려는 가치가 많은 사람에게 전해지지 않는다는 게 EBS PD로서 늘 느끼던 아쉬움이었다. SWOT 분석을 하거나 전략적으로 문제를 진단한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어떻게 하면 이런 시청자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지를 고심하면서 계속 모바일 콘텐츠나 해외 프로그램들을 참고하고 브레인스토밍을 했다.

일단 기획의 시작은 ‘가르치려 하지 말자’였다. 교훈이나 착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좋지만 일방적이고 직선적인 메시지여서는 안 되고 쌍방향 소통이 핵심이라고 봤다. 연출자나 기획자가 “이런 메시지를 전할 거야”라고 미리 정해 놓지 말고 캐릭터, 즉 주인공이 자신의 매력과 사랑스러움으로 승부해서 일종의 인플루언서로 성장하는 프로그램이 되길 바랐다. ‘소통’과 ‘공감’이 우선이었고, 인위적인 연출보다는 자연스러운 크리에이터의 면모가 발휘되게 하자는 게 맨 처음 의도였다. 주인공, 작가, 연출자 한 명 한 명이 펭수 그 자체가 돼 캐릭터의 힘으로 프로그램을 끌고 가보기로 했다.


캐릭터가 갖는 힘, 캐릭터를 통해 스토리텔링을 했을 때 기대되는 효과가 무엇인가.
어린이들을 비롯해 누구나 자기가 사랑하는 캐릭터가 전하는 메시지에 더 몰입하기 때문에 사랑받는 캐릭터 혹은 프리젠터를 기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밥을 골고루 먹어야 해요’라고 주입하거나 시청자가 관심 없는 사람이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모습을 화면에 잡는 방법은 힘이 약하다. 보는 사람이 애착을 갖고 소통하는 캐릭터가 밥을 골고루 먹자고 설득해야만 단순하고 진부한 메시지도 힘을 가질 수 있다. 물론 비즈니스 측면에서 캐릭터 IP가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 콘텐츠 산업의 관점에서 확장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펭TV가 단순히 웃긴 콘텐츠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정치적 색채, 사회적 편견을 입히지 않고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비난하거나 조롱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선한 웃음’을 주는 데 있다. 그래서 기획할 때부터 펭수 성격의 A부터 Z를 설정했던 것은 아니지만 제작진 내부적으로 ‘펭수는 성별이나 사회 위계질서에 구애받지 않고,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디테일을 보강해 나갔다. 그러다 보니 권위에 굴하지 않고, 세상을 순수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자기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에 대한 인류애를 가진 지금의 펭수 캐릭터가 자리 잡았다. 꼭 어떤 지식을 배우고, 특정 지위에 오르고, 권위를 가진 존재만 그런 거창하고 이상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남극에서 온 10살짜리 펭귄도 순수한 마음으로 이런 스토리를 풀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 큰 어른들이 펭수를 펭수로 봐주고, 캐릭터에 몰입하면서 그 정체를 지켜주려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막연하게 어린이 콘텐츠를 어른들도 좋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했는데 그게 허무맹랑한 바람이 아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만 돼도 사람 머릿속을 들여다보면 생각하는 게 크게 다르지 않다. 나이와 상관없이 원하는 것도 비슷하고, 기쁨을 느끼는 포인트도 비슷하다. 어른들도 다 큰 것 같지만 그 안에는 투정 부리고 싶고, 시원하게 울고 싶고, 마음껏 감정 표현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런 나까지도 포용해주고 위로해주는 존재가 있기를 바란다. 이처럼 어른 안에 잠자고 있는 어린이 같은 마음이 펭수를 통해 발현되는 것 같다. 그래서 그 어린이 같은 마음으로 펭수의 정체를 지켜주는 것 아닐까. 펭수로부터 힐링을 받는 분들이 그 소중한 마음을 계속해서 주고받으려면 펭수를 펭수로서 지켜줘야 한다는 전제를 알고 있는 것 같다.


펭수가 즉흥적으로 임기응변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펭수라는 1인 크리에이터의 역할과 연출자나 작가 등 제작진의 기여도를 나눈다면.
그 기여도를 구분할 수는 없다. 물이 100도가 돼야 끓기 시작하는데 특정 존재가 99도까지 끌고 가도 마지막 1도가 없으면 못 끓는 거 아닌가. 지금의 펭수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캐릭터와 세계관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펭수와 제작진이 정말 많이 대화하고 소통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제작진 모두가 펭수다. 다만 우리도 일상적인 수다나 회의 과정에서 공유했던 내용이 펭수로부터 정제되고 뾰족한 한 문장으로 튀어나와서 놀랄 때가 있다.

일례로 ‘교육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펭수가 ‘교육은 삶 그 자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동시에 ‘오∼’ 하며 탄성을 내질렀다. 제작진과 교육을 화두로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한 적은 있었지만 그렇게 교육을 한마디로 정의한 건 펭수다. 이렇듯 프로그램의 방향을 정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은 펭수와 제작진이 반나절 꽉 채워서 회의를 하고, 꼭 회의가 아니더라도 평소 담소도 자주 나눈다. 제작진이 모두 35세 이하로 젊은 편이다 보니 조금 더 자유롭고 수평적인 분위기가 있고, 이런 논의들이 애드리브로 이어진다. 허심탄회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과정에서 펭수가 고수해야 할 가치, 넘지 말아야 할 선 등에 대해 모두 암묵적으로 합의하는 부분도 생기는 것 같다.



크리에이터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다 보면 교육방송으로서 ‘선’을 지키기가 어렵지 않나.
제작진끼리 첨예하게 대립하거나 의견이 갈릴 만큼 펭수가 ‘선을 넘은’ 적은 없었다. 물론 ‘이런 멘트, 장면이 그냥 나가도 될까’라고 갸우뚱할 때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펭수 스스로 수위를 지키기 때문에 자유롭게 놔두고 편집으로 조율하는 편이다. 가령, 펭TV 1화에서 학교를 배경으로 촬영할 때 선생님이 펭귄인 펭수를 일반 학생들과 똑같이 대하고 에어컨도 안 틀어주자 펭수가 ‘(선생님) 너무 엄격하세요. 펭귄이어도 ‘짤’ 없으시더라고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짤 없다’는 표현이 재미있긴 한데 ‘과연 남극에서 온 10살짜리 펭귄이 쓸 만한 단어인가’를 두고 내부적으로 이견이 있었다. 이럴 땐 그냥 ‘짤’에서 말을 끊는 정도로 편집한다.

TV가 아닌 모바일로 송출하는 콘텐츠에서는 조금 더 과감해지기도 한다. TV 방송 콘텐츠의 경우도 심의실에서 문제 삼을 수도 있긴 한데, 보통 제작진이 지레 걱정하고 겁먹었던 것만큼의 반응은 거의 없고 ‘재미있다’‘참신하다’ ‘이런 것만 주의하라’는 선에서 마무리되곤 한다. 이런 ‘선’을 둘러싼 갈등이 생각만큼 심각하진 않다.


어른용 콘텐츠와 어린이용 콘텐츠의 경계가 점차 희미해지는 것 같다.
연령대를 불문하고 시청자들이 펭수를 ‘동년배’라고 인식하는 게 흥미롭다. 사실 펭수는 한 번도 스스로를 ‘동년배’라 지칭한 적도 없고, 제작진이 먼저 나서서 동년배라는 자막을 쓴 적도 없다. 팬들이 먼저 ‘20대 대학생인데, 동년배들이 다 펭수 좋아해’ ‘30대인데, 동년배들이 다 펭수 좋아해’ 이런 식으로 말하니까, 그다음부터 우리도 자막에 삽입한 것이다. 펭수는 항상 0세부터 100세까지 나를 좋아하는 데 있어 구분이 없다고 꾸준히 이야기한다.

물론 넓게는 전 세대를 타깃으로 하더라도 펭TV 주 시청자층은 있다. 유튜브란 플랫폼의 장점은 데이터가 확실하다는 것인데 데이터에 따르면 펭수가 2040 여성들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도 이 구독자층에 집중해 콘텐츠를 기획하는 측면이 있다. 다만, 어린이와의 교감과 소통을 놓지 않으려 노력하고, 처음 겨냥했던 초등학교 고학년도 여전히 큰 축으로 삼고 있다. 펭수 1차 팬 사인회에 6살부터 중고등학교 학생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참여했기 때문에 유아나 청소년들이 떠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처음 말했듯 어린이와 어른이 특별히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고 가족 방송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예능과 교양의 경계도 흐려졌다. 딱딱하고 진지한 다큐멘터리나 교육 프로그램들은 외면받는 건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교육적인 메시지를 충실히 담아 전달하는 역할의 경성 콘텐츠도 필요하고, 아직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회사와는 무관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TV란 매체가 수행할 수 있는 교육적인 역할은 한계에 봉착한 것 같다. 다양한 쌍방향 디바이스를 통해 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인 만큼 TV라는 레거시 미디어가 그 역할을 해내는 데는 분명히 어려움이 많아졌다.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콘텐츠를 시청하는 유아 세대까지는 어느 정도 가르침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만 자기 결정권과 자의식이 생기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누군가 자기를 가르치려 한다는 기분이 들거나 동생, 아기 취급을 한다고 느끼는 순간 시청을 거부한다. 오히려 부모님이 보는 예능, 드라마를 같이 보고 싶어 한다. 이 때문에 일방적인 교육 프로그램은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타깃 연령대별로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2030에 유독 인기를 얻은 이유는 무엇인 것 같나.
일단 제작진이 2030이다 보니 우리의 욕망과 잠재의식이 표현된 것도 있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2030 세대로 사는 것이 힘들지 않나. 소위 밀레니얼세대라고 불리며 마치 자기 표현을 잘하고 주관이 뚜렷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현실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다 솔직히 이야기하고 욕망을 분출하면서 살지 못한다. 그런 측면에서 권위에 굴복하지 않고, 사회적인 틀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펭수의 행보가 환영을 받고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 같다. 무엇보다 프로파간다적으로 접근하거나 격식을 갖추고 힘을 주는 게 아니라 가볍게 다가간다는 게 차별점이다.

특히 펭수가 팬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통한 것 같다. 물론 제작진도 시청자를 소중하게 생각하긴 하지만 최근 스케줄이 많아 체력적으로 힘들 텐데 펭수가 꿋꿋이 팬 서비스를 하는 걸 보면서 우리도 그 진심을 느낀다. 이런 마음들이 모여서 사람들에게 닿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처음부터 소통하는 쌍방향 콘텐츠로 방향을 잡은 것도 이 시대의 콘텐츠는 화려한 연출보다는 ‘진정성’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유튜브 콘텐츠가 각광받는 이유도 크리에이터 개개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관심 있는 것을 솔직하게 드러내기 때문이지 않나. 펭수도 마찬가지다.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와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활용하고, 짤과 이모티콘을 유통하는 등 SNS 활용에 능한 것 같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고 시청자 피드백을 살피다 보니 면대면으로 소통하는 채널을 원하고 있었고, 이에 팬 미팅도 열고 어설프지만 라이브 방송도 하고, 그때그때 댓글 등을 보면서 대처했다. 짤의 생성은 예상치 못했던 현상이었다. 10분짜리 콘텐츠지만 제작진이 자막 고민을 정말 많이 하는데 심혈을 기울인 자막이 짤로 유통될 줄은 몰랐다. 다만 펭수의 개성과 캐릭터가 강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포착할 수 있는 매력 포인트가 많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었다. 이모티콘의 경우 구독자 1만 명일 때부터 꾸준히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캐릭터 인지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했고, 거침없는 입담과 다재다능함, 표정이 없는데도 마치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비주얼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모티콘으로 옮기기 좋아 보였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이모티콘을 활용해 대화하기 시작하면 아무래도 대중의 일상에 침투할 수 있고 친밀감을 느끼기 쉽지 않나. 그래서 일찌감치 이모티콘 제작을 추진했는데 힘을 못 받다가 펭수의 인기가 올라가고 팬들 요구가 많아지면서 빨리 실현됐다.


제작자 입장에서 EBS라는 레거시 미디어가 가진 자산을 활용할 수도 있고 한계도 있을 텐데, 장단점은.
펭수가 지금처럼 주목받기 전에는 한계를 크게 느꼈다. 제작진이 봤을 때는 ‘나름대로 재미있는 콘텐츠인 것 같은데 우리만의 착각인가?’ ‘우리가 EBS를 기준으로 생각해서 재미있는 것이고, 유튜브 기준에서 보면 그렇지 않은가?’ ‘온전히 모바일 콘텐츠로 만들면 조금 더 과감한 시도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등등의 의문이 있었다. EBS라는 교육방송 울타리 안에 있는 한 지켜야 할 선이 있었고, 처음 펭TV 기획 의도도 막 나가지 않는 ‘선한 웃음’을 드리는 것이었기 때문에 구독자나 조회 수를 좇아 무리하지 않으려 했다. 그럼에도 TV라는 매체에 갇혀 있는 게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많았고 심의를 거치는 것보다도 편성을 맞추는 게 힘들었다. TV 편성시간이 지나야 모바일로 내보낼 수 있으니 기동성이 떨어지지 않나. 호흡을 짧게 가져가야 재미있는 콘텐츠가 있고, 길게 해야 더 나은 콘텐츠가 있는데 시간에 구애를 받는 게 가장 큰 제약이었다.

그런데 막상 돌이켜 보면 장점이 더 많다. 펭수가 EBS 브랜드 없이 그냥 캐릭터로만 나왔다면 이렇게까지 조명을 받을 수 있을까 싶다. 처음 대중의 이목을 끈 것도 ‘이육대(EBS 아이돌 육상대회)’를 통해 뚝딱이, 뿡뿡이, 번개맨 등 EBS 선배 캐릭터들과 함께했기 때문이 아닌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다른 인기 유튜브 크리에이터들과 컬래버레이션한 적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내부 컬래버레이션이 가장 성공적이었다. 그만큼 EBS 브랜드의 힘이 큰 것 같고 레거시 미디어가 쌓아 온 영향력과 공신력은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TV에서 주말 몰아보기 편성 등을 통해 새로운 팬을 유입시킨 측면도 간과하기 힘들다.




EBS 아이돌 육상대회를 기점으로 펭수의 인기도 높아지고 기존 캐릭터들까지 조명을 받았는데 다른 캐릭터와의 합작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나.
팬이 확산되기 전에도 어느 정도 강성 ‘코어 팬덤’이 빠르게 형성됐는데 펭수를 아껴주는 열혈 시청층 중에 2030 세대가 많았다. 기획 단계에서도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도 같이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자’며 뜻을 모았는데 이런 의도가 시장에서 통한다는 증거였다. 이에 성인들도 애정을 가지고 볼 만한 콘텐츠를 찾다가 ‘유년의 향수를 자극할 만한 EBS 선배들이 같이 나오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리고 펭수가 타 방송사 아육대(아이돌 육상대회) 프로그램에 나가서 다른 스타들과 상호작용하고 교류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초반엔 인지도가 낮으니 이런 유명 프로그램에 출연하긴 어려웠다. 그런데 막상 가까운 곳에 이미 쟁쟁한 EBS 전직 스타들이 포진해 있고, 이 사실을 놓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펭수가 선배들과 같이 있으면 재미있는 그림이 만들어지고 앞선 캐릭터들과 함께 성장한 세대들의 공감도 충분히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제작할 때 모바일 유튜브용과 TV 방송용의 수위가 많이 다른가.
콘텐츠 수위는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연습생 크리에이터 펭수의 채널이기 때문에 모바일이든, TV든 같은 캐릭터를 유지하는 일관성이 중요하다. 예컨대 ‘죽탱이’란 단어를 허용하냐, 안 하냐, 혹은 ‘관종’ 같은 줄임말을 쓰냐, 안 쓰냐 정도의 차이다. 최근 유행하는 단어 중 교육적 관점에서 해로울 것 같다고 생각되면 방송에서는 최대한 배제하는 데 반해 모바일은 어느 정도 허용한다. 다만 수위 조절보다는 영상의 길이나 호흡 등 매체적인 특성으로 인한 차이가 더 크다. 콘텐츠 소재 측면에서 ASMR(심리적 안정과 쾌감을 주는 소리에 대한 반응)은 TV로 방영하긴 힘드니까 모바일로만 내보내고, 패러디나 커버 콘텐츠는 시의성이 중요하니까 모바일로 짧고 가볍게 제작하는 정도의 판단만 한다.

채널이 무엇이든 펭수는 B급 캐릭터를 표방하는데, A급보다 어려운 게 B급인 것 같다. 앞서 언급한 대로 ‘선’을 잘 타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펭수를 좋아하는 이유가 그의 행동이 의외여서, 웃겨서, 혹은 어이없어서 일수도 있지만 본질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진입장벽이 낮다는 데 있는 것 같다.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니라 나와 가까이 있는 존재이지 않나. 항상 A+ 받는 친구에게는 거리감이 느껴지지만 B 정도 받는 친구는 친근한 것과 같은 이치다. B급이라는 게 무조건 망가지고 슬랩스틱 코미디를 하고, 저급한 병맛 개그를 하고 이런 게 아니다. 그러면 C, D급으로 떨어지고 시청자도 싫어한다. 관건은 친근함이고, 계속해서 소통하면서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포인트에서 ‘빵’ 터지는지에 대한 감을 잃지 않아야 한다.


늘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사실 다른 기관이나 기업과 컬래버레이션하는 장점 중 하나가 소재를 수혈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펭수의 경우 팬들과 활발히 소통하기 때문에 댓글이나 현장의 반응을 보면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 흐름이 비교적 잘 드러난다. 처음에는 일반적으로 1인 크리에이터들이 시도하는 콘텐츠들, 먹방, 쿡방, 슬라임, 언박싱 등을 펭수가 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 다 할 수 있더라. 펭수가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의 범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원래는 헤드셋도 혼자 못 썼는데 이제는 혼자서도 잘 쓰지 않나. 캐릭터가 가진 매력이 크기 때문에 똑같이 요리를 해도 더 재미있게 할 수 있고, 똑같이 썰매를 타도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펭수가 자진해서 아이디어를 내기도 한다. 일상의 것들이 소재가 된다. 예전에 도서관을 가겠다고 했을 때, 과연 도서관에서 재미있는 콘텐츠가 나올까 걱정이 앞섰는데 그 조용한 공간에서도 웃음을 유발할 수가 있더라. 점점 보는 눈이 많아져서 당연히 부담을 느끼지만 우리가 초심을 잃고 힘을 주거나 지나치게 차원을 넘나들면 보는 사람들도 불편할 것 같다. 최대한 가볍게 마음먹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려 한다.


산업계, 정부 부처 등의 컬래버레이션 요청이 쏟아지는데 제휴 업체를 선택하는 기준은.
일단 펭수의 성격, 펭수가 지키려는 가치를 깨뜨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선택하려 노력한다. 산업계나 정부 부처와의 컬래버레이션도 이런 세계관과 충돌하지 않는 선에서 한다. 권위와 결탁하거나, 지나치게 상업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를 내보내거나, 건강을 해치는 것들을 홍보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아주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지는 않다. 펭수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만남도 제작진이 섭외하거나 치밀하게 계획한 게 아니라 외교부에서 먼저 제의를 해줘서 시도해봤을 뿐이다. 실제 대면도 장관께서 마침 나가는 길이라는 걸 듣고 한 번 마주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를 즉흥적으로 떠올리면서 성사됐다.

사기업과의 컬레버레이션 역시 광고나 협찬의 성격도 물론 있지만 펭수가 사람들과 다양한 접점에서 만나도록 관계의 폭을 넓히는 ‘확장성’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이 일상에서 접하는 생활용이나 식음료, 각종 편의 서비스 등과 함께하고 싶고, 어떤 접점에서 팬들과 만날 때 시너지가 날지를 중점적으로 고민한다. 어떨 때 펭수의 매력적인 모습, 새로운 면모를 더 끌어내 보여줄 수 있을지를 고려해 선택하는 것 같다.


콘텐츠 제작이 주 업무일 텐데 굿즈 제작 등 IP 수익화와 비즈니스에도 많이 관여하나.
콘텐츠 제작이 주 업무이긴 하지만 펭수의 캐릭터와 세계관을 지키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제작진이 비즈니스와 완전히 분리될 수는 없다. 아직까지는 PD로서 제작과 사업화 업무를 병행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프로그램 전체 구성이나 완성도만 점검하고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시간을 더 쏟아야 할 것 같다. 제휴나 섭외 관련 연락 오는 곳들이 너무 많은데 결국 펭수와 제작진이 결정 주체가 돼야 하고, 내가 대변인으로서 관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회사에 펭수 IP 비즈니스 관련 전담 TF가 만들어졌는데 지금도 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

굿즈에 대한 요청이나 인기가 이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다. 주 시청자인 2030이 구매력도 있고 바이럴 효과도 커서 그런 것 같다. 과거 아이들 사이에서 번개맨 코스튬이 인기를 끈 적이 있었지만 어린 친구들이 SNS에 사진을 올리거나 입소문에 화력을 지피기는 힘들다. 부모님이 대신할 수는 있어도 본인의 욕망이 우러나오는 게 아니지 않나. 그런데 펭수의 팬들은 자신의 바람을 직접 표현하고 자발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세대이기 때문에 폭발력이 있는 것 같다.


EBS가 이런 수익 다각화에 잘 준비돼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어려움은 없는지.
아무래도 공기업이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수익을 추구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 물론 그전까지도 번개맨 공연사업, 뿡뿡이 봉제완구 사업 등을 꾸준히 해오긴 했다. 그러나 이전까지는 우리가 외부 파트너에 제휴 요청을 하는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밀려드는 요청을 감당하기조차 버거운 입장이 됐다. 모든 제작진과 TF 구성원들이 매달려도 팔로우업하면서 회신하는 것조차 힘에 부치고, 노하우나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부담이 큰 만큼 선례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사실 프로그램을 만들 때 공적 제작비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자율성도 보장받지 못하고 예산의 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기회에 수익을 창출하고 ‘자생적으로 콘텐츠가 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다. 예를 들어, 지금은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거나 팬들과 소통하는 팬 미팅 자리 등을 더 자주 마련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가 그런 난관을 스스로 해결하면서 커야만 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공영방송, 공기업은 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탄탄하게 노하우를 잘 쌓아가는 모범을 보이고 싶다.




미디어 업계가 배타적인 편인데 지상파 3사, 종편 등 방송사, 신문, 잡지 등 할 것 없이 펭수를 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 것 같나.
미디어 대통합도 EBS라서 누릴 수 있는 이점인 것 같다. 만약 공영방송이 아니었거나 경쟁사였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상업방송이 아니니 부담을 덜 느끼고 덜 견제한다. 또 펭수가 다른 유명 인사들과 달리 넓은 세대와 타깃을 아우르고 순수, 청정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지향하니 타사에서도 사랑해주는 것 같다. 제작진도 처음에는 우리보다 영향력이나 파급효과가 큰 채널과 협력하면 재미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한 건데 미디어의 특성상 한 곳에 나가면 다른 곳의 섭외전화나 항의가 빗발쳐서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제작진이 말 그대로 ‘매니저’ 역할까지 하면서 본업에 집중할 여력이 부족해졌기 때문에 요새는 대외 활동을 줄이고 있는 편이다.

농담 삼아 ‘펭수가 넷플릭스 진출을 해야 한다’고도 말하지만 성급하게 글로벌 진출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유의미한 콘텐츠의 경우 외국어 자막을 달아 해외에 있는 팬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테스트해보는 정도다. 너무 급격히 성장했기 때문에 국내 기반을 튼튼하게 다지는 게 선결돼야 한다.


방송사와 소속 연출자가 점점 매니지먼트사, 매니저의 성격을 띠게 되는 게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일까.
숱한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1인 방송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기획사)들이 생겨났듯이 미디어 업계가 연출의 역할을 부각하고 강화하기보다는 메인 캐릭터나 프리젠터의 자발성, 매력, 소통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연출자의 일이 쉬워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 주인공 역할을 맡은 캐릭터의 자발성을 끄집어내고, 그 매력을 유지, 관리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에 빈틈없이 대본대로 촬영하는 연출자 역할에 크리에이터의 돌발 행동에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새로운 자질까지 더해져야 한다. PD의 역할이 팀원들이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판을 짜주고, 든든히 받쳐주는 포지션으로 물러나는 것은 맞다. 그러나 특정 개인의 역량만으로 펭수처럼 성공적인 캐릭터가 탄생한 것은 아니다. 팀의 전체적인 나침반이 되는 탄탄한 기획 및 연출의 필요성은 시간이 흘러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소개 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동아비즈니스리뷰 310호 Ontact Entertainment 2020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